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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A특수학교 교장실에서 낮잠 자고 있는 고양이.
 경기 A특수학교 교장실에서 낮잠 자고 있는 고양이.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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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경기 공립 A특수학교 본관 2층에 있는 교장실 앞. 문을 두드린 뒤 문을 열었다. 교장실 옆엔 초등 4학년과 5학년 교실이 붙어있다.

교장실 문 여니, 자고 있는 고양이, 사료통, 고양이 장난감...

교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눈앞 바닥에 고양이 사료통과 또 다른 사료통을 덮어놓은 듯한 덮개가 보였다. 교장 탁자 오른편 창가 아래로 다가갔다. 고양이 장난감과 고양이 집 등 고양이 용품이 보인다. 교장 책상 옆에도 고양이 놀이기구인 듯한 용품이 있다.

중앙소파 뒤편으로 가봤다. '고양이용 침대' 위에서 누런색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있다. 이 학교 교장실은 고양이 집과 놀이터 노릇도 하고 있었다. 
 
 경기 A특수학교 교장실 문을 여니, 고양이 밥(사료) 통이 바로 보였다.
 경기 A특수학교 교장실 문을 여니, 고양이 밥(사료) 통이 바로 보였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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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A특수학교 교장실에 있는 고양이 용품.
 경기 A특수학교 교장실에 있는 고양이 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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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교장실에 있는 B교장에게 "교장실에서 고양이를 키운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다. B교장은 "이전 학교에서 2017년 10월말부터 키우던 것을 이 학교 교장실에서도 데리고 와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2018년 9월에 이 학교에 왔다.

이 학교와 이 학교 주변 교원들은 "중증장애인 학생이 있는 특수학교는 석션(흡입)과 같은 호흡기 관련 의료행위에 준하는 활동이 있다"면서 "그런데도 해당 교장이 교장실에서 애완묘를 기르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유초중고 과정이 있는 이 학교에는 모두 221명의 학생과 140명의 교직원이 있다. 학생들은 물론 알레르기가 있는 일부 교사들은 고양이 때문에 교장실에서 결재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B교장은 "특수학교 학생들의 특성상 교장실에 아무도 오지 않으며, 내가 이곳에 온 뒤로 교장실에 학생들이 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막론하고 교육계는 교장실에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을 모범사례로 여겨온 바 있다. 

또한 제보 교원들은 "여름철과 겨울철 고양이의 쾌적함을 위해 학교 돈으로 냉난방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공적 기관인 교장실 사유화는 물론 학교 예산까지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는 교장실 문 쪽 에어컨 전자제어기에 붙어 있는 다음과 같은 지시 글귀를 발견했다.

"○○씨. 냉방 26도.(퇴근한 때도 켜 두기). 냉방 끄지 마세요. 부탁해요." 
 
 경기 A특수학교 교장실에 붙어 있는 스티커.
 경기 A특수학교 교장실에 붙어 있는 스티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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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퇴근한 뒤 밤에도 에어컨을 끄지 말라는 지시다. 이에 대해 B교장은 "모두 내 돈으로 사료와 고양이 용품을 샀다. 지금 에어컨이 꺼 있지 않느냐"면서 특별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전교조 경기지부의 이광철 특수위원장은 "해당 교장이 교장실에서 교원들의 반대 건의를 묵살하고 고양이를 계속 키우는 것은 공공기관 사유화로 의심된다"면서 "이런 행위는 예민한 특수학교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교장 "큰 집 얻으면 고양이 데리고 갈 것"

이에 대해 B교장은 "이 고양이는 제가 집에서 갖고 온 것이 아니라 이전 학교에 찾아온 건강이 좋지 않던 길고양이"라면서 "아파트가 좁아 고양이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아 교장실에서 키웠지만, 고양이를 집으로 갖고 가기 위해 큰 집을 얻으려고 부동산에 알아보고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올해 6월 서울고법 행정3부는 '경기도 소재 한 병설 유치원에 애완견을 데리고 출근해온 원장에 대해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징계 처분한 경기도교육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김정애 전교조 경기지부 수석부위원장은 "교장실에서 고양이를 길러온 B교장을 비롯한 특수학교 교장 몇몇에 대한 감사 요청 청구서를 조만간 경기도교육청에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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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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