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전 그곳 상암벌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금요일 밤으로 변했다. K리그를 우습게 본 이탈리아 축구 클럽 유벤투스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라 자랑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딱 1주일이 지난 8월의 첫 금요일 바로 그곳에서 묘하게 K리그 1 주중 게임이 벌어졌다. 당시 구름 관중과는 비교하기 곤란하지만 여름 휴가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요일 저녁 시간을 감안하면 1만6777명 관중수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여기서 우리 K리그 선수들은 1주일 전 받은 상처를 팬들과 어울려 씻어내기 위해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뛰고 또 뛰면서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펼쳐주었다.

100초만에 터진 박주영의 멋진 골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24라운드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 전반 FC서울 박주영이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24라운드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 전반 FC서울 박주영이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서울이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벌)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24라운드 대구 FC와의 홈 게임에서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리그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울산과 전북을 다시 한 번 긴장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냈다.

폭염주의보를 잊게 만드는 것은 역시 '골' 바로 그것이었다. 100초만에 상암벌이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기에 무더위를 일찍부터 잊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주인공이 마침 박주영이었으니 K리그 팬들의 기대감은 더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홈 팀 주장 고요한이 찔러준 패스를 받은 미드필더 정원진이 대구 FC 수비수들을 속이는 오른발 힐 패스로 박주영을 빛낸 것이다. 대구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축구 천재로 주목받기 시작했던 베테랑 골잡이 박주영은 지금 대구 FC가 자랑하고 있는 골키퍼 조현우가 손을 써 보지도 못할 정도로 빠른 템포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시즌 초반에 비해 순위표가 내려가고 있는 대구 FC는 더이상 끌려다닐 수 없었기에 상대 선수들보다 더 많이 뛰면서 홈 팀 골문을 계속 위협한 끝에 페널티킥을 얻어내 상암벌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15분, 대구 FC 오른쪽 윙백 김준엽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린 것이 FC 서울 왼쪽 윙백 고광민의 팔에 맞고 방향이 바뀐 것이다.

이에 김우성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의 조언에 따라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11미터 지점에 세징야가 공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예상보다 일찍 동점골이 터질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FC 서울 골키퍼 유상훈은 세징야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 방향을 침착하게 기다리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다. 약간 가운데로 쏠린 세징야의 킥 방향을 쓰러지면서 다리로 막아낸 것이었다.

골 그리고 퇴장까지 '장군멍군' 흥미진진

대구 FC의 에이스 세징야는 이대로 고개만 숙이고 있을 수 없었다. 30분에 미드필드 지역 정면에서 얻은 비교적 먼 프리킥을 오른발 감아차기로 강하게 날려보냈다. 이번에도 유상훈 골키퍼가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몸을 날렸지만 워낙 슛 스피드가 빨라서 소용 없었다. 하지만 골문 오른쪽 기둥이 세징야와 대구 FC 팬들을 슬프게 튕겨버리고 말았다.

홈 팀 FC 서울도 56분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박동진이 왼발로 찬 공으로 골대 불운을 겪었다. 전반전 세징야를 울린 바로 그 기둥이었다. 이 불운을 잊게 만드는 멋진 결승골이 4분 뒤에 터져나왔다. 모처럼 스타팅 멤버로 나온 조영욱이 근육 부상으로 나가는 바람에 매우 이른 시간인 11분에 교체로 들어온 박동진이 그 주인공이었다. 

최용수 감독의 전술 변화 지시에 따라 오른쪽 윙백으로 뛴 고요한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결승골 지분 80% 이상을 차지했다고 봐야 할 정도로 절묘하게 휘어날아온 것이었다. 

더구나 대구 FC는 두 번째 골을 내주고 2분 뒤에 간판 수비수 김우석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선취골 주인공 박주영의 역습 드리블을 무리하게 막다가 김우성 주심에게 딱 걸린 것이었다.

그로부터 8분 뒤에는 반대쪽에서 또 하나의 퇴장 명령이 떨어졌다. 대구 FC 후반전 교체 선수 히우두의 역습 드리블을 FC 서울 윙백 고광민이 고의적으로 차단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공이 빠져나간 뒤 히우두 앞에는 유상훈 골키퍼만 있었기 때문에 다이렉트 퇴장 조치를 면할 수는 없었다.

후반전은 이처럼 여러가지 면에서 양팀이 장군멍군의 흐름을 이어갔다. 나란히 1명씩 퇴장당한 것도 모자라 78분에 대구 FC의 따라붙기 골이 터졌다. 골잡이 박기동이 침착하게 공을 확보한 뒤 뒤로 내준 것을 세징야가 달려들며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었다. 전반전 페널티킥 실패와 골대 불운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는 장면을 만든 것이다.

내친김에 동점골까지 만들어내겠다는 대구 FC의 안간힘이 종료 시점까지 상암벌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82분에 교체 선수 박한빈의 오른발 강슛이 동점골 궤적을 그리며 FC 서울 골문으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공은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페널티킥까지 포함하면 대구 FC가 겪은 세 번째 불운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흐르면서 세징야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아찔하게 날아들어 극장 동점골이 터지는 줄 알았지만 그것마저도 FC 서울 골문 오른쪽 모서리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것이었다.

골문 바로 뒤 멀리 대구에서 몰려온 서포터즈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운 탄식을 상암벌에 내려놓아야 했다. 1게임 빨리 끝낸 FC 서울이지만 이 짜릿한 승리 덕분에 2위 전북 현대를 승점 4점 차(전북 49점, FC 서울 45점)로 따라붙었다. 반면에 대구 FC(승점 33점)는 최근 3게임을 내리 지면서 5위 자리를 수원 블루윙즈(승점 32점)가 단숨에 넘볼 수 있게 되었다.

2019 K리그 원 24라운드 결과(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FC 서울 2-1 대구 FC [득점 : 박주영(2분,도움-정원진), 박동진(60분,도움-고요한) / 세징야(78분,도움-박기동)]

FC 서울 선수들
FW : 박주영(74분↔김한길), 조영욱(11분↔박동진)
MF : 고광민(70분, 다이렉트
퇴장), 정원진(83분↔윤종규), 오스마르, 알리바예프, 고요한
DF : 김주성, 정현철, 황현수
GK : 유상훈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 세징야, 박기동
MF : 황순민, 정승원(46분↔히우두), 한희훈(74분↔박한빈), 김준엽(79분↔장성원)
DF : 박병현, 김우석(62분, 경고 누적
퇴장), 정태욱
GK : 조현우

2019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51점 15승 6무 2패 41득점 19실점 +22
2 전북 현대 49점 14승 7무 2패 48득점 21실점 +27
3 FC 서울 45점 13승 6무 5패 41득점 30실점 +11
4 강원 FC 37점 11승 4무 8패 36득점 31실점 +5
5 대구 FC 33점 8승 9무 7패 28득점 24실점 +4
6 수원 블루윙즈 32점 8승 8무 7패 32득점 28실점 +4
7 상주 상무 29점 8승 5무 10패 24득점 31실점 -7
8 성남 FC 27점 7승 6무 10패 20득점 26실점 -6
9 포항 스틸러스 26점 7승 5무 11패 23득점 33실점 -10
10 제주 유나이티드 17점 3승 8무 12패 28득점 42실점 -14
11 경남 FC 16점 2승 10무 11패 26득점 43실점 -17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15점 3승 6무 14패 15득점 34실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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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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