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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11일 오전 서울 AK플라자 구로본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과 가습기넷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처벌촉구 시리즈캠페인 23차 기자회견'을 열고 애경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11일 오전 서울 AK플라자 구로본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과 가습기넷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처벌촉구 시리즈캠페인 23차 기자회견"을 열고 애경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가습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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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인 애경산업 직원이 '자녀 피해자'를 사칭해 피해자 모임(네이버 밴드)에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아래 사회적참사특조위)는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시 마포구 애경산업 본사에서 실지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사회적참사특조위는 지난 23일 전원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사칭한 애경 직원에게 사찰을 받았다는 피해자 의뢰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6개월 만에 꼬리 밟힌 애경 직원, 개인적으로 벌인 일?
 
애경산업에서 평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소통하는 업무를 담당해온 A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 '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아래 밴드)에서 6개월 넘게 활동하다 지난 6월 말 애경 직원이란 사실이 들통 난 뒤 탈퇴했다.
 
A씨는 지난 1월 7일 밴드에 익명으로 가입해 활동하다, 지난 5월 10일 밴드 운영규칙을 바꿔 실명으로 전환한 뒤에도 두 달 가까이 본인을 '자녀 피해자'로 속이고 계속 활동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꼬리가 밟혔다.
 
밴드는 지난 2015년 가을 개설된 뒤 익명성을 보장했지만 일부 가해 기업쪽 활동이 의심돼 지난 5월 10일 실명제로 전환하면서, 1400여 명에 이르던 회원 수가 270명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A씨가 평소 피해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건넨 명함을 통해, 애경 직원과 동일인임을 의심한 피해자 가족 손수연씨가 지난 6월 25일 일 대 일 대화로 A씨에게 피해자 가족이 맞는지 확인하자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결국 A씨가 지난 6월 27일 밴드를 자진 탈퇴하자, 손수연씨 등 피해자들은 A씨가 피해자 가족을 사칭해 피해자 모임을 사찰했다며 사회적참사특조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애경산업 홍보 담당자는 "A씨가 피해자 밴드에 가입한 사실은 확인했다"면서도 "회사에서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고, A씨가 그곳에서 피해자 글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직원은 "A씨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커뮤니케이션 업무 담당 부서에서 일한 건 맞다"면서도 "(실명제 전환) 이전에는 누구나 밴드에 가입해서 글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녀 피해자' 사칭한 건 피해자 마음 두 번 후벼 파는 일" 

 
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인 손수연씨가 피해자 모임 밴드에 올린 글을 읽은 애경산업 직원인 A씨 소개에 '자녀 피해자'로 돼 있다.
 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인 손수연씨가 피해자 모임 밴드에 올린 글을 읽은 애경산업 직원인 A씨 소개에 "자녀 피해자"로 돼 있다.
ⓒ 손수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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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해자들은 A씨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 조직적으로 진행한 사찰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손수연씨는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다 폐섬유화와 천식을 앓고 있는 만 13세 여자 아이의 어머니로, 애경 피해자 가족 대표로 활동해 왔다. 손씨는 A씨가 밴드에서 활동하며 읽은 글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이 올린 글이었다면서, 애경 피해자들을 집중 감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씨는 26일 오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A씨가 지난 5월 10일 실명제로 전환한 뒤에도 두 달 가까이 밴드에 남아 있으면서 스스로 '자녀 피해자'를 사칭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평소 피해자 소통 업무를 담당해 애경 피해자 10명 중 9명이 자녀 피해자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그랬다는 건, 피해자들 마음을 두 번 후벼 파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A씨가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애경산업 쪽 해명에 대해서도 손씨는 "차장급 간부가 개인 욕심으로 그런 일을 벌였겠나"라면서 "회사 차원에서 피해자 동향 파악이 필요해서 한 일이고, 적어도 담당 임원까지는 보고가 올라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손씨는 가습기 살균제 영향을 인정받은 2단계 피해자 가족으로, 애경산업을 검찰에 고발하고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애경산업에서 봤을 때는 '요주의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손씨는 "내게 궁금한 게 있으면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때 언제든 다가와서 물어도 되는데, 자신이 피해자 부모인 척 몰래 숨어서 지켜봤어야 했나"라고 따졌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특조위)가 지난 4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9년동안 160만 개 정도 판매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특조위)가 지난 4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9년동안 160만 개 정도 판매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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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은 지난 1997년부터 3년간 '파란하늘 맑은가습기'라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데 이어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9년간 '가습기 메이트'를 160만 개 정도 판매했다. 이는 전체 가습기살균제 판매 제품의 17% 정도다.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 6천여 명 가운데 1400명 정도가 애경 제품을 사용했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3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수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3일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애경산업 관계자 5명을 포함한 34명을 기소했다.
 

태그:#가습기살균제사건, #애경산업, #사회적참사특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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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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