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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마크 에스퍼 신임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 방위비 분담금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국방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마크 에스퍼 신임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 방위비 분담금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국방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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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적용될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 협상이 사실상 시작되었다. 제 10차 한미 협상 대표들은 지난 8월 20일 사전협의를 진행했다. 이번 방위비분담 협상의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틀을 무시하고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위비분담' 기준을 만들어 한국에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방위비분담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한국이 일부 분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11차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미국은 "미군이 제공하는 국제안보 비용 전체를 동맹국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미연합훈련 나아가,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이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 등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에 따르는 비용까지도 분담할 것을 한국에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액으로 요구하고 있는 50억 달러는 이런 미국의 일방적인 기준에 맞춰 산정된 것이다.

'국제안보 비용 분담' 요구의 불법부당성

미국은 한국이 분담해야 할 '국제안보 비용'의 예로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이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들고 있다. 그러나 한미동맹을 규율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외부(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남한 영역)을 방어하는 것을 한미 공통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제3조에서 그 지리적 적용범위를 한국(남한) 영역으로 국한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이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대상이 아니며 이 점에서 한미가 비용을 분담해야 '국제안보 비용'이 될 수 없다.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이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은 한국방어와 무관한 미국 자신의 세계전략일 뿐이다. 즉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이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에 대해서 미국은 한국에게 한국군 파병이든 현금지원이든 어떤 형태의 비용분담도 요구할 권리가 없고 한국은 그에 응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

미국은 1987년 페르시아만 해상 수송로의 안전확보를 명분으로 한국 해군의 소해정과 승무원의 파병을 요구했다. 미국은 이듬해인 1988년에도 페르시아만 사태의 직접 경비 2000만 달러 지원, 미해군 항공기 정비지원, 필리핀에 대한 원조계획 참여 등을 한국에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두 요구를 다 거절하였다. 그것은 페르시아만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한국군 파병과 비용분담 요구가 한미상호방위조약 상의 한국방어 임무와 무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협정 틀 허물어뜨리는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비용 분담 요구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이나 남중국해 작전은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한국 밖의) 해외주둔 미군이 수행하는 작전이다.

그런데 한미주둔군지위협정(한미소파) 제5조는 주한미군의 운영유지비에 대한 경비분담 원칙을 정하고 있을 뿐, 해외주둔미군의 운영비는 한미소파의 적용대상 자체가 아니다. 한미소파 제5조에 의하면 한국은 주한미군의 유지경비에 대해서도 단지 시설과 구역의 제공만 책임지게 되어 있고 그 외 다른 주한미군 유지경비는 미국이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어 있다. 즉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이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에 대한 비용분담 강요는 한미소파 제5조 위반이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상의 방위비분담 개념은 주한미군의 주둔경비를 분담하는 것이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제1조는 "대한민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 제5조와 관련된 특별조치로서 주한미군의 주둔에 관련되는 경비의 일부를 부담한다"고 되어있다. 이에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이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과 같은 해외주둔미군의 운영비에 대한 비용 분담 강요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위배다.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이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 등의 국제안보비용(미 세계전략 수행 비용) 분담을 한국에 강요하는 행태는 방위비분담의 법적 근거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자체를 허물어뜨리고 사문화시킴으로써 미국 스스로 방위비분담의 근거를 없애버리는 꼴이기도 하다.

세계전략 수행 비용분담 수용하면 방위비분담금 감당할 수 없어

미국이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포괄적으로 정해 놓고 이 수준에 맞추기 위해 국제안보 비용(세계전략 수행 비용)을 방위비분담 청구서에 포함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50억 달러(2019년 상반기 대미 평균환율로 5조7275억 원)는 2019년 1조389억 원의 5.5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약 4조6886억 원을 인상하는 것이다.

방위비분담이 처음 시작된 1991년 이래 지금까지 모두 10차례 특별협정이 체결되었다. 하지만 방위비분담금 인상률은 역대 최대가 29.8%(1993년)였고, 인상금액으로는 역대 최대가 787억 원(2019년)이었다. 이런 사실은 한국이 미국의 세계전략 비용 분담 요구를 수용하면 방위비분담금이 앞으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액될 것임을 말해준다.

50억 달러는 올해 추경예산 5조8000억 원과 비슷한 액수다. 이는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게 되면 일자리창출이나 서민복지 향상, 일본의 경제보복 대처 예산확보와 같은 긴급한 경제운용이 사실상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방위비분담금 50억 달러는 내년도 국방예산(부처요구안) 50조 4000억 원의 11.4%에 해당하는 액수다. 50억 달러는 내년도 38만 1000명의 병사 인건비 2조961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이고 장교 7만 1000명의 인건비 4조4593억 원보다 많다. 또, 부사관 12만 7000명의 인건비 5조7501억 원과 같은 수준이다.

이처럼 방위비분담금이 국방예산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면 국방예산의 효율적 사용은 불가능해지며 남북 간 군사적 신뢰를 쌓고 단계적 군축을 이행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국방예산의 감축도 어렵게 된다.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 구성 및 남중국해 작전에 참여해선 안 되는 이유

한국이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이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과 같은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에 파병 또는 비용 부담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 경우 한국은 미국이 이란 또는 중국을 상대로 벌이는 지역 및 세계패권전략 수행을 군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중국해군의 남중국해 활동을 봉쇄함으로써 미국의 해양패권을 계속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이 미국의 남중국해 작전에 참가한다면 중국과 군사적 적대관계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또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은 당사국들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점에서 미국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은 무력사용 또는 무력사용 위협을 금지한 국제법을 어기는 것이기도 하다.

이란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깬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위기의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은 정당성이 없다.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 심지어 일본도 트럼프 정부의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 참여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참여하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

미국의 '국제안보 비용'(세계전략 수행 비용) 분담 강요는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소파,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그리고 정치적 정당성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적법성을 상실한 것이다. 따라서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서 이런 미국의 요구 자체가 협상 의제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재선 모금행사 떠나는 트럼프... 하루 만에 145억원 모아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재선 캠페인 모금행사가 열리는 뉴욕주 롱아일랜드 햄프턴스로 가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루 동안 내년도 대통령 재선 캠페인을 위한 모금행사 두 곳에서 1천200만 달러(145억 원)를 거둬들였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재선 캠페인 모금행사가 열리는 뉴욕주 롱아일랜드 햄프턴스로 가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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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지원 부담 요구도 본질에서는 세계전략 비용 분담 요구와 같아

세계전략 수행비용 분담 강요와 별개로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분담(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에 대해서도 그것대로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여기에는 문제가 없을까?

첫째, 방위비분담금의 구성항목으로 '작전지원'(미 전략자산 전개, 주한미군 순환배치, 주한미군 작전준비태세)의 신설을 요구하는 것의 불법부당성이다.

미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한국방어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며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견제와 포위를 겨냥한다. 주한미군의 순환배치도 주한미군을 붙박이 군대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어디에나 파견될 수 있는 아태기동군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대중국 견제 역할을 수행토록 하려는 미국의 구상이다. 주한미군의 작전준비태세(주한미군의 역량강화)도 그 역점은 성주배치 사드와 같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포위 기능에 두어질 것이 틀림없다.

작전지원 신설 요구는 이처럼 주한미군의 주둔형태를 한국방어임무 수행에서 대중국 견제 역할 수행에 적합한 형태로 변경하는 데 맞춰서 제기되고 있다. 작전지원 신설 요구가 받아들여지게 되면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 참가를 위해 미 항모나 핵잠수함 등의 해외미군전력이 잠시 제주강정해군기지에 기항하는 경우에도 그 비용은 방위비분담금에서 지급될 수 있다.

한국이 대중국 전초기지로 전락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중국견제 역할로 바뀌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와 함께 한국이 주한미군 및 해외주둔미군의 동북아시아 패권전략 수행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에 우리 정부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및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인 작전지원 신설 요구를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된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 이미 미국은 작전지원신설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신설요구를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강압에 눌려 군수지원비의 세부항목의 하나인 기지운영지원에 일부 반영해 주었다. 해외주둔미군이 한미연합훈련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경우 전기·천연가스·상하수도 공공요금과 저장·목욕·위생·세탁·폐기물처리 용역을 방위비분담금에서 지급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주둔미군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지급을 규정한 '이행약정'은 국제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기관 간 약정에 불과하다. 이번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는 이 이행약정의 규정이 삭제되어야 한다.

둘째 주한미군 인건비 지급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인건비는 한국이 분담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미군 인건비를 미국이 아닌 주둔국가가 지급하는 사례가 없다. 또 방위비분담금은 그 개념이 어디까지나 주한미군의 현지(한국)발생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지 미국에게 어떤 영업적 또는 사업적 이득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만약 미군 인건비를 우리 국민 세금으로 지급하게 되면 미국은 이로부터 (근로)소득을 얻게 되며, 방위비분담 특별협정과 영업활동을 금지한 한미소파 제7조를 위배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미국의 주한미군 인건비―그것이 본봉이 아닌 설사 수당이라 하더라도―분담 요구를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된다.

방위비분담금은 이미 '포화상태'

방위비분담금은 해마다 2000~3000억 원 정도의 미집행금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누적된 미집행 방위비분담금이 2018년 12월 말 기준 2조 원 정도에 이른다. 이는 방위비분담금이 과도한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다. 미국이 그동안 방위비분담금을 운용해 수취한 이자소득도 3000억 원이 넘는다. 최근에도 미국은 연간 300억 원 정도의 이자소득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주한미군에 대한 직접지원 및 간접지원을 다 합치면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경비보다 최소 5배 이상 많이 부담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방위비분담금이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해 있고, 이런 조건에서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방위비분담의 법적인 정의까지 부정하면서 세계전략 수행 비용 분담을 한국에 강요하는 것,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위배하면서까지 작전지원 신설을 요구하는 것, 또 방위비분담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주한미군의 인건비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다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경비 분담(방위비분담)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조건에서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구실 찾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전략수행(국제안보) 비용, 해외주둔미군의 운영비용, 주한미군 인건비 등에 대한 분담 강요는 불법부당한 것으로 이번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에서는 원천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 그러면 남는 것은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뿐이다. 그런데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등에서 누적된 미집행 방위비분담금만 2조 원에 달한다. 군사건설비의 경우 평택미군기지이전 완료로 그 수요가 이전보다 20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은 올해 방위비분담금 1조389억 원에서 수천억 원이 삭감되어야 그나마 한미 간 형평을 기할 수 있다. 그리고 방위비분담금이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전략, 나아가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을 군사적으로·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남북 및 북미 정상 합의로 마련된 한반도 평화정세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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