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관련 사진.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관련 사진. ⓒ 싸이더스

 
뭔가 뚱해 보이는 표정. 부모님과 할머니 말에 건성으로 답하는 아이 유라(사토 유라)는 생애 첫 전학으로 맞이한 낯선 환경에 좀처럼 적응이 어렵다. 친구를 새로 사귀어야 하고 선생님은 예배를 강조한다. 일본에선 좀처럼 찾기 어려운 미션 스쿨(선교를 목적으로 한 기독교 기반의 학교)이라 기도와 예배가 낯선 유라. 그에게 다가칸 카즈마(오오쿠마 리키)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친구일 수밖에 없다.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는 두 아이의 우정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깨달음을 제시한다. 블록버스터나 일반 상업영화에 익숙해져 있다면 이 작품의 느린 호흡이 지루하게 다가올 테지만, 여백과 피아노로 연주된 찬송가 배경음악을 듣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또한 받을 법하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하나님의 얘길 듣고 예수의 존재를 배우게 된 유라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지만 기도하기 위해 눈 감으면 예수의 형상이 나타나는 것. 반신반의하는 유라는 시험 삼아 몇 가지 소원을 빌고 그게 이뤄지는 경험을 하며 카즈마와도 우정을 키워 간다. 

그 나이 또래들이 간직할 법한 작은 비밀들을 공유하며 혹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갈등을 느끼며 두 아이는 시간을 보낸다. 영화에는 어떤 극적 요소나 갈등 해결 구도가 딱히 없어 보이는데, 아이들의 특성을 감독이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22세에 이 영화로 데뷔한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배우들에게 특정 콘티나 대본을 무조건 제시하기보다는 일단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한 뒤 카메라를 배치하는 식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관련 사진.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관련 사진. ⓒ 싸이더스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관련 사진.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관련 사진. ⓒ 싸이더스

 
이런 촬영 방식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불리며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나는 예수님이 싫다>로 감독은 제66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는 등 세계 평단에서도 주목받는 중이다.

극적 설정이나 이야기의 기승전결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진행방식이 매우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상황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새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은 실제 자신이 어렸을 때 겪은 기억을 재구성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소설이나 만화 원작이 아니면 쉽게 영화 투자가 되지 않는 현재 일본 영화 산업에서 감독이 쓴 오리지널 대본의 작품이 나왔다는 것 또한 고무적이다.   

한 줄 평 : 잔잔함 속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감동
평점 : ★★★☆(3.5/5)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관련 정보

감독/각본/촬영/편집: 오쿠야마 히로시
출연: 사토 유라, 오오쿠마 리키, 채드 멀레인
수입 및 배급: 싸이더스
공동배급: 삼백상회
러닝타임: 76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19년 8월 8일
 

 
나는예수님이싫다 일본 예수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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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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