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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양이 꿈이. 장화 신은 고양이의 모델인 스코티시 폴드.
 우리 집 고양이 꿈이. 장화 신은 고양이의 모델인 스코티시 폴드.
ⓒ 장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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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남매가 하교하고 집에 오면 쓸쓸할까봐 친구 삼아 고양이를 입양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고양이도 주인이 없는 시간이 많아지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사실을 알기에, 책임질 수 없다면 아무리 좋아해도 기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미루다가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 분명합니다. 남매는 고양이와 살며 생명의 소중함을 직접 배우게 했습니다. 우리 집 첫째인 딸아이가 초등학생 2학년일 때, 함께 살던 길고양이 '양이'가 새끼 네 마리를 낳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산실을 만들어주고 멀리서 지켜봤습니다. 

산고를 치르는 고양이를 보며 첫째와 유치원생이던 둘째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엄마, 양이가 너무 불쌍해요!"
"엄마도 너희 둘을 양이처럼 아파하며 낳았단다."


그러자 두 아이가 "엄마, 불쌍해!" 하면서 제 품에 안겨서 울던 기억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새롭습니다.

어미 고양이 양이의 산고를 지켜보던 그 날의 생생한 체험 이후, 남매는 그전과 다른 아이들이 되었지요. 자신들의 출생 장면을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 엄마의 고통을 간접체험으로 배운 것입니다. 아이들은 고양이를 기르며 얻은 아름다운 추억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언어로 가르치는 교육은 몸으로 체험하는 생생한 배움을 이기기 어려움을, 어미 고양이는 어린 두 아이에게 가르쳐 주었지요.

한번은 우리 반 아이가 동네에서 데려온 고양이를 학급에서 키웠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서는 키우지 말라 하니 울며 고민하기에, 우리 집으로 데려와 길렀습니다. 고양이는 사랑이 고픈 남매에게 가족이 되어주었습니다. 한때 고양이와 친구였던 기억은 남매가 다시금 고양이를 기르게 했습니다. 

인간과 고양이의 결정적 차이

고양이는 자신을 가꾸고 돌볼 줄 압니다. 배설물을 처리하는 청결함부터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음식을 탐하지 않는 절제력, 자신만의 세상을 완벽하게 추구하며 고유한 영역을 지키는 고집스러움, 조용한 발걸음, 호기심 많은 눈동자, 캣타워에 올라 아파트 숲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는 모습 등. 고양이에게 배우는 삶의 덕목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주인이 주는 간식이라도 아무 때나 덥석 받아먹지 않는 도도함, 주인을 좋아하되 결코 종속되지 않는 높은 자존감을 보면 부와 성공을 위해 명예도 도덕성도 던져버리는 인간 세상의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이 세상에 고양이 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환경오염도, 음식 낭비도, 쓰레기조차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철학자는 지구를 망가뜨리는 가장 나쁜 존재가 인간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사람이 고양이보다 더 우월한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것저것 음식을 탐하는 인간의 모습, 먹는 것도 많고 버리는 음식도 너무 많은 인간의 욕심이 부끄러워집니다. 고양이들은 살아남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아기 때부터 스스로를 가꾸고 돌보는데 인간은 끊임 없이 배우고 가르쳐야 그나마 사람 구실을 합니다. 자기 몸 외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고양이의 미덕은 선승의 지혜를 앞서기도 합니다.

더욱이 반려묘로 진화된 고양이는 인간 집사를 거느리고 주인 행세를 합니다. 좋아하고 싶어도 쉽게 곁을 내주지 않으니 인간 집사인 저는 늘 녀석을 짝사랑하는 신세입니다. 맑고 커다란 눈을 지그시 감아주는 말 없는 눈인사, 가르릉거리는 조용한 속삭임으로 은근한 사랑을 전하는 녀석이 주는 편안함은 일상의 피로를 잊게 하는 엔도르핀입니다.

'밀당'의 고수인 고양이는 1.8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까이 가면 도망 가죠. 은신처로 숨어서 쉬게 해줘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됩니다. 녀석과 친구가 되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답니다. 스스로 다가올 때까지.

사람끼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거리가 45cm라는데, 사람보다 더 진화한 생명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는 고양이의 심리적 거리를 생각하니 사람 사는 게 힘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끊임 없이 가까운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하고 사람에 집착하는 인간의 불안정한 심리, 인정받고 싶어 하는 자존감, 칭찬을 받아야만 높아지는 자신감, 관계망에 소속되고 싶어 갈등하고 아파하며 시간을 보내는 불안감. 우리 인간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고양이처럼 먹어라
 
책 '내가 사랑한 고양이' 표지
 책 "내가 사랑한 고양이" 표지
ⓒ 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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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제대로 기르려면 고양이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사랑한 고양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작가와 화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존재였습니다.

작가는 명화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 작가들이 남긴 고양이를 위한 헌사로 이 책을 꾸며서 애묘인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책에서 공감을 일으킨 명사들의 발언을 옮겨봅니다.
 
고양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인간을 섬겨야 한다는 정설을 깨뜨리려고 세상에 왔다. - 폴 그레이
고양이는 철저히 정직하다. 인간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도 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고양이는 신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든 동물 중에서 고양이만이 명상하는 삶의 경지에 이른다.- 앤드루 랭
개는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고양이는 신에 대해 생각한다. - 작자 미상
장수하려면 고양이처럼 먹고, 개처럼 마셔라. - 독일 속담
고양이를 이해할 줄 알아야 문명인이다. - 장 콕도
인생에 대해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고양이와 함께하라. - 제임스 올리버 크롬웰
인간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음악과 고양이다. - 알베르트 슈바이처
고양이와 보낸 시간은 절대 낭비가 아니다.  - 지그문트 프로이드
고양이의 사랑을 얻으려면 녀석을 노예가 아닌 친구로 대해야 한다. - 테오필 고티에
내 글이 고양이처럼 신비로웠으면 좋겠다. - 에드거 알렌 포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형, 고양이

미래의 인간형은 '고양이'와 같을 거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하루 4시간 정도만 일하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게 되니, 고양이처럼 스스로 잘 놀고 잘 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니 혼자서도 잘 놀고 잘 사는 사람이 모여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문명인의 자세를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사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고양이에게서 배우는 중입니다. 어쩌면 최상의 인간관계는 몸짓언어로도 통하는 사이가 아닐까요?

인간은 많은 말로 다툼과 오해의 불씨를 만들기도 하고 말 때문에 상처를 주고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말에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또 하나, 녀석에게 진정한 '무소유'를 배우는 중입니다. 한 벌 옷으로도 그처럼 깔끔하게 사는 최고 신사의 모습을 몸으로 보여주니 이 또한 스승이 분명합니다. 우리 집 반려묘 '꿈이'가 온 뒤로 새 옷을 사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옷장을 채우고 관리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이 부끄러워졌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너에게 가는 길'과 한교닷컴에도 실립니다.


내가 사랑한 고양이

줄리오 시로 (지은이), 김현주 (옮긴이), 새움(2014)


태그:#내가 사랑한 고양이, #너에게 가는 길, #꿈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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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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