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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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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이달 중순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마움을 모른다'며 한국 등의 동맹국을 다시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 시각으로 4일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일본을 돕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우리는 한국·필리핀을 돕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며 이 나라들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우리를 위해 많은 것을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는 절대 고마워하지 않는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을 돕고 있다"고 그는 탄식했다. 또 "우리는 그들이 고마워하도록 요구할 지도자를 가진 적이 없다"며 "나는 그들이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고마움을 표시하라는 게 트럼프의 요구다. 말로써 하는 감사 표시를 그가 원치 않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고마우면 돈을 내라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다.

석유를 향한 욕망, 미군의 재배치

소련과 냉전을 벌이던 시절, 미국은 소련 및 공산권 같은 적대 진영을 견제할 의도로 미군을 배치했다. 소련의 진출로를 차단할 목적으로 해외에 군대를 주둔시킨 것이다. 유럽과 한국 등에 미군을 보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을 전후해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이 붕괴되면서 탈냉전(냉전 해소)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석유 산유국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팽창됐다. 때문에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해외 미군을 재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적대 진영 견제와 더불어 석유 관리를 위해서도 미군 배치에 신경을 쓸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석유 관리가 얼마나 중요해졌는가는, 그 이후 미국이 벌인 3대 전쟁이 중동에서 발발한 사실에서도 증명된다. 1990년 걸프전쟁, 2001년 아프간 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은 탈냉전 이후의 미국이 무엇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전쟁(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때처럼 이념을 명분으로 전쟁에 뛰어들던 미국의 모습을 1990년대부터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석유에 대한 그 같은 욕망은 해외 미군의 재배치로 연결됐다. 석유가 많은 중동과 아프리카로 미군기지가 이동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인천대 연구교수인 김송죽·최유나의 공동논문 '부시정부 시기 석유자원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은 표를 통해 그 상황을 설명해준다.
 
 김송죽·최유나 논문에 제시된 표.
 김송죽·최유나 논문에 제시된 표.
ⓒ 김송죽·최유나,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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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PR)의 연대적 계보'라는 제목이 붙은 이 표는, 미군의 중점적 배치 지역이 탈냉전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표에 따르면, 냉전기에는 미국이 공산권 견제에 치중하다 보니 서유럽과 동아시아의 친미 국가들에 미군 기지가 집중 배치됐다. 그에 비해 탈냉전기에 들어서는 산유국 중심으로 미군 배치가 이뤄지면서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가 주요 기지로 떠올랐다.

2007년에 미군이 아프리카사령부를 신설한 것도 이런 흐름에서 이뤄진 일이다. 나이지리아·알제리·리비아·앙골라 등에서 석유가 많이 생산될 뿐 아니라 서아프리카 기니만 연안에서 1990년대 확인된 매장량만도 600억 배럴이나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들 산유국들에 군대를 파견한 것은 안정적인 석유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위 논문은 "주목해야 할 것은, 새롭게 마련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정책이 석유 수송로와 높은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이다"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석유자원을 확정짓는 중요한 요인에는 자원 확보와 자원 수송로의 안전성이 있다. 자국 내로의 안전한 석유 운송을 위해 송유관·유조선 등 육·해상 수송로의 보호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육·해·공군의 적절한 배치가 요구된다. 미국은 실제로 1990년대 말부터 중동 산유국(6개국)과 중앙아시아 산유국(4개국) 그리고 석유수송 거점국가(7개국) 등 5대양 6대주 전역에 미군기지 및 군사 시설을 설치하여 자원과 운송 통로를 확보하였다."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이 2014년 발행한 <아태연구> 제21권 제3호.
 
이처럼 탈냉전 이후 미군은 석유 자원을 따라 이동했다. 미국이 세계평화가 아닌 자국 국익을 위해 미군을 배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중동 산유국들을 상대로 고마움을 모른다며 비판을 퍼부었다.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그는 그랬다. 미국을 혁신하겠다는 비전을 담은 2015년 저서 <불구가 된 미국> 제4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에 따라 매일 5억 달러에서 10억 달러 사이를 번다. 우리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그들은 그만한 부는 말할 것도 없고, 존재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받는 것이 없다. 전혀."

"우리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약간의 안정을 제공하기 위해 피를 흘리고 돈을 썼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해 싸운 우리의 군을 재건하는 일을 기꺼이 도와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쿠웨이트를 되찾기 위한 파병에 수십억 달러를 들였다. 우리 군인들이 죽고 다친 덕분에 이라크군은 철수했다. 전쟁이 끝나고 약 두 달 후에 몇 명의 쿠웨이트인들이 협상을 하러 내 사무실로 왔다. 그들은 한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했다. 그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는 투자할 생각이 없습니다. 미국을 존중하지만 다른 곳에 투자하고 싶군요.' 바로 얼마 전에 우리가 나라를 되찾아줬는데도 말이다."
 
미국이 중동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은 미국으로 향하는 석유 수송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오늘날의 사우디·이라크 상황뿐 아니라 1990년 걸프전쟁 뒤에 있었던 쿠웨이트인들과의 개인적 인연까지 거론하면서 이들 국가들을 배은망덕한 나라들로 몰아붙였다.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탈냉전 이후 미국이 석유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중동·중아아에 미군 기지를 집중 배치했다면, 한국에는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일까?

1990년 당시 4만 3000명이었던 주한미군은 탈냉전 이후 계속 감축돼 현재는 2만 8000명 수준에 와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병력, 2만 8000명이나 되는 병력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 산유국도 아닌 한국에 상당한 병력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탈냉전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운용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 미군기지 선정의 3대 원칙에 한반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위의 김송죽·최유나 논문은 2001년 9월 미국이 발표한 미군 재배치 정책에서 드러난 3대 원칙을 이렇게 소개한다.
 
"첫째, 전략 중심기지로서의 허브 기지(HUB)다. 이는 대규모의 미군 병력과 장비를 갖춘 영구적인 미군기지로서 일본·한국·독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전진 작전기지(FOB)이다. 이는 작전 수행에 필요한 탄약과 장비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미군이 상주하는 기지로 우즈베키스탄·키르키스스탄·아프가니스탄·터키·필리핀·싱가포르 등이 있다. 셋째, 전진 작전지역(FOL)이다. 미군이 1, 2년에 한번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국가로서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젠·사우디아라비아·오만·케냐·말리 등이 해당된다."
 
3대 선정 원칙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다. 세계 곳곳에 미군을 급파하기 위해 영구적인 허브 기지를 둔다는 것이다. 석유자원이 있고 없고를 떠나, 미군을 전 세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을 허브 기지로 삼겠다는 원칙이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인 유라시아가 아니라 아메리카대륙에 영토를 갖고 있다. 그래서 유라시아에서 수시로 군사행동을 하려면 아메리카대륙이 아닌 곳에도 군대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자니 한국·일본·독일 등에 영구적인 미군기지를 두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산유국이 아닌 한국에 대규모 군대를 배치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게다가 2017년 12월부터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 혹은 대(對)중국 전략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공식 수정됐다. 중국의 대외 팽창을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각각 차단하는 게 이 전략의 목적이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일으킨 것도 이 전략과 무관치 않다.
 
 김송죽·최유나 논문에 제시된 2007년 기준 미군 배치 실태.
 김송죽·최유나 논문에 제시된 2007년 기준 미군 배치 실태.
ⓒ 김송죽·최유나,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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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없는 나라지만, 미국에 중요한 한국

김송죽·최유나 논문에 제시된 위의 지도는 2007년을 기준으로 미군의 배치 실태를 보여준다. 하늘색은 미군이 1000명 이상 주둔한 나라, 청록색은 100명 이상 주둔한 나라, 보라색은 미군 시설이 배치된 나라다.

이 지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없어지면 태평양을 향한 중국의 팽창을 미국이 견제할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없어지면, 유사시에 동남아나 태평양에 미군을 급파하기도 어려워진다.

이처럼 미국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이 매우 긴요하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기지가 바로 주한미군 기지다. 산유국의 미군기지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주한미군이 미국한테 절실한 이유다.

이 정도로 주한미군이 미국의 세계전략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면, 누가 누구에게 고마워해야 할지가 한층 더 명확해진다. 고마우면 돈을 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다. 누가 누구에게 돈을 줘야 할지가 명확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석유 확보와 미군기지를 설치할 목적으로 미국은 아프리카에 투자를 많이 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2001~2009년) 시절 미국이 150억 달러의 에이즈 퇴치 기금을 아프리카에 지원하고 경제원조 및 군사지원을 강화한 것은 이곳에 미군기지를 설치하기 위해서였다. 미군기지를 신설하자니, 아프리카인들의 환심을 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도 그런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 한국에 미군기지를 계속 두고 미국 국익을 증대시키려면 한국인들의 환심을 사야 한다. 그런데도 도리어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으니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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