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기획부터 개봉까지 8년이 걸렸다. 재일 한국인 유동룡 건축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 이야기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을 수상하며 배급 지원을 받게 된 해당 작품이 관객과 만남을 앞두고 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정다운 감독과 프로듀서를 맡은 김종신 피디는 부부다. 김종신 피디는 "8년이 걸릴 걸 알았다면 이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재치있게 운을 뗐다.

정다운 감독은 "독립영화다 보니 만들어진다 해도 (극장에 개봉해서)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 사람들 마음에 닿을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며 "영국에서 건축과 영상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제주에 세워진 수풍석 미술관 등 이타미 준의 자취가 치유와 위로가 됐다. 그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시작점을 전했다.

일본 시미즈라는 작은 어촌 마을에서 태어난 유동룡 건축가는 정규 교육 과정을 모두 본명으로 이수했다. 사망 때까지 귀화하지 않고, 다만 본인의 한자 이름이 일본 활자엔 없어 출판과 건축 발표 때 어려움을 겪자 절친한 친구였던 작곡가 길옥윤의 예명과 한국을 드나들던 이타미 공항을 따 지금의 이름을 만들게 됐다. 영화엔 평소 한국인의 정체성을 품고 물질과 자연을 탐구했던 그의 정신이 잘 담겨있다.

"영국에서 졸업장 하나만 갖고 들어와 모든 게 불안하던 시기였다. 이타미 준의 건축물을 보고 인간이 실제로는 약하고 불안한 존재라는 걸 그 공간을 지은 사람이 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사람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느낌. 알고 보니 재일 한국인이더라. 당신께서 살아온 인생을 근간으로 해서 따뜻함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신 분 같았다. 그분이 돌아가신 뒤였기에 그 분의 가족과 지인을 취재하며 영화를 만들었는데 제가 느꼈던 선생님의 모습을 그대로 지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놀라웠다. 그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정다운 감독)

"양방언 선생과 이타미 준 선생은 비슷한 점이 많다"   
 
 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언론 시사회 현장.

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언론 시사회 현장. ⓒ 영화사 진진

 
이날 현장 관객석엔 건축가들도 상당수 있었다. "건축가로서 이 영화를 보니 반성이 많이 된다"던 한 건축가는 영화에 아이와 노인이 등장해 일종의 재연하는 장면을 물었다. <이타미 준의 바다>는 고인이 남긴 건축물을 따라가며 거기에 연관있는 지인들이 인터뷰 형식으로 등장하고, 틈틈이 이타미 준을 상징하는 아이와 노인이 화면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마지막 대사 한 마디를 빼고는 아이와 노인의 모습에 연출은 전혀 없었다. 100프로 그분들이 그 공간에서 느끼고 반응하는 걸 담은 것이다. 이 장면을 왜 넣었냐면 사람들에게 마음이 닿길 원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타미 준 선생님이 세상에 안 계시기에 어차피 제 연출을 거쳐 그분 모습이 전달될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다큐멘터리니까 재연이 있으면 안 된다. 이런 걸 하면 안 된다. 여러 말이 있을 법 하지만 그건 제게 중요치 않았다.

다만 아이와 노인 장면이 일종의 재연은 아니었다. 건축물이 가진 시간성이라는 요소를 보이는 장치다. 또 아이가 자라는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 한 3년 정도 촬영할 거라 예상했는데 아이는 5살에 촬영했다가 (촬영 종료시점엔) 10살이 돼 있었다. 아이와 노인을 통해 이타미 준 선생의 인생만 표현한 게 아니라 관객분들 스스로의 타임라인을 돌아보게 하는 상징이 되길 원했다." (정다운 감독)


영화엔 재일 교포 2세이자 유명 음악가 양방언의 음악이 쓰였다. 또한 실제로 양방언이 출연하기도 한다. 김종신 피디는 "주커버그(페이스북 창시자)에게 감사한다"며 "SNS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바로 답을 주셨다. 영화에 음악을 무상으로 쓰게 해주셨는데 너무 감사했다"고 사연을 전했다. 정다운 감독 역시 "예술가로서 이타미 준 선생님과 그분이 교감했다고 믿고 있다"며 "제주도 출신에 물과 바람에 영향 받는 것까지, 양방언 선생과 이타미 준 선생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타미 준의 별명은 '바람의 건축가'다. 이를 설명하며 정다운 감독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바다고, 바람과 물질성이 그 분 철학과 닿아있다고 보기에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며 "선생이 태어난 곳인 시미즈와 그 분 건축물이 있는 제주도는 매우 흡사하다. 일본과 한국, 두 개의 고향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이타미 준의 바다 재일교포 건축 제주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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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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