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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대상 성악가를 그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한 음악가는 이천코랄합창단 상임지휘자이자 음악감독이다.
 지난 12일 한대상 성악가를 그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한 음악가는 이천코랄합창단 상임지휘자이자 음악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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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音樂)에서 악의 한자 뜻은 '즐거워하다. 즐기다'입니다. 배울 학(學)을 쓰는 수학(數學), 과학(科學) 등 다른 분야와 달리 '음악은 즐겁게 즐기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요. 음악 이론을 잘 몰라도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이유이지요."

노래 한 곡이 사람 마음을 움직일 때가 있다.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지친 마음에 용기를 준다.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준다. 좋은 음악은 사랑과 닮았다.

한대상(53) 성악가는 노래를 부르고 가사를 쓰고 작곡을 한다.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합창과 성악을 지도한다. 그들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찾아주고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함께 음악을 즐긴다.

지난 12일, 제 16회 설봉산별빛축제 개막 공연을 하루 앞둔 금요일이었다. 이천시 중리동에 있는 한 연습실에서 한대상 음악가를 만났다. 그는 설봉산별빛축제 개막 공연에서 부를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연습 중이었다. 작은 연습실 벽 달력에는 날짜마다 메모가 빼곡했다. 악보도 눈에 들어왔다. 그가 1997년에 작사·작곡한 '함께 만들고 싶은 세상'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을 함께 노래하고 싶어/가슴 벅찬 사랑을 진실한 사랑을 함께 나눠주고 싶어/다툼과 분쟁만 있는 세상에 참된 평화를 만들고 싶어/깊은 절망의 늪 빠진 이들 향해 함께 희망의 노래 하고 /아주 보잘 것 없는 작은 영혼까지라도 함께 사랑하고 싶어/빈곤과 공허만 있는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어/우리를 사랑(화목)케 하신 주님 위해 그대와 만들고 싶어.'

한대상 음악가는 초등학생 때부터 목소리가 좋고 음감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자주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인터뷰를 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며 들은 음악가의 목소리는 듣기에 좋았다. 노래에서도 깊은 울림이 있었다.

한대상 음악가는 이천고등학교 재학 시절 이천시기독학생연합회 사무국장을 맡으며 청소년성가경연대회를 기획하고 추진했다. 당시 한대상 음악가가 다닌 교회와 이천의 몇몇 교회에서는 중·고등부 성가대 활동이 활발했다. 하지만 그는 음악가의 길을 계속 가지 않았다. 대학교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한대상 음악가는 평택에 있는 초등학교(혁신학교)와 이천에 있는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노래를 지도하고 있다. 한 음악가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대상 음악가는 평택에 있는 초등학교(혁신학교)와 이천에 있는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노래를 지도하고 있다. 한 음악가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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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제가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셨어요. 지금은 이천시장이 선출직이지만 1980년대 이천은 군이었고 그 당시 군수 영감이라고 하며 공무원은 선망의 직업이었거든요. 저는 외아들이라 기대도 많으셨지요. 그런데 제가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부터 제 공연은 꼭 보러오세요. 정기연주회를 한다고 하면 포스터를 달라고 해서 이발소에 붙여놓으시고요. 아버지는 다정하시진 않지만 저를 믿어주시고 묵묵히 행동으로 지지해주시죠."

한대상 음악가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이발업을 하고 있다. 이발소를 운영하며 평생 음악을 가까이 했다. 가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텔레비전도 여전히 음악프로그램만 본다. 누나와 동생도 음악에 두각을 나타낸 음악가족이다.

한대상 음악가는 군 제대 후 우여곡절 끝에 성악을 공부했다. 그 후 먼저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빠가 됐다. 서른여덟 살엔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홀로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

그에게 성악을 가르쳐주겠다는 스승이나 그가 정해놓은 학교는 없었다. 사람들은 늦은 나이라고 했고 가정 형편은 넉넉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도전했다. 이탈리아에서 20대 학생들과 함께 공부했다. 배움에는 늦은 나이란 없다. 

"배움에 대한 갈급함이 컸어요. 음악에 대한 깊은 목마름이었죠. 저 나름대로 한계도 있었고요. 이태리에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절박하고 간절한 데다 생활비도 빠듯했거든요. 근데 감사한 것은 이태리 언어부터 여러 모습으로 도움 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고마운 분들 덕분에 3년 만에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Fausto Torrenfranca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로마아카데미아에서 합창 지휘, 뒤이어 교회음악, 공연예술발성 등 노래와 관련된 다양한 공부를 했다. 2007년 한국에 돌아온 한대상 성악가는 이천코랄합창단 상임지휘자 및 음악감독, 성인프로성악팀 <더노이솔리스츠>단장, 노래경연대회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공연장과 학교, 무대 등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에는 샘터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도 했다. 30대부터 꾸준히 써온 시(詩)가 빛을 본 것이다. 노랫말은 시와 닮았다.

한대상 음악가는 다양한 영역의 노래를 부른다. 그 가운데 사람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곡을 선곡할 때가 많다. 성악곡뿐만 아니라 가요도 그러하다.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 이해인 수녀님 시에 곡을 붙인 <친구야 너는 아니> 등이다.
 
이천코랄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 지휘하고 있는 한대상 음악가
 이천코랄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 지휘하고 있는 한대상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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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상 음악가에게는 다양한 제자가 있다. 한 제자는 성악을 배우고 싶었으나 '음치'라는 사람들 말에 오랜 세월동안 주눅 들어 살아왔다. 그러다가 예순여덟 살에 가곡클래스 수업을 받은 후 한 성악가에게 5년 동안 성악 공부를 하고 있다.

이 분은 현재 아마추어 성악가로 손녀와 함께 요양원 등을 다니며 공연을 한다. 노래를 연습할 공간이 필요한 음악가와 다른 작가들에게 자신이 임대해 만든 공간을 무료로 빌려주기도 한다.

"어린이나 청소년들 노래 경연대회 심사를 가면 참여한 학생들에게 꼭 이야기 해줍니다. '지금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순위에 얽매이지 마라. 어떤 학생은 여기서 꾸준히 노력하여 음악가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음악을 즐겁게 즐기면 좋겠다'라고요. 또 저에게 '어느 분 목소리가 가장 아름답냐'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한결같이 이렇게 답합니다. '당신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제가 읽은 책에 따르면  훌륭한 성악가를 제자로 여럿 둔 성악가한테 기자들이 질문을 했대요. '당신의 발성법은 몇 가지입니까?'라고요. 그 성악가는 '마흔일곱 개' 라고 했대요. 일생 동안 그 분의 제자가 마흔일곱 명이었기 때문이지요. 발성의 큰 맥은 있지만 발성법은 다양해요. 사람마다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다는 뜻이죠.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분도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서 노래를 부르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을 담아 노래 부르시면 누구든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을 겁니다."


많은 분야도 그러하지만 음악인들의 현실은 녹록자 않다. 한대상 음악가는 음악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할 수 있어. 내 목소리는 굉장히 좋아'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환경에 주눅 들지 말고요. '노력은 설명하는 게 아니고 증명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실력이고 능력이고 프로'잖아요. 요즘은 유튜브, SNS 등 자기를 보여주고 알릴 기회가 많지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보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길이 보일 거예요."

한대상 음악가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되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한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노래를 꿈꾼다.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죽는 가시나무새처럼. 아울러 노래를 배우고 싶은데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을 잘 지도하여 함께 밝은 세상을 노래하고 싶어 한다. 지역예술인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고 그들을 격려해주는 문화도 기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의 일부는 이천소식 8월호에 실립니다.


태그:#한대상 음악가 , #더노이솔리이스츠, #이천시코랄합창단,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제16회 설봉산별빛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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