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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임금격차는 어떻게, 왜 변해왔는가?' 보고서 중 발췌.
 지난달 30일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임금격차는 어떻게, 왜 변해왔는가?" 보고서 중 발췌.
ⓒ 한국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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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그렇게 규제완화를 해왔는데,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규제완화가 (임금상승을 위한) 해법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죠."

최근 노동자 임금이 오르지 않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규제완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쪽 보고서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한 말이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는 해당 보고서를 두고 "잘못된 진단으로 잘못된 처방이 나온 것"이라고 평했다.

앞서 지난 30일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임금격차는 어떻게, 왜 변해왔는가?'라는 제목으로 노동자 임금을 연구한 보고서를 내놨다. 고 위원은 1980년부터 2016년까지의 고졸 대비 학력별 노동 수요와 공급, 임금 변화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2008~2016년 동안 임금불평등이 개선됐는데, 이는 고졸 대비 대졸 임금이 하락한 '하향평준화'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졸 노동자보다 대졸 노동자를 원하는 수요는 정체된 반면, 대졸 공급은 꾸준히 늘면서 '대졸자의 임금 프리미엄'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대졸보다 고졸 선호... 전체 임금 안 올랐다?

그런데 고 위원은 이 같은 현상으로 우리나라 노동자 상위 10% 임금과 모든 노동자 임금의 가운데값인 중위임금이 정체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석했다. 상위 10% 임금 상승률은 지난 1980~1994년 6.6%에서 2008~2016년 1.1%로 낮아졌고, 중위임금의 경우 9.2%에서 1.1%로 급격히 떨어진 것이 대졸 수요 감소 때문이라는 것.  
박 교수는 "(임금 분석은) 실제 데이터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해석의 여지가 많을 수 있다"며 추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계를 실제와 가깝게 조정하면) 대기업, 공공기관 등 좋은 일자리라 부르는 부분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40%를 넘지 않는다"며 "중위임금은 중소기업 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중위임금이 정체된 것은 중소기업 임금이 그 동안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졸에 대한 수요가 줄어서 그렇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분석"이라고 부연했다. 전반적으로 중·상위 임금이 오르지 않은 것은 중소기업 임금이 정체된 점이 더 크게 반영된 것이며, 이는 대졸을 선호하지 않는 현상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박 교수의 생각이다.  
임금 높이려 규제완화? 기술탈취 등 해결이 먼저

고 위원은 이와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임금 상승을 위해 기술진보,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저임금 계층을 위한 정책만으로 향후 전반적인 임금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움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 위원은 "궁극적으로 임금은 생산성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규제완화·산업구조조정·교육개혁·노동개혁 등으로 혁신과 기술진보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기업들이 더 이상 대졸을 찾지 않는 것은 고졸을 채용해도 충분할 만큼 기술수준이 정체돼있기 때문이므로 규제완화로 기술진보를 일으켜 대졸 노동자를 선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박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임금 정체의 원인이 대졸 수요 감소에 있다는 잘못된 진단을 받아들이더라도, 규제완화를 통해 대졸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이 지적한 2008~2016년의 임금 정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나타난 현상인데, 당시 충분한 규제완화가 이뤄졌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기술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기업들 중 대다수인)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이 성장하지 못한 영향"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대기업의 기술탈취나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왜곡된 산업구조 때문이므로, 이를 해결해야 임금 정체를 해소할 수 있다"고 그는 제언했다.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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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답이다

다른 전문가도 고 위원의 해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황세원 랩2050 연구실장은 "보고서의 초점이 (제목과는 거리가 멀게) 임금격차가 줄었기 때문에 잘됐다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정체됐는데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임금 계층을 위한 정책으로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석결과와 분석의도에) 연결고리가 없으니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황 실장은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전반적인 임금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실에서는 월 200만원이었던 임금이 210만원이 되려면 나라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 말고 다른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보다 조금 높은 임금이 함께 오르고, 전체 임금도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어 "그렇지 않고서는 노동자가 임금을 올려달라 요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노조가 있어) 매년 임금·단체협약에 나서는 사업장은 별로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내 노조조직률은 2017년 기준 10.7%로 북유럽의 7분의 1 수준이다.

황 실장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오히려 일자리의 질을 낮추는 규제완화도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규제를 풀어야 임금 상승에 효과적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산업안전규제와 같이)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는 규제까지 뭉뚱그려 얘기하면서 규제완화를 언급하는 것은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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