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금융기관의 '탈(脫)석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새 금고 지정을 앞두고 있는 경상남도(도지사 김경수)가 은행의 평가 항목에 이를 포함할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경남도는 현 '도금고' 약정기간이 2019년 12월 31일자로 만료됨에 따라, 향후 3년간 '도금고'를 책임질 금융기관을 지정하기 위해 29일 '도금고 지정 신청'을 공고했다.
차기 '경남도 금고'는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면서 경남도에 본점 또는 지점을 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경쟁방법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금고 지정에 따른 평가기준은 모두 5개 항목으로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와 재무구조의 안정성, △도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지역주민 이용 편리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도와 협력사업 등이다.
경남도는 9월 5일 금고지정과 관련해 사전 설명회를 열고, 9월 20일 제안서를 접수받아 경남도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0월에 새로운 금고를 지정하여 11월까지 차기 금고와 약정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지정되는 금고 은행은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도금고'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1금고는 일반회계와 기금(6개), 2금고는 특별회계(6개)와 재난관리기금, 재해구호기금을 담당하게 된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경상남도 금고지정 및 운영 규칙의 금고지정 평가기준에 따라 5개 항목을 평가해 1순위는 제1금고를, 2순위는 제2금고를 각각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는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운영에 있어 '탈석탄 선언을 한 은행에 금고를 맡겨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지자체 금고'에서 배제하자는 것이다.
경남에는 하동화력발전과 삼천포화력발전이 있고 고성에 하이화력발전을 건설 중에 있다. 환경단체는 하동‧삼천포화력으로 인해 인근 지역의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며 노후 석탄화력의 가동 중단 등을 요구해 오고 있다.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은 각각 행정안전부와 교육부의 금고 지정 기준에 관한 예규에 따라 조례나 규칙을 제정해 금고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지자체가 뜻만 있다면 금고 지정 조례와 규칙을 개정해 탈석탄을 선언한 은행에 금고를 맡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충청남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6월 '도금고' 은행 선정 때 탈석탄과 석탄 금융 투자·친환경 에너지 추진 실적에 가점을 주기로 했다. 충남도는 '지역기여도 평가 항목'에 △탈석탄 선언과 석탄 금융 투자 여부, △친환경 에너지 추진 실적을 포함하도록 해 각각 1점씩 가점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환경단체에서 '탈석탄 금고 지정'을 제시해서 그동안 의견을 듣기도 했다"며 "현행 규정상 금고 지정 평가 항목은 행정안전부의 예규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행안부 예규에 들어 있는 5개 평가 항목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가항목 가운데 '지역 사회 기여'가 있고, 여기에는 주로 문화예술과 장애인 지원 등 공익 기여 실적이 들어갔다. 이 항목에 '탈석탄 선언'을 넣을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석탄발전을 없애야 한다. 석탄발전이 미세먼지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선진국은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거나 없애는 추세다. 영국은 2025년 '석탄발전 제로'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동남아와 중국 정도만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다. 우리나라가 석탄발전을 하면서 국제적으로 엄청나게 비난을 받고 있다"며 "석탄발전에 자금 지원을 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박 대표는 "경남도가 새 도금고 지정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이번에 은행 평가 항목에 '탈석탄 선언'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며 "농협을 비롯한 은행 앞에서 '탈석탄 선언'을 하라는 1인시위를 벌일 것이며, 경남도에도 같은 요구를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