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장관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장관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재가했다. 9일 오전 0시부터 '조국의 시간'이 시작됐다. 지난 한 달 간 대한민국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국민 전체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됐다던 조 장관이 어떤 취임사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에 앞서, '40대 조국'의 일성을 길어 올려 볼까 한다.

"검찰 개혁은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데, 첫째는 검찰과 손잡지 않는다, 검찰을 이용하지 않는 정권이 있어야 되겠죠. 두 번째, 계획을 가지고 시행할 수 있는 법무부 장관이 그걸(검찰개혁)을 시행하게 되면, 검찰에서는 법무부장관의 뒤를 팔 가능성이 있거든요. 소문을 흔들어 가지고 이 사람을 낙마시킬 수도 있는 그런 조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아주 강골인 사람, 깨끗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40대의 조국은 과연 예견했을까. 검찰 개혁의 기치를 내세운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향한 검찰의 강력한 저항을. 지난 2011년 12월 노무현재단의 토크콘서트 '더(The) 위대한 검찰!'에 참석한 '서울대 교수' 조국의 소신이 지난 6일 '조국 청문회' 직후 유튜브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의 '셀프 예언'을 좀 더 들어 보자.

"그 다음에, (검찰개혁을) 정권 초반에 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고 봅니다. 정권 후반이 되면, 또 다음 정권에 줄 설 거기 때문에. 정권 초반에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분이 들어가서 법무부 안에서 검찰을 개혁하고. 나가시겠다는 분들은 빨리 보내드려야 합니다. (검사들이) 집단 항명을 해서 사표를 제출하면 다 받으면 됩니다. 로스쿨 졸업생들 중에 검사보 하던 사람들 많거든요. 검사보 대거 채용해서 새로운 검찰 만들면 된다고 봅니다."

8년 전 토크콘서트의 관객들은 환호했었다. 이러한 조국 법무부장관의 평소 소신을 언론들은 어떻게 전했을까. 지난달 8일 후보자 지명 직후, 몇몇 언론들은 검찰이 "검찰과 손잡지 않는 사람"을 "낙마시킬 수도 있는 조직"이라던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발굴해 기사화하기도 했다. 조국 후보자가 검찰 개혁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카드란 이미지만큼은 확실히 각인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명 전부터 야당은 조국 후보자를 두고 절대 장관에 임명돼서는 안 될 인물이라 규정한 뒤, 갖가지 공세를 퍼부었고, 보수언론 역시 이 같은 '스탠스'를 적극 흡수했다. 이후 지난달 중순 후보자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의 총공세가 이어졌고, 언론 역시 대선후보급 보도량과 단독 경쟁으로 혹독한 검증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2일 조국 후보자가 연 기자간담회는 그 검증 국면의 정점이었다(관련 기사 :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태도'가 입증한 '장관 자격' http://omn.kr/1kr7n). 국회 인사청문회의 여야 합의가 무산된 직후, 조 후보자의 요청으로 급작스레 열린 이 유례없는 11시간 1박 2일 동안의 무제한 기자간담회는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 이후 조 후보자에 대한 언론 양상은 어땠을까. 8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조국 간담회, 언론과 정치 사이'편이 다룬 주제였다.

좋은 질문에서 좋은 답이 나온다
 
 8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 KBS

 
"<올드보이>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와요. 질문을 해요. 오대수(최민식)가. '누구냐, 넌', 이렇게 질문을 했더니 '질문이 잘못 됐어'라는 말을 반대편에서 하거든요. '질문을 바로 해야지 답이 바로 나오는 거야'라는 그 유명한 명대사가 있는데 저는 이번에 보면서 그 <올드보이>의 오대수와 이우진(유지태)의 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강유정 교수가 이번 기자간담회를 보고 떠올렸다는 <올드보이>의 이 유명한 대사는 결국 '질문이 좋아야 답도 좋다'는 인터뷰의, 아니 인생의 진리를 일깨운다. 강 교수는 국민적 관심 속에 생중계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무제한 질문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등 비난 여론을 자처한 상황을 영화로 비유한 셈이다.

실제로 그랬다. 기자 개인에 따라 중복 질문을 이어가는 이가 부지기수였고, 개별 기자는 일문일답 형식을 고집하기도 했다. 전례 없는 기자간담회의, 전례 없는 자율권이었다. 그런데도 비판이 쏟아진다. 간담회 직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엔 '근조한국언론'이 등장했다. 관점에 따라, 변명이 궁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언론이 국민들과 함께 동시에 생중계로 보고 있는 그런 장면들을 언론이 나중에 어떻게 보도할까를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중략). 그런데 저 기자는 어떤 눈으로 저 기자간담회에서 봤길래 기자간담회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시민의 이름으로 저런 식으로 보도를 할까. 즉, 내가 목격했던 현실과 기자들이 결국 구성해낸 현실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간담회 현장에 참석했던 일선 기자들의 목소리는 어땠을까. 앞서 <기자협회보> 등도 느닷없고 유례없던 간담회를 통해 비난 여론에 직면해야 했던 기자들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의 의견이 지상파를 통해 전달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러한 기자들의 항변에 대한 판단은, 독자 개별의 몫으로 남겨둬야 할 듯 싶다.

"국회에서 해결하라고 다시 공을 국회 쪽에다가 넘기는 방식으로 거부했어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A 방송사 기자)

"(국회 청문회를 열)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일각에서는 (야당이) 청문회를 안 열려고 하는 것이라는 의혹도 있는 상황이니까요." (B 인터넷 언론사 기자)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또 야당이 억울하게 조국 (후보자) 같은 사례가 있으면 본인들도 (미래에 정권을 잡은 뒤) 이용할 수 있는 거니까요." (C 신문사 기자)

"(의혹이) 풀렸다는 것은 없고, 조국 후보자가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진 것 같아요." (D 닷컴 기자)

"자기가 쥐고 있는 자료에 근거한 게 아니라 언론에서 보고들은 것들을 바탕으로 묻게 되는 과정이거든요. (조 후보자에게는) 인사청문회보다 훨씬 수월한 무대가 아니었나 생각을 하고..." (A 방송사 기자)


한 달 간 이어진 언론의 폭주
 
 8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 KBS


하지만 간담회 직후, 대다수 일간지들은 '맹폭'에 가까운 비난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진보 보수 가릴 것 없는 대동단결의 목소리였다. '조국의 해명회', '셀프 면죄부 간담회', '몰랐다 일관', '50차례 나는 몰랐다', '그래도 의혹은 남았다' 등의 부정적이고 단호한 표현들이 대다수였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참 너무나 천편일률"이라 꼬집은 뒤 "확증편향을 넘어서서 거의 표적 보도로까지 이어지는 기사들"이라 평가했다. 정 교수 역시 "기자들의 집단 사고와, 언론의 집단 사고와 목격한 국민들의 사고가 상당히 갈리고 있다"며 이렇게 부연했다.

"저는 굉장히 안이하게 기사 제목이나 기사를 작성했다고 봐요. 남들도 다 본 생중계 장면인데 마치 자기들만 본 것처럼 자기들만 현실 창조의 어떤 힘이 있는 것처럼 한 방식으로 대단히 오만하게 작성된 기사라고 저는 보고요. 이 안에는 저는 정파성보다는 정파성을 뛰어넘어서 일반의 집단사고가 작동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들은 '자기들이 만든 판에서 자기들이 현실을 구성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굉장히 강한 어떤 사고들이 있고 이것이 국민들의 사고와 충돌해요."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이어 조국 청문회 정국에서 "이쯤 했으면 사퇴가 정답이다"라고 주장한 <중앙일보>의 칼럼 등을 예로 들며 '조국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주장한 언론들의 정파성을 꼬집었다. 특히 <기어코 청문회로 국민 고문할 건가>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이정재의 시시각각' 칼럼의 몇몇 문장에 대해서 강 교수는 "언어폭력"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이 정치권과 같은 변명을 하면 저는 언론이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언론은 한편으로 그래서 정치성을 띤 기사들을 쓰거나 정치성을 띤 인물들을 내세울 게 아니라 정치권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했었어야 되는데, '조국 후보자 청문회 사태'에 있어서 언론이 너무 정치적인 역할을 했던 게 아닌가. 오히려 이 간담회를 통해서 저는 언론과 정치가 분리되어야 하고 분리될 수밖에 없구나 라는 걸 보여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 교수 역시 "언론이 집단적 의사 결정을 내렸다"며 "사실은 이 정치 국면에 (언론) 스스로가 끌려 들어갔으면 안 됐었던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조국 청문회 국면에서 수많은 단독보도, 의혹보도는 둘째 치더라도, 사퇴 운운하는 사설과 칼럼들을 지속적으로 내보낸 언론들을 향한 따가운 일침이었다.

"그런데 한동안 즐겼죠. 3주 동안. 왜? 자기들이 마치 정치행위자인 것처럼 세상을 쥐락펴락 하는 느낌들이 들었고, 누군가를 승복 시킬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 때는 내가 왜 정치로 끌려 들어가는가라는 불만이나 비판도 제대로 얘기하지 않았으면서 끝나고 나니까 뭐라고 얘기 하냐면, 이거는 청문회로 해결 했어야 하는 일인데 왜 언론에게 이걸 넘겼냐 라고 빠져 나오려 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들이 이득을 보면서 정치 안으로 쓸려 들어갔을 때 했어야 하는 기능을 하지 않은 채 그리고 나서 이제 와서 느끼는 거죠. 이건 정치가 해결했어야 될 일인데 왜 언론이 이용당했지? 이런 식의 얘기를 이제 와서 하고 있다는 건 사실은 대단히 언론의 기능을 스스로가 판단할 때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한 달 간, '조국 청문회'에서 대다수는 '장삿속'을 확실히 챙겼고, 누구는 자기 정체성을 깊숙이 드러냈으며, 누구는 보수야당과의 공조 체제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수시기관과의 공조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한 달 간, 언론은 '조국과 그 일가족'을 난도질 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역사는 과연 이러한 언론의 폭주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검찰의 저항을 예견했던 40대의 조국조차도 이 같은 언론의 폭주만큼 예상 못하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언론은 아래와 같은 김어준의 질문에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정치고 뭐고를 다 떠나서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 일가족을 저잣거리에서 이렇게까지 짐승처럼 질질 끌고 다니며 마구 도륙할 권리가 우리에게 과연 있는 것인가."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 멘트 중에서)
저널리즘토크쇼J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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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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