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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임하는 '부자유전' 실행위원들
 기자회견에 임하는 "부자유전" 실행위원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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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이후 '소녀상')'을 포함한 16개의 작품이 전시된 2019아이치 트리엔날레(이후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이후 '부자유전')'의 중지가 발표된 지 3일이 지난 6일 오후, '부자유전' 실행위원 4명이 아이치현 현청을 방문해 오무라 히데아키 현 지사에게 공개질의서를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가장 큰 전제는 전시 재개... 트리엔날레 기획전 지켜낼 것"

공개질의서는 오무라 지사가 공무로 부재중인 관계로 현 실무담당자에게 전달했고, 그 뒤 기타클럽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저희들의 가장 큰 전제는 전시의 재개이다. 츠다 감독으로부터 처음에 출품을 의뢰받았을 때부터 기획과 큐레이터를 담당한 하나의 팀이고, 이는 또한 작가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히며 전시의 재개와 '트리엔날레' 기획전 마지막까지 전시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이 '부자유전'의 출발이 2012년 사진가 안세홍씨의 '위안부' 사진전이 니콘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지된 데서 출발했음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그 사건 이후 재판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앗아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다시 한 번 비슷한 내용의 결과가 생긴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기자회견 장에 들어서는 '부자유전' 실행위원들
 기자회견 장에 들어서는 "부자유전" 실행위원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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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아이치현 오무라 히데아키 지사에 보낸 공개 질의서를 통해 다음 7가지 사항에 대해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1. 구체적 협박의 내용을 보여줄 것
2. 중지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3.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회의록 공개
4.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규정 공개
5. 예상되는 항의전화에 대해 '부자유전' 측에서 여러 가지 제안을 했는데, 그것이 어떻게 실행되었나.
6. 전화 대응을 하는 현장의 직원에 대한 교육이나 대응 방법, 그리고 그 뒤의 직원들에 대한 케어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7. "가솔린을 가지고 가겠다" 등의 테러 예고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범죄행위에 대해 형사고발했는지, 만약 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은 특히 더 빠른 전시의 재개를 위해 8월 10일까지 서둘러 답변을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8월이 아시아에 있어서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뒤돌아 보는 중요한 시기임을 상기시키며 일본 사회가 자기 기준에서만 세계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서로가 다른 입장의 처지를 상상하며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을 주문했다. 또한 '부자유전'이야말로 일본 사회의 부정적인 가치관, 역사관을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아이치현과 사무국은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다 했나"

'부자유전' 측은 자신들이 2015년 '부자유전'을 열었을 때 겪었던 방해행위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트리엔날레' 측에도 구체적인 대응 방법에 대한 제안을 했음을 밝혔다. '부자유전' 측은 전화에 녹음 기능을 부착하거나, 발신자 번호 표시 기능을 설치하는 등 아주 초보적인 부분부터 여러 가지 구체적 제안을 했지만, '트리엔날레' 사무국은 이런 대응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결국 항의전화를 비롯한 방해행위들은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그런 일들에 대한 대응이 성실하게 준비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도 '부자유전' 측은 '트리엔날레' 사무국에 의문을 던졌다.

또한 오무라 지사가 전시가 취소된 뒤인 지난 5일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의 '전시 중지 요청' 발언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왜 그 일이 벌어졌을 때 바로 대응하지 않고 전시가 중지되고 난 이제와서 문제제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실행위원인 오구라 도시마루씨는 "가까운 도서관을 한 번 가서 봐라. 거기에는 한일관계에 관해서만 해도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책들이 같이 공존하고 있다. 그것 또한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왜 미술에 대해서만 이렇게 이상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실행위원들은 이번 기회가 역사를 바로 보고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결코 이 기자회견이 '트리엔날레' 사무국과의 협의의 결렬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만, 자신들이 던진 질문들에 대해 오무라 지사의 성실한 답변을 통해, 막힌 벽을 하루 빨리 걷어내고 전시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자유전' 전시가 중지된 지 3일. 하지만 전시가 중단된 이후로 오히려 전시의 재개를 바라는 목소리는 이 무더운 나고야의 한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시작된 서명운동이 6일 현재 2만 5000 명 가까이에 이르렀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회장 주변에서의  전시 재개 요구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이번 '트리엔날레'에 작품을 내놓은 72개 팀의 작가들도 '부자유전' 재개를 요구하는 성명을 6일 발표했다.

여론은 결코 전시 재개에 불리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아이치현과 '트리엔날레' 사무국이 이런 여론의 목소리에 응해 전격적인 전시 재개를 발표할지 주목된다.

과연 일본 시민은 '소녀상'과 재회할 수 있을까?
 
전시장 주변에서 '부자유전'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시민들.
 전시장 주변에서 "부자유전"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시민들.
ⓒ 이나카와 미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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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치현에 공개질의서를 제출하는 '부자유전' 실행위원들
 아이치현에 공개질의서를 제출하는 "부자유전" 실행위원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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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평화의 소녀상,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아이치 트리엔날레, #오무라 지사, #가와무라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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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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