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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3일 향년 65세로 숨진 1세대 벤처기업인 고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영정
 지난 8월 3일 향년 65세로 숨진 1세대 벤처기업인 고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영정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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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타협을 모르고 소신껏 발언하시는 이민화 교수님의 가르침이 지금도 귀에 쩡쩡합니다."(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한국 벤처기업 1세대 '메디슨' 창업자인 고 이민화 카이스트(KAIST) 교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렬이 온·오프라인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새벽 갑작스러운 부고에 벤처·IT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도 큰 충격을 받았다.

향년 65세인 고인은 지난 2000년대 초반 기업 경영과 초대 벤처기업협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식경제부 '기업호민관' 등을 맡아 대·중소기업 상생과 규제 개혁에 앞장섰고, 지금도 모교인 카이스트 초빙교수와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왔기에 충격이 더 컸다.

장례 사흘째인 5일 오후 고인의 빈소가 있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뿐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도 추모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예전 글뿐 아니라 동료와 선후배, 지인들이 저마다 고인을 기리는 글과 사진을 릴레이하듯 올리면 다시 여기에 수백 개의 추모 댓글이 달리는 식이다.

"극일이란 경제적으로 일본을 앞서는 것" 감정적 대응은 경계

불과 얼마 전까지도 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과 언론 기고를 통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큰 어려움에 부딪힌 우리 산업계를 걱정했다.

고인은 지난 7월 24일 <서울경제>에 쓴 '아베의 의도를 보라'라는 칼럼에서 "한국의 숱한 대·중소기업 사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배우고 기술을 도입해 산업을 성장시켰다"면서 "극일(克日)이란 경제적으로 일본을 앞서는 것"이라며 일본에 대한 감정적 대응보다 '극일'을 강조했다.

아울러 고인은 "한국 산업은 일본에서 소재를 수입해 중국에 부품·반제품을 공급하는 구조"인데 "회초리를 흔들면 끝부분이 더 크게 흔들리는 회초리 효과로 인해 가치사슬의 후단이 더 큰 타격을 입는다"면서 "자력갱생의 국산화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MB 정부에 "로마 호민관은 대부분 암살 당해" 

정부를 향한 고인의 쓴소리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어졌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기업호민관'('중소기업 옴부즈만')을 맡았던 고인은,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현실을 알리는 '호민인덱스'라는 지수를 만들려다 정부 반대에 부딪히자 3년 임기 절반도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했다.

지난 2010년 11월 17일 사퇴 기자회견 당시 이민화 교수는 "로마시대 호민관들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부분 순교하거나 암살당했다"며 자신의 처지를 암시하기도 했다.([2010년 11월 기사] '중소기업 대변인' 내몬 '엄청난 상부'는 어디? http://bit.ly/12r3hcg )

박근혜 정부에 "'각하'가 던져주면 진격하는 시대 아냐"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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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전문가인 이민화 교수는 '창조경제'를 국정철학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와도 각을 세웠다. 박근혜 취임 100일을 맞아 창조경제 실행계획을 발표한 지난 2013년 6월 이 교수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음식은 많이 차렸는데 막상 손이 가는 음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이 교수는 "갑과 을이, 정부와 민간이 서로 창조경제에 대해 대화하면서 가야 한다"면서 "위에서부터 전지전능하신 대통령 '각하'께서 '이거다' 하고 던져주면 그걸 받아서 진격하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시대착오적인 박근혜 정부 행태를 꼬집었다. ([2013년 6월 인터뷰] "창조경제가 3대 미스터리? '나를 따르라' 안 통해" http://omn.kr/g77)

이 교수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짜인 규격 안에 들어가는 것도 맞지 않다"면서 "(장관은) 절대 안 한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장관직 대신 벤처인들 지킨 고인, 국내 최초 '벤처기업인장'  
 
 8월 5일 고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8월 5일 고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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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인은 죽는 날까지 벤처기업 후진들과 후학들 곁을 택했다. 고인은 지난 1995년 벤처기업협회를 만들어 2000년까지 초대 회장을 지냈고, 지금까지도 명예회장을 맡아 벤처인들 곁에 머물렀다. 이에 후배들도 우리나라 최초의 '벤처기업인장'으로 화답했다.

5일 오후 7시 아산병원 영결식장에서 열리는 추모식에서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을 비롯해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 이장우 경북대 교수 등이 추도사를 할 예정이다.

벤처기업 '크루셜텍' 대표인 안건준 회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왜 여기에 서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당장 내일이라도 전화 주셔서, '안 회장, 이건 벤처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나?' 하며 혜안을 주고 격려해 주실 것만 같다"고 밝혔다.

특히 안 회장은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큰 등을 가진 선배님이자 위대한 사회 운동가였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벤처인들을 길러냈고, 그토록 목이 터져라 설파했던 기업가 정신은, 벤처생태계의 영역을 뛰어넘어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비전까지 확장했다"고 고인을 높이 평가했다.

고인이 마지막까지 몸담았던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정재승 학장도 이날 추모 글에서 "항상 타협을 모르고 소신껏 발언하시는 이민화 교수님의 가르침이 지금도 귀에 쩡쩡하다"면서 "늘 얼굴을 보며 의지하고 가르침을 받았던 후학이자 동료로서 길을 잃은 느낌"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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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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