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 > '글로벌 비즈니스, 대리모'편 중 한 장면

MBC < PD수첩 > '글로벌 비즈니스, 대리모'편 중 한 장면 ⓒ MBC

 
지난 6일 MBC < PD수첩 >은 세계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대리모 산업을 조명한 '글로벌 비즈니스, 대리모'에 이은 2부 '무허가 비즈니스, 대리모'를 방송했다.

이날 방송은 편법과 범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이득을 챙기는 이들 때문에 누가 피해를 보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제작진이 확인해본 바, 국내에는 대리모와 관련한 기초적인 통계가 전무했다. 
 
방송에 따르면, 난임 부부가 마지막 희망을 거는 것이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다. 보통 병원에서는 대리모가 필요한 경우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는데, 의학적으로 봤을 때 산모가 자신의 자궁으로 임신을 할 수 없어야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리모를 찾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브로커들이었다. 
 
제작진은 대리모 브로커를 직접 만나기 위해 대리모 관련 인터넷 카페-블로그에 문의 글을 남겼다. 그렇게 만난 대리모 알선 브로커는 대리모 의뢰 진행비는 95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중 3천만 원은 대리모 프로그램 진행 전에 먼저 내야 하는 돈이라고도 덧붙였다. 큰 돈이 들어가는 일임에도 제작진과 만난 또 다른 브로커는 계약서 한 장 쓰지 않았다. 제작진이 해당 브로커에게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불안하다'고 하자, 그는 "다른 사람들은 다 감수한다"고도 말했다.

이날 방송에선 대리모 시술을 진행하려다가 사기로 큰 돈을 잃은 여러 피해자의 사례도 나왔다. 대리모 시술 자체가 한국에서는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를 당해도 신고하기는 어렵다. 
 
워낙 난임 부부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브로커들이 많다 보니, 브로커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사기꾼이 있을 정도다.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브로커 김아무개씨는 대리모 사이트를 개설해 놓고 난임 부부들을 끌어들여 가짜 대리모를 소개해 계약을 맺었다. 방송에 따르면 피해액은 1억 7천만 원가량. 지난 7월 법원은 있지도 않은 대리모가 있다고 속인 김아무개씨의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았고,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를 도운 그의 남편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다.
 
 2019년 8월 6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무허가 비즈니스, 대리모' 편 2부 중 한 장면

2019년 8월 6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무허가 비즈니스, 대리모' 편 2부 중 한 장면 ⓒ MBC

 
제작진과 만난 당시 사건 담당 형사에 따르면, 김아무개씨는 가짜 대리모를 내세운 뒤 아기나 초음파 사진은 포털에서 검색한 것을 가져다가 '진짜 출산한 아기'라며 전송했다고 한다. 문제는 피해자가 한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드러난 피해자만 해도 12명에 달한다. 반대로 대리모가 사기를 친 경우도 있었다. 
   
< PD수첩 >은 정부와 의료계가 이런 현실을 방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1년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대리모와 관련한 윤리 지침을 마련했고, 지침의 요지는 대리모 시술 의뢰자와 대리모간 금전적 거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방송에 의하면, 대다수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해당 지침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언급하자, 제작진과의 인터뷰에 응한 한 대리모 알선 브로커는 코웃음을 치며 '그건 형식적인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브로커의 주장에 따르면 돈을 주고 대리모를 구해서 데려가더라도 '(의뢰자의) 친척이다'라고 말하면 시술이 승인된다는 것. 더구나 해당 지침은 학회 차원의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관련 법안 역시 공백 상태다. 국회에서 처음으로 대리모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은 지난 2005년인데, 이후에도 몇 차례 법안 발의 시도가 있었으나 공론화 및 법제화하는 데에는 모두 실패했다.

법의 사각지대...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2019년 8월 6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무허가 비즈니스, 대리모' 편 2부 중 한 장면

2019년 8월 6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무허가 비즈니스, 대리모' 편 2부 중 한 장면 ⓒ MBC


< PD수첩 >은 '무허가 비즈니스, 대리모' 편 1부와 2부에 걸쳐 대리모 산업의 이모저모를 뜯어보았는데, 정말로 총체적 난국이란 말로도 부족했다. 이미 존재하는 제도는 충분히 악용될 우려가 높고, 실정을 제대로 모르는 외국인 대리모는 사기에 가까운 거래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대리모가 된 후에도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희망을 찾아다니는 난임 부부들은 브로커와 대리모를 굳게 믿지만, 만약 그들이 사기를 쳐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이 산업은 누구를 위해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익명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결혼하면 애를 낳고 키우고 일들이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들 중 하나인데, 난임은 그런 평범함을 누리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난임 부부 당사자에게는 난임이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희망을 찾다가 브로커에게 온 그들은 '믿을 만한 거래'라는 얘기에 큰 돈을 내놓게 된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수억 원까지 기꺼이 내놓는 그들의 간절함 앞에 사회가 너무 무관심한 건 아닐까.
 
난임 부부를 위한 마지막 희망 중 하나인 '대리모 시술'이 법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그런 상황 때문에 난임 부부나 대리모가 쉽게 착취당하거나 사기 피해를 입는 상황. 만약 사기나 착취 없이 대리모 시술이 이뤄지더라도 거액의 돈이 거래에 쓰이고, 출산 전까지 불안에 떨어야 하는 현실. 이런 게 '희망고문'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난임 부부의 애절한 바람은 청와대 청원으로도 이어지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국민적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의 고통에 대한 책임 있는 응답이 아닐까. < PD수첩 > 제작진은 대리모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난임 부부와 대리모가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으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횡단보도를 그려 놓지도 않고 무단횡단을 한다고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한학수 앵커의 마지막 말이 주는 울림이 컸다.
PD수첩 대리모산업 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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