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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얼굴의 법원> 북토크가 27일 오후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저자), 양지열 변호사(사회), 이탄희 변호사(패널).
 <두 얼굴의 법원> 북토크가 27일 오후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저자), 양지열 변호사(사회), 이탄희 변호사(패널).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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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판사들 이름을 외우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치인들, 연예인들 이름 외우듯 판사들 이름도 외우시고 사진도 확인해보시고..."
 

'전직 판사' 이탄희의 말이다. 사법농단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27일 오후 창비서교빌딩에서 진행된 <두 얼굴의 법원>(권석천 저) 북토크에 패널로 참석해 "일상적인 문화로서 판사 한 명, 한 명을 기억해야 한다, 내 배를 칼로 째고 있는 의사의 이름을 모른 채 수술하는 사람은 없을 것 아닌가"라며 이 같이 말했다. 사회를 맡은 양지열 변호사의 '사법개혁을 위해 국민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무조건 판사를 미워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좋은 판결이 있으면 그 판사의 이름도 기억하자는 겁니다. 근데 판사들이 이런 걸 싫어해요. 익명 속에 숨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재판은 법정에서 판사가 혼자 결정하는 겁니다. 그 판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죠. '대한민국 법원이 좋아졌냐'는 질문은 '대한민국에 좋은 판사가 많이 있냐'는 질문이어야 하거든요."

이 변호사의 말에는 법관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존재여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법원장이 제왕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법관 스스로 아무 거리낌 없이 독립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좋은 법원'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운영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닌, 재판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존경받는 사람이 대법관이 되는 나라"라는 그의 소망은 그 동안 대한민국 사법부의 행태를 꼬집고 있다.

"신장투석 한다면서 미세먼지 계속 먹어"
 
 <두 얼굴의 법원>(창비, 권석천).
 <두 얼굴의 법원>(창비, 권석천).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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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법원>은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사법농단 취재기다. 집필을 위해 이 변호사를 여러 차례 인터뷰했기 때문에 사법농단의 내밀한 이야기도 품고 있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사법농단 전사(全史)'라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다. 아니, 사법농단의 전사를 다룬 첫 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이 변호사의 말처럼, 책에는 법관 한 명, 한 명이 독립적이지 않은, 피라미드 구조의 대한민국 사법부 민낯이 담겨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폭주한 양승태 체제의 대법원, 그리고 그 결과물인 사법농단의 행태와 속성을 권 위원은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날 북토크에서도 권 위원은 "아직도 많은 고위법관들은 사법농단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법농단이란 단어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라며 "꼭 법원행정처 출신이 아닌 분들도 똑같이 이야기한다"라고 운을 뗐다.
 
"어떤 분들은 '국정농단이란 게 최순실씨 등이 돈을 받은 건데 (판사들이) 돈을 받은 건 아니잖나'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논리가 전개되며 이탄희가 당시 사고를 안 냈으면 괜찮은데 그것 때문에 (사법부가) 신뢰를 잃었다고 하죠. 사법농단은 다른 게 아닙니다. 권력이 위로 집중돼서 대법원장이 자기 맘대로 한 것, 그것이 농단입니다. 그걸 인정해야 사법개혁이 가능한데,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결국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사법농단에 대해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양승태 구속됐으니 다 끝난 거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러지 말고, 언젠가 (사법농단 피해의) 다음 차례는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셔야 합니다. 언론, 시민단체, 국회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에서 일하다 또 재판도 하는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결국 시민들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 변호사는 사법농단 이후 현 상황을 "제도와 사람 모두가 문제"라며 "신장투석을 한다면서 미세먼지를 계속 먹고 있다"고 비유했다. 그는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 중) 일부만을 대상으로 징계를 청구하고 많은 판사에게 면죄부를 줬다, 그들이 누구인지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며 "또한 기소되지 않은 판사들이 너무 많은데 그나마 (기소된 판사 중) 유죄가 나와도 벌금형이면 판사를 계속 할 수 있다, 그런 판사들에게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지금 법원은 장기, 즉 제도가 다 망가졌습니다. 노폐물이 걸러지지 않으니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또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 계속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판결의 결론을 떠나 신뢰를 잃은 판사들이 재판을 계속 하고 있으니 논란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미세먼지를 계속 먹고 있는 것이죠. 장기도 고쳐야 하지만 먼지도 그만 먹어야 합니다. 저는 계속 법관 탄핵을 이야기해왔습니다. 그게 비현실적이라고 반론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탄핵엔 시효가 없으니, (사법농단 연루 법관이) 공직에 있는 한 탄핵은 가능합니다. 다음 국회에서라도 꼭 진행해야 합니다."

권 위원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줄이고 시민의 참여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대법관 임명제청, 판사들 승진 등의 권한이 대법원장에게 주어져 있는 것을 시급히 고쳐야 한다"라며 "국민참여재판도 현재는 피고인이 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데 앞으로 형사사건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기본으로 했으면 한다, 시민들의 상식이나 집단지성이 (재판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권 위원은 "판결문 공개도 필요하다, 지금의 판결문은 판사사회가 고개만 끄덕이면 되는 식으로 작성되고 있다"라며 "판결문이 제대로 공개되면 저 같은 기자나, 시민들이 기사를 쓰고 논평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판사들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권 위원은 "4주에 한 번 5분 동안 재판하는 진찰식 재판을 없애야 한다, 하루이틀 하더라도 종일한다던지 해서 결론을 바로 내줄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한 달 만에 만나면 그 사이에 판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나, 시스템의 대전환이 있지 않으면 현재 불신의 상태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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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