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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한 번꼴로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사건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들을 다룹니다. 각 사건의 핵심내용 소개에 그치지 않고 사건 관계자들의 범죄 또는 부패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록합니다. 그래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권력부패를 기억하는데 주춧돌이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낮 여의도 전경련 회관을 방문, 대기업 회장단과 티타임을 가졌다.박 당선인은 "미래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도  "대기업도 좀 변화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허창수 회장이 박당선인에게 전경련에서 제작한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왼쪽 앞줄부터 정준양,이준용,최태원,정몽구,박당선인,허창수구본무,신동빈.뒤줄왼쪽부터,류진,현재현,강덕수,박삼구,박영주,김윤. 2012.12.26
 2012년 12월 26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여의도 전경련 회관을 방문해 대기업 회장단과 티타임을 가졌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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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의 3번째와 4번째 글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기획하고 주도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판결문을 기준으로 살펴보았다. 시민들에게 폭넓은 영향력을 끼치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자신들과 반대편에 있는 이들을 얼마나 억압했는지 생생히 소개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반대 세력 억압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동조하는 보수우익 단체들을 활용하기 위해 또 하나의 범죄를 실행한다.

박근혜 정부에 앞선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정부에 우호적인 시민사회단체를 동원하고 그들을 육성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특히 '뉴라이트'를 표방한 새로운 보수우익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때 급속히 성장한다.

이런 흐름은 박근혜 정부에서 더 강해졌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는 법과 제도에 따른 재정 지원이나 보조금 지급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보수우익단체에 자금을 제공해준다. 지원대상 보수우익단체 명단, '화이트리스트'가 실행된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는 자금제공의 원천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지목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2016년 10월까지 모두 42개의 보수우익을 표방한 단체들에 69억 7천여만 원이 제공되었다. 산술적으로 1개 단체당 1억6600여만 원을 받은 셈이다.

2014년에는 22개 보수우익단체에 98회에 걸쳐 22억 7993만 5000원이 제공된다. 1회 평균 제공액은 2326여만 원이었다. 2015년에는 31개 단체에 140회에 걸쳐 35억 9661만 1050원이 제공되고 1회 평균 제공액은 2569여만 원이었다. 횟수도 늘고 금액도 늘었다.

2016년에는 40개 단체에 49회에 걸쳐 10억 9367만 원이 제공되었다. 1회 평균 제공액은 2231여만 원이었다. 2014년과 2015년에 비해 줄었다. 2016년에는 7개월 동안만 자금제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해 봄 <시사저널>에서 청와대의 보수단체 '어버이연합' 지원 및 관제시위 기획 의혹을 보도한 여파로 4월 하순부터 7월 중순까지 자금제공이 일시 중단되었다. 또 그해 가을에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터졌기 때문에 10월 25일 이후는 자금제공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만약 이런 일이 없었다면 앞선 두 해에 비해 더 늘어났을 것이다.

총책임자는 김기춘, 실행 책임자는 박준우-조윤선-현기환 정무수석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지원 (일명 ‘화이트리스트’) 관련 선고심 실형을 선고 받고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버스에 오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 되었다.
 2018년 10월 5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지원(‘화이트리스트’) 관련 선고심 실형을 선고 받고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버스에 오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 되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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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자초지종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범죄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보자.

우선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실 사람들이다. 총책임자는 김기춘 비서실장(2013.8~2015.2)이다. 김 실장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의 정무수석이 이 불법적 행위를 이끌어간다. 처음에는 박준우 정무수석(2013.8~2014.6)이 시작했으나, 그 후임자인 조윤선 정무수석(2014.6~2015.5)과 현기환 정무수석(2015.7~2016.6)도 이 사업을 이어간다. 김기춘 실장이 2015년 2월에 물러나지만 청와대의 이 사업은 3년 동안 이어진다.

실행 업무를 맡은 곳은 정무수석 산하의 국민소통비서관실이다. 이들은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상관들의 승인을 받은 후 전경련 측에 보내고 전경련에 자금제공을 다그친 이들이다.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2013.3~2014.6)과 그 후임자인 정관주 국민소통비서관(2014.10~2016.2), 오도성 국민소통비서관이다. 그리고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최홍재 선임행정관, 허현준 행정관, 오도성 행정관(나중에는 비서관이 됨)도 있다.

전경련 측에서는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정무수석들을 상대했다. 이용우 사회본부장, 박찬호 전무, 이아무개 사회협력팀장이 비서관 또는 행정관의 연락을 받아 자금제공 업무를 처리하였다.

청와대가 지목한 어버이연합은 8억4800만 원으로 제일 많이 받아

그렇다면 청와대가 불법을 저질러가며 자금을 제공한 42개 보수우익단체들은 어떤 곳일까. 아래는 대표적인 곳들이다.

우선 제일 많이 돈을 받은 곳은 어버이연합이다. 이곳은 가장 먼저 전경련의 돈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2014년 2월 19일에 받은 7천만 원을 시작으로 2016년 3월까지 모두 20회에 걸쳐 8억 4800만 원을 받았다.

다음으로 많이 받은 곳은 예비역 대령 서정갑이 이끈 국민행동본부이다. 11회에 걸쳐 4억 8천만 원을 받았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도 14회에 걸쳐 3억 8622만 원을 받았다. 다음으로 애국단체총협의회가 7회에 걸쳐 2억 6014만 2050원을 받았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은 12회에 걸쳐 2억 4천만 원을 받았다. 어버이연합을 비롯해 이들 단체는 보수우익 성향뿐만 아니라 '아스팔트 단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과격한 거리시위와 집회에 몰두한 곳들이다.

차세대문화인연대는 7회에 걸쳐 2억 3202만 원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는 역할을 열심히 했던 이 단체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이 각별히 자금제공을 챙긴 곳이다. 서경석 목사가 이끌던 선진화시민행동은 5회에 걸쳐 2억 1750만 원을 받았다. 뉴라이트 세력의 초기를 이끌었던 시대정신도 9회에 걸쳐 2억 500만 원을 받았다.

월드피스자유연합은 12회에 걸쳐 1억 5640만 원을 받았는데, 이들은 박근혜가 지목한 이른바 '4대 법안' 추진을 반대하던 야당 의원들을 공격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수 차례 열었다. 청와대가 2015년 말과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이 단체에 집회나 기자회견 개최를 주문하고 4대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 낙선운동을 벌이게 한 일은 따로 소개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청년단체들에도 전경련 자금을 불법적 방식으로 제공한다. 청년이 만드는 세상(청년만세)이 7회에 걸쳐 1억 4270만 원을 받았다.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이 8회에 걸쳐 1억 4200만 원을, 한국대학생포럼이 9회에 걸쳐 9307만 원을 받았다.

보수적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데 유용한 잡지나 기사를 발행하는 곳도 청와대 화이트리스트에 들어 있었다. 대학교나 고등학교에 무상으로 배포되는 보수적 잡지인 <바이트>는 12회에 걸쳐 3억 3646만 원을 받았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20대 국회의원인 신보라 의원이 <바이트> 편집장 출신이다. 스토리케이도 13회에 걸쳐 2억 6460만 9000원을 받았고 미디어워치, 올인코리아 등도 청와대를 통해 전경련 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우파단체 대표들, 김기춘에게 자금지원 요구

이제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2013년 8월, 대통령 박근혜의 비서실장으로 김기춘이 임명된다. 그는 2013년 10월 8일, 박준우 정무수석, 정무수석실의 신동철 소통비서관과 함께 서울 성북구에 있는 삼청각에서 보수 우익단체 대표자 10여 명과 오찬을 나눈다. 김기춘 실장이 만난 이들은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 애국단체총연합회 이상훈 상임의장, 재향군인회 박세환 회장 등이었다. 이들 보수우익단체들 대표들은 이렇게 말한다. 
 
"진보단체들은 몇만 명씩 집회를 하는데, 보수단체는 지원만 되면 진보단체보다 더 큰 규모의 집회도 할 수 있다. 현재 보수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우니 청와대에서 도와 달라."

그 후 김기춘 실장은 박준우 정무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건전 보수 단체 육성방안을 강구해보라.'

이 지시는 박 수석을 거쳐 신동철 소통비서관과 최홍재 선임행정관에게 전달되고, 최홍재 선임행정관은 허현준 행정관과 함께 실행방안을 마련한다. 두 사람은 '시민단체 균형발전 방안', '건전단체 육성방안' 검토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국민소통비서관실의 또 다른 행정관에게 다듬어 완성하게 한다.

이 보고서들에 특정 정치성향 단체들의 재정·기획 능력 향상이나 청년단체 연계방안 등을 담았다. 2013년 12월, 최 선임행정관은 완성된 두 보고서를 신동철 비서관에게 보고하고, 이는 다시 박준우 수석을 거쳐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된다.

김기춘 "보수단체 자금 지원 방안을 강구해라"

보고를 받은 김기춘 실장은 박준우 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보수단체 자금 지원 방안을 강구해보라. 신동철이 잘 아니까 의논해서 처리하라."

그 결과 신동철 비서관이 12월 말 즈음에 박준우 수석과 김기춘 실장에게 이렇게 보고한다.
 
"전경련을 통해 보수단체에 자금지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신동철 비서관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김완표 전무로부터 전경련이 보수적인 시민단체들에 자금지원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이렇게 보고했다.

당시 전경련은 회원사들이 낸 회비 중에 일부를 사회협력사업비 또는 사회공헌사업비 계정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전경련은 시민단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사회협찬관리 내규에 따라 내부 심의를 거쳐 자금을 지원하고, 지원받은 단체로부터는 지원금 사용처에 관한 증빙서를 제출받아 사후관리하고 있었다.

이런 방안을 보고받은 김기춘 실장은 자신이 지목하는 5개 단체를 포함하여 보수우익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게 하라면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만나보라고 신동철 비서관에게 지시한다. 이때 김기춘 실장이 지목한 5개 단체는 한국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애국단체총협의회, 선진화시민행동, 그리고 국민행동본부였다.

최홍재 "청와대에서 결정, 15개 단체에 30억 원 지원해달라"

이에 따라 2014년 1월 9일에 신동철 비서관은 서울 중구에 있는 한 호텔의 일식당에서 삼성그룹 김완표 전무의 소개를 받아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을 만나 이렇게 말한다.
 
"청와대에서 시민단체 쪽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또 그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호텔의 비즈니스센터에서 전경련의 박찬호 전무도 처음 만나는데,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보수단체들이 어려우니 많이 도와달라."

그 뒤 신동철 비서관은 최 선임행정관과 함께 김기춘 실장이 지시한 5개 단체에 '차세대문화인연대',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바이트', '스토리케이',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을 포함시켜 자금 지원 대상 단체로 15곳을 선정한다. 이들 15개 단체별 지원금액도 배정하여 박준우 수석에게 보고한다. 이는 김기춘 실장에게도 보고되는데, 김 실장은 이대로 전경련에서 지원하게끔 하라고 지시한다.

김기춘 실장의 승낙이 떨어지자 최홍재 선임행정관이 2014년 1월 20일경에 전경련의 이아무개 사회협력팀장에게 연락한다. 그는 이 팀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청와대 내부에서 결정되었다. 청와대에서 지정하는 15개 단체에 총 30억 원을 지원해주면 좋겠다."
  
신동철 "실장님이 직접 챙기시고 있습니다"
 
특검에 재소환되는 신동철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재소환되고 있다.
 2017년 1월 24일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재소환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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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이 내용을 보고받은 전경련의 이용우 사회본부장이 청와대의 요구를 확인하려고 최 선임행정관에게 전화를 한다. 이 본부장이 "이거 어떻게 해요, 이렇게 하시면 안 되잖아요"라고 난색을 보이자, 최 선임행정관은 "윗선에서 다 정해진 것이다"라고 말하면 이렇게 덧붙인다.
 
"지원대상 시민단체에 벌써 지원받을 금액까지 이미 이야기해버렸으니 요구한 금액대로 지급해달라."

그러나 전경련은 곧장 돈을 보내지 않고 뜸을 들인다. 이용우 본부장으로부터 청와대 요구사항을 보고받은 박찬호 전무가 이승철 부회장에게 보고했는데, 이 부회장이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라, 그리고 자금지원을 바로 하지 말고 잠시 두고 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자금 지원이 미루어지자 청와대는 독촉하기 시작한다. 2014년 2월 어느 날, 신동철 비서관이 이승철 부회장에게 전화하여 이렇게 독촉한다.
 
"비서실장 관심 사안으로서 실장님이 직접 챙기시고 있습니다. 반드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동철 비서관의 부하인 허현준 행정관도 이아무개 사회협력팀장에게 따로 연락하여 어버이연합, 국민행동본부, 애국단체총협의회 등에 먼저 돈을 보내라고 독촉한다.

이렇게 되자 전경련이 더 머뭇거릴 수 없었다. 전경련은 2월 19일에 첫 번째로 '어버이연합'에 7천만 원을 보낸다. 이어 28일에는 '국민행동본부'에 5천만 원을, '애국단체총협의회'에 1500만 원을 송금한다. '어버이연합'의 경우 송금받은 계좌의 명의는 '사단법인 벧엘복음선교재단'이었다. 이는 위장된 계좌였을 뿐이고 실제 돈의 사용자는 어버이연합이었다. 이어서 3월 3일에는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에 2천만 원을, 3월 13일에는 '스토리케이'에 1325만 원을 보낸다.

그런데도 2014년 3월에 애국단체총협의회 회장이 김기춘 실장에게 전경련이 제대로 자금 지원하지 않는다고 항의한다. 이미 2월 28일에 1500만 원을 받았음에도 기대하던 만큼의 금액의 전부를 한꺼번에 받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김기춘 실장이 신동철 비서관을 불러 이렇게 질책까지 한다.
 
"신 비서관이 지난번에 나한테 전경련에 얘기해서 청와대에서 만든 안대로 지원이 된다고 보고하였는데, 왜 지원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냐"

곧장 신동철 비서관은 이승철 부회장에게 연락해 "비서실장 관심사안인데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항의한다. 그러자 전경련은 3월 12일에 1500만 원을 추가로 애국단체총협의회에 보낸다.

박준우 "지난 대선 때 도움 준 단체이므로 지원해야"

이런 가운데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신동철 비서관에게 청와대가 지목했던 곳 중에 5곳은 제외하면 안 되냐고 묻는다. 자유총연맹과 재향군인회, 재향경우회는 전경련보다도 재정 규모가 큰 단체이고, 선진화시민행동과 애국단체총협의회의 경우에는 돈을 받더라도 애초 말한 곳과는 다른 곳에 쓰기 때문에 지원하기 어렵다고 사정을 말한다.

김기춘 실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 뒤 신동철 비서관이 전경련 측에 보낸 답은 이렇다.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재향경우회는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선진화시민행동과 애국단체총협의회는 비서실장 지시사항이니 지원하십시오."

이승철 부회장이 3월 18일에 청와대에서 박준우 수석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선진화시민행동과 애국단체총협의회를 지원단체에서 제외해달라고 했을 때도, 박준우 수석은 이렇게 말하며 거절한다.
 
"지난 대선 때 도움을 준 단체이므로 지원해야 한다."

그 결과 청와대는 자유총연맹 등 3개 단체만 자금제공 대상에서 제외해준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들 3개 단체에 배정했던 돈을 줄 곳으로 월드피스자유연합과 한국대학생포럼 등 10개 보수우파 단체를 추가한다.

그래서 처음 15개였던 2014년 자금제공 대상 단체는 22개로 바뀐다. 2014년 5월에 허현준 행정관은 이렇게 바뀐 단체들 목록과 단체별 배정 금액을 전경련에 보낸다. 그리고 이아무개 사회협력팀장에게도 연락하여 "시민단체에서 요청이 오면 바로 전경련 상부에 보고해서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해라"라고 말한다.

한편 2014년 6월 12일에 박준우 정무수석 후임자로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이 신임 정무수석으로 내정된다. 두 사람은 6월 13일에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다. 정무수석실의 주요 업무 현안에 대해 인수인계하는데, 박준우 전 수석은 신임 조윤선 수석에게 이렇게 말한다.
 
"비서실장의 지시로 전경련을 통해 보수단체를 지원하는 일도 정무수석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대통령님이나 실장님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이니 챙겨야 할 것이다."

조윤선 정무수석은 신동철 소통비서관으로부터도 국민소통비서관실 업무를 보고받는데, 신 비서관은 이렇게 보고한다.
 
"국민소통비서관실은 아스팔트 우파 단체를 관리해야 한다. 우파지원 문제가 제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현재 전경련을 통해서 지원하고 있는 아스팔트 단체에 대해서 지원을 잘 안 하려고 한다. 이승철 부회장이 정말 말도 안 듣고 힘들게 하는 사람이다. 조 수석께서도 이승철을 좀 잘 잡아 놓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보수우익단체 자금제공이 주요 업무임을 파악한 조윤석 수석이 7월 22일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승철 부회장을 만난다. 조 수석은 이 부회장에게 "보수 시민단체에 그동안 지원 등 도움을 많이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드린다"고 말한다.

그 뒤 정무수석실은 돈을 잘 보내고 있는지 중간점검에 나선다. 허현준 행정관은 2014년 8월에 전경련의 B주무관 등에게 앞으로 '분기별 자금집행 현황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또 수시로 이아무개 사회협력팀장에게도 전화하여 이렇게 말하면서 압박한다.
 
"지금까지 얼마 지원이 나갔냐?"
"왜 지원 속도가 이렇게 더디냐?"
"일부 단체에는 왜 지원이 빨리 되지 않느냐?"
"(시민단체에서) 사업계획서를 보냈다는데 빨리 챙겨서 보고해라."

이 때문에 전경련은 2014년 10월 17일경을 비롯해 수시로 자금 제공 상황을 청와대에 보낸다.

한편 신동철 비서관의 후임으로 2014년 10월경 정관주가 임명된다. 신임 정관주 소통비서관은 정무비서관으로 옮겨간 신동철로부터 보수단체 자금제공 업무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신동철의 소개로 전경련의 박찬호 전무를 만난다. 그는 박 전무에게 "2014년도 나머지 자금지원도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조윤선 "보수단체 역량강화 교육 부탁한다"

조윤선 정무수석은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정무수석실) 비서관 회의에서 이렇게 지시한다.
 
"장기적으로 보수 단체의 자생력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서 보고하라."

얼마 뒤 오도성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보수단체 역량강화 보고서'를 조윤선 수석에게 보고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윤선 수석이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연락해 이렇게 요구한다.
 
"보수단체들의 역량이 떨어진다. 사업계획서 작성이나 재무관리, 네트워크 관리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경련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전경련은 2014년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NGO 실무자 아카데미'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보수우파단체 관계자들에게 예산, 재무관리, 사업계획서 작성, 모금 및 홍보전략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조윤선 수석도 김기춘 실장처럼 몇몇 단체는 직접 지원대상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차세대문화인연대이다. 조 수석은 2014년 12월 3일경 정무수석실 비서관회의에서 정관주 소통비서관에게 차세대문화인연대를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한다. 12월 22일경에도 재차 지원을 강조한다.

이 단체는 2014년 9월경에 '다이빙벨을 저격하다'는 동영상을 만드는 등 친정부적인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하고 있었다. 영화 <다이빙벨>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자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비판여론을 호도한 보수우익 단체를 각별히 챙긴 셈이다.

2014년 연말, 정무수석실은 2015년도 자금제공 보수우익단체 목록을 다시 만든다. 먼저 정관주 소통비서관이 허현준 행정관에게 차세대문화인연대를 비롯해 조 수석이 평소 호의를 가지고 있던 청년·대학생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허현준 행정관은 차세대문화인연대의 경우에는 2014년에 받은 자금보다 9천만 원을 증액해 2억 5천만 원을 지원하고, 청년·대학생단체인 청년만세(청년이 만드는 세상)을 비롯해 몇 곳을 신규지원 대상으로 포함시켜 '2015년 자금지원 대상 단체별 지원금 목록'을 만든다. 모두 31개 단체에 40억 원을 지원하자는 내용이었다.

정관주 비서관은 조윤선 수석에게 '2015년 자금지원 대상 단체별 지원금 목록'을 보고하며 이렇게 설명한다.
 
"연금개혁 등과 관련하여 대학생, 청년단체의 활동이 기대되고 지원도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대학생, 청년단체의 숫자를 늘리고 금액도 늘렸습니다."
 
허현준 "전경련은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지 조정하는 것 아닙니다"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화이트리스트 실행혐의와 위증죄로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포승줄에 묶여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18년 10월 5일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화이트리스트 실행혐의와 위증죄로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포승줄에 묶여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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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수석은 그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정관주 비서관은 2014년 12월 29일에 서울 중구의 한 호텔 3층 일식당에서 전경련 박찬호 전무를 만나 '2015년도 목록'을 건넨다. 그런데 박 전무가 이렇게 하소연한다.
 
"이렇게 배정하는 식으로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저희도 예산이 없고 회원들 눈치가 보여 매년 추경하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정관주 비서관은 이렇게 답한다.
 
"올해 정부 시민단체 예산이 많이 없어졌답니다. 그래서 보수단체가 어려우니 도와줘야 합니다."

정 비서관을 만나고 난 뒤 박찬호 전무가 전경련의 권아무개 신임 사회협력팀장에게 "20억 원으로 줄여보는 쪽으로 청와대에 이야기해 봐라"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권 팀장이 2015년 3월 6일경에 서울 세종문화회관 인근 커피숍에서 허현준 행정관을 만나 감액을 요청해 본다. 그러나 허현준 행정관도 다음과 같이 말하며 전경련의 하소연을 단칼에 거부한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다 정해져 있는 건데, 이것은 한마디로 전경련은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지 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말대로 전경련은 더 이상 조정 요청을 하지 못하고 청와대가 보내온 자금제공 단체 목록과 단체별 금액에 맞추어 자금제공을 시작한다.

2015년 자금 지원 목록을 건넨 후의 사건 진행과 이들에 대한 처벌은 다음 편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또 전경련을 압박해 돈을 제공한 사건 외에 재향경우회에 특혜를 제공하도록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강요한 사건도 살펴볼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에 나온 이들은 모두 판결문에 이름이 기재된 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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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운동을 시작으로, 권력감시와 사법개혁, 반부패 운동, 정치개혁 운동을 경험하였습니다. 약 20년 시민운동 경험을 또 다른 곳에서 펼쳐보려 노력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