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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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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그룹(空間 Group) 사옥은 서울 남산 아래 조용한 주택가에 있다. 붉은색 계열 외벽으로 된 3층 건물. 공간마다 연결되는 통로는 있으나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열고 닫는 문이 없다. 벽이 꼭 필요한 곳에는 책이 빼곡히 꽂아진 책꽂이를 배치했고 어지간한 공간은 칸막이를 최대한 없앤 오픈식이다.

이 공간 안에는 이상림(64) 공간그룹 대표 집무실도 있다. 역시 문 없이 이어진 집무실은 업무를 보는 책상과 회의용 책상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건축 관련 책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오디오와 건축조형물이 놓여있다. 단출하고 검박하다.

공간그룹은 1960년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고(故) 김수근 선생이 창립한 김수근건축사무소에서 세작됐다. 고(故) 김수근, 고(故) 장세양에 이어 3대 이상림 대표에 이르기까지 60여 년 동안 국내는 물론 뉴욕, 두바이, 알제리 등 전 세계 30여 도시에서 행정기관 및 기업과 단체, 개인을 대상으로 약 1000점의 중·대형 건축설계와 도시 설계, 건설관리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등을 수행해왔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대한민국 토목건축기술 대상 등 다양한 건축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사비나미술관 프로젝트가 제37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과 시민공감 특별상(최다득표)을, 디홀릭커머스사옥 리모델링프로젝트가 2019 한국리모델링 건축대전(준공부문)에서 대상작으로 선정돼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공간그룹 사옥에서 이상림 대표를 만났다. 이번 만남은 두 번째였다. 첫 번째 만남은 지난 6월 이천시 위치한 아티아키(ARTIARKI)에서 열린 '예술과 건축의 탐험 꿈의학교 워크숍 및 세미나'에서였다. 이 대표는 이 행사에서 이틀간 워크숍과 강연 등으로 재능기부를 했다. 그날 청소년들은 "설마 이상림 건축가가 오실까 했는데 오셨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건축가를 만나 영광"이라고 환호했다.

아닌 게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 건축회사 대표가 지방의 소도시에서 진행한 꿈의학교에 참석한 것이 이채로웠다. 이상림 대표는 시민과 청소년들 사이에서 솔직하고 소탈했다. 다수의 굵직한 건축 프로젝트를 지휘한 저력,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가도를 달리게 한 비결이 궁금했다.

이상림 대표는 1978년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군을 제대한 1981년 공간건축사무소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그 후 15년 만인 1996년 40대 초반에 공간그룹 대표가 됐다. 현재 한국건축가협회명예건축가회 의장인 이상림 대표는 한국건축가협회 회장, 한국건축단체연합 회장, 미국건축가협회 명예회원(H.FAIA)등으로 활동하며 지난 2017년에는 서울시와 함께 2017년 세계건축가연맹(UIA) 세계건축대회 유치를 지휘했다.

그는 <희망을 짓는 건축가 이야기>를 번역한 번역가이자 인터뷰어이기도 하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30여 명을 인터뷰했고 그 내용이 건축종합예술월간지 <space. 공간> 500호에 실렸다. <space. 공간>은 지난 8월 621호를 발행했다. 
 
 지난 6월 이천시 신둔면에 위치한 아티아키에서 열린 예술과 건축의 탐험 꿈의학교에서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이천시 신둔면에 위치한 아티아키에서 열린 예술과 건축의 탐험 꿈의학교에서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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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의 이십대와 요즘 20~30대 건축가와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많지요. 1980년대에는 회사 대표가 어디를 가자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 갔습니다. 한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똑똑하고 영리해요. 열의도 대단하고 건실합니다. 건축에 대한 접근 역시 다각도입니다. 어디를 가자고 하면 질문부터 합니다. 목적지에 대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이지요. 자기 생각도 확실하게 표현하고요. 뿐만 아니라 건축 작업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 작업방식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건축 방향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연필로 건축물 스케치를 했는데 어느 날부터 컴퓨터 한 대가 많은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새로운 명령어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그것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모아줍니다. 건축물에 필요한 재료비부터 계산을 하고 디자인을 결정해주고 모델을 만들어줍니다.

이것을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라고 하는데요, 건축주 입장에서 편리합니다. 비용도 절감되고요. 정확한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용인시민체육공원은 2009년 공간그룹이 설계한 대한민국 공식 BIM 1호인데요, BIM은 건축계에서 앞으로 계속 활성화 되고 BIM 활용능력은 건축가에게 필수 역량이 될 것입니다."

- 공간그룹이 추구하는 건축 방향이 궁금합니다.
"1세기 로마의 유명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는 '건축 10서'에서 건물이 가져야 하는 세 가지 기본요소로 견고성, 아름다움, 사용성을 꼽았습니다. 공간 역시 건축주와 사용자의 건축물 사용 목적에 맞춰 견고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 건물에서 생활할 사람들의 삶까지 상상하고요. 건축은 사람들의 삶의 공간을 다루는 일이고 아울러 그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사회·문화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건물이 초고층화 되면서 지진과 태풍 등 자연 재해에 대비해 안전하면서도 아름답고 경제적인 건축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공간은 건축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오랜 세월 경험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BIM과 다양한 분야의 문화 예술을 연계한 건축설계, 디자인, 엔지니어링, 기술관리 등 복합서비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탁월한 건축 실력으로 세계무대에서도 꾸준하게 명성을 이어가도록 노력 중입니다."

- 설계에 참여한 건축물 가운데 기억에 남는 건축프로젝트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중요하지 않은 건축물은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 남극 장보고기지는 남극 내륙 테라노바만에 있는데요, 우리나라 대원들이 남극 연구를 위한 반영구 고정 기지의 첫 번째였다는 데 그 의미가 큽니다.

영하40도, 최대 풍속 60m/초, 에너지가 없고 눈을 낀 거센 바람만 불어오는 황량한 허허벌판에 해양기지 대원들이 안전하고 고요한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고요. 제한된 면적에 기지를 짓고 하얀 눈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먼 거리에서도 식별이 빠른 색상, 기지의 정체성, 추후 대원들 수가 늘어나고 시설이 확장됐을 경우 지속 가능한 공간까지 고려를 했습니다."

- 우리는 대부분 공간에서 생활합니다. 그럼에도 건축에 대해 잘 모릅니다.
"오래전 건축은 권력의 상징, 힘 있는 자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나폴레옹에게는 건축가 장 찰그린과 오스망이 히틀러한테는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가 있었습니다. 지금 건축은 많이 대중화 돼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경제와 의식 수준은 높아졌고 주택, 아파트, 전원주택 등 생활공간을 정할 수 있고 원하는 곳에 집도 짓습니다.

그럼에도 건축에 대한 이해와 관심, 폭넓은 시각이 필요합니다. 건축은 사회, 정치, 예술 그리고 인간관계와 윤리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건축은 훌륭한 건축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지요. 클라이언트와 많은 사람들은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요청을 하고 건축가 역시 소통을 위한 다양한 장을 열어놓으면 도시는 더욱 아름다워지리라 기대합니다."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 집무실에서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 집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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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이 집을 짓기 전에 고려해야할 점을 알려주세요.
"집을 짓기 전에 집 지을 땅, 주변 환경, 사용목적, 안전, 비용 등 꼼꼼하게 따져보고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연한 상상보다는 가족과 충분히 상의 후 건축가를 찾아오면 더욱 풍성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 요즘 건축물 안전관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건축가와 시공자, 사용자도 건축물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건축 감리도 강화됐고요.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안타까운 일은 건축 설계자가 동시에 그 건축 감리에 참여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일정한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설계자가 자신이 설계한 건축 감리에 참여하지 못하면 건축물 외관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설계자가 그 건물의 구조를 가장 잘 알기 때문이지요."

- 종로구 원서동에 있던 공간그룹 사옥은 우리나라 건축사에서 대표적 건물입니다. 이 건물을 2013년 '아라리오뮤지엄'에 매각했습니다. 2014년 공간건축사사무소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조기 종결 결정을 받고 필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 후 지금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지요.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는데 탁월한 지혜를 발휘했다는 평이 있습니다.
"과찬입니다. 신은 인간한테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주시지요. 어려운 시기를 같이 극복한 협력업체들과 직원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가 '공간' 간판과 건물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는데요, 역시 다행이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 우리나라 여성건축가의 활동은 어떻습니까?
"2004년 여성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여성건축가가 본인의 이름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분은 많이 없는 듯 합니다. 가정과 사회,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고 그것이 뒷받침되면 여성들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리라 기대됩니다."
 
 서울 중구 필동에 위치한 공간그룹 사옥에 걸린 공간그룹 사원들 캐리커쳐.
 서울 중구 필동에 위치한 공간그룹 사옥에 걸린 공간그룹 사원들 캐리커쳐.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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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20대~30대 시절로 돌아간다면 하시고 싶은 일을 말씀해주세요.
"책을 많이 읽고 싶습니다. 건축 관련 공부는 물론이고 미학(美學), 문화, 예술, 아름다움 등 다양한 공부, 진리와 철학 등 인생에 대한 사색, 운동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 40여 년 동안 건축 일을 해오셨는데 대표님께 건축은 무엇입니까?
"저에게 건축은 '새로움'입니다. 아는 것 같았는데 매일 새롭고 배워야할 게 많습니다. 저에게 '건축은 끊임없이 공부하며 알아 가야할 것'입니다."

- 건축가로서 개인적인 소망을 듣고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변하는 것은 무엇이고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규모도 큰 건축 설계 위주로 작업하고 있지만, 언제인가 <희망을 짓는 건축가 이야기>의 주인공 사무엘 막비와 같이 인간애가 담긴 건축물을 설계하고 싶습니다. 질박한 삶을 사는 이를 위한 깊고 견고하고 예술적인 건축물, 환경운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그런 건축물을요."

현재 공간그룹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와 충남 천안의 업성저수지 생태공원 등 크고 작은 건축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소유자 이상림 대표는 시간을 나눠 사용하되 매 순간 정성을 다하고 상대방 말에 귀 기울여 배려하며 쉼 없이 배우는 자세였다. (이 대표는 1991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원에서 석사, 2004년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이를 먹어가고 일을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건축 공부를 한 것이다.)

그것은 오랜 세월 대한민국에서부터 남극까지 땅과 바다와 하늘과 구름을 가르고 또 강추위를 뚫고 현장을 답사하면서 걸출한 건축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저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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