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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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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일부로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하면서 INF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1987년 미소간에 체결된 INF 조약은 1972년 체결된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과 더불어 냉전 시대에 핵전쟁의 위험을 막은 양대 조약이었다. ABM 조약은 데탕트를, INF 조약은 신(新) 데탕트 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2001년 9.11 테러를 틈타 ABM 조약에서 탈퇴해 버렸다. 그리고 18년 후에 트럼프 행정부는 냉전의 망령을 가둬둔 마지막 잠금 장치마저 풀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미·러가 체결한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만료 시한도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만약 2021년 2월까지 두 나라가 이 협정을 갱신하거나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두 나라의 핵무기 보유 상한선은 없어지고 만다. 그런데 미·러간에는 협상조차 시작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아마겟돈'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고도 고통스럽게 떠오른다. 양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 미국이 INF 조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겨냥한 중국, 이 세 나라 사이의 핵군비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최대 피해자 될 수 있어

이는 강대국들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 사이 군비경쟁의 잠재적인 최대 피해자는 미국 미사일의 '접수국'이 될 것이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과 아시아의 한국 및 일본이 그 잠재적인 대상들이다. 나토 회원국이 미국 미사일 배치를 수용하면 그 나라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나 일본이 미국의 미사일 배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은 물론이고 중국의 경제 보복에도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 대란'이 보여주었듯 우리는 너무나도 취약한 처지에 있다. 중국에 가장 가까운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중국에 경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이기에 그렇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미사일이 한국 땅에 들어오는 순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종언을 고할 가능성이 높다.

하여 INF 조약이 사라진 미래를 미·중·러에만 맡겨둘 수 없다. 지구촌이 단합해 '글로벌 아마겟돈'을 막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이다. 전화위복이 되려면 INF 종언이 핵군비경쟁의 격화가 아니라 새로운 핵군축 협상의 길을 열어주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군비경쟁과 군축 협상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있다.

'군비증강 불사론'이 만나면
 

하나는 중국을 자극해 군비경쟁을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군비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해온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그리고 이들의 머릿속에는 '냉전 승리의 비결'이 담겨 있다. 경제적으로 피폐해지고 있던 소련을 군비경쟁으로 유도해 소련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강경파들의 대중국 전략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분석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을 격화시켜 중국의 경제성장을 억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비경쟁을 격화시켜 중국의 경제성장을 더더욱 옥죄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당연히 때린 주먹도 아픈 법이다. 그러나 중국이 더 아프면 이기는 것이라는 게 미국 매파들의 생각인 것 같다.

한편 지금까지 중국은 소련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여겼다. 경제보다 군비증강을 중시해서 국가의 명운을 달리한 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중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미국의 봉쇄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내에선 다른 기류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례로 미국이 INF 조약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아시아에 미사일 배치를 타진하자 중국의 <글로벌타임즈>는 사설을 통해 "중국의 경제력은 군비증강을 감당할 수 있다"며 결기를 내비쳤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 및 그 동맹국들을 상대로 전면적인 군비경쟁을 벌이는 것은 중국을 포함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미국과의 경제전쟁으로 경제성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예산을 군비증강에 쏟아붓게 되면 경제성장이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군비경쟁 불사론'은 빈부 격차 해소와 같은 내부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소중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위협론'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국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까닭이다.

시진핑, 트럼프의 다른 손을 잡아야

'두 얼굴의 사나이' 트럼프는 한 손으로는 중국을 윽박지르면서 미소 띤 얼굴로 다른 손을 내밀고 있다. '군축 협상에 중국도 참여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 및 이란을 상대로 구사해온 '최대의 압박'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8월 2일 INF 조약 파기 이후 후속 대책과 관련해 "러시아와 핵협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며 "어떤 지점에선 중국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이는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이 될 것"이라며, "중국도 매우 흥미로워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제안에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설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안보회의 서기는 6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중·단거리 미사일에 관한 조약이 다자적 성격을 띠면 좋을 것 같다면서 당사자 가운데 한 나라로 중국을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 과정에 참여하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러한 다자 조약 체결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와 미국은 대혼란을 피하기 위해 군축 협상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러 양자 협상을 선호하는 러시아의 입장과 미·중·러 다자 협상을 원하는 미국 사이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공은 중국에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끝내 다자 군축 협상 참여를 거부하면 '글로벌 아마겟돈'을 피할 수 없다. 물론 그 1차적인 책임은 INF 조약 당사국들인 미국과 러시아에 있다. 하지만 중국이 참여를 거부하고 군비경쟁을 불사한다면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이 용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내민 손을 잡아 미·중·러 사이의 전략적 균형을 회복하고 새로운 핵군축의 시대를 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태그:#I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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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입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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