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 때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효과를 반영했기 때문에, 추경이 안 된다면 그만큼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2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이날 한은 등의 업무보고를 안건으로 올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총재는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8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종전 1.75%에서 1.5%로 내렸지만, 이것만으로는 경제가 곧바로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은 통화정책이 앞으로도 완화적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더불어 재정정책의 확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보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 총재는 "저희는 사실상 추경 문제가 거론되기 전부터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왔다"며 "통화정책으로 경기둔화에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정으로도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를 늘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이) 경제성장률을 2% 초반대로 전망했는데, 이는 잠재성장률에 비해서도 많이 낮은 수준"이라며 "한은은 경기회복 뒷받침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데, 이러한 거시경제 상황에서는 (정부도) 재정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앞서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2%로 낮추고, 최근 경제구조의 변화를 반영해 2019~2020년 중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5~2.6%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만큼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도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한당 "한은, 구조개혁 필요하다 목소리 더 내라"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자 야당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권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추경안 처리를 앞두고 (이 총재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우리가 볼 땐 (한은이) 정부를 도와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4월 제출한 추경안은 야당의 반대로 약 3개월 동안 국회에 계류돼있다.

그러면서 그는 "한은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임금정책이 잘못됐다는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며 "이런 부분은 도외시하고 자꾸 확장 재정을 펼치란 얘기만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총재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도 강조했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왜 내지 않는가"라며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더 내라는 말씀"이라고 질책했다.

최교일 한국당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자청하고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가 (원인) 진단도 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운 경제 현실을 두고 모든 게 자유한국당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나왔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 민간소비증가율은 지난 10년 중 최대치였다"며 "경제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증가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총재는 대내외 경제요건을 고려할 때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씀했는데,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는 얘긴가"라고 질의했다.

이 총재는 "경기가 부진할 때는 통화정책도 완화하고, 재정도 완화로 가는 것이 기본 정책(방향)"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재정정책인데 추경 편성으로 나타나있다"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추경이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이 추경에 동의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일본 금융보복 가능성 높지 않아"

이날 기재위에선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최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언급한 뒤 "경제성장률을 추가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 총재는 "일본의 대한수출규제는 이번 (성장률) 전망치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만약 이것이 악화한다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추 의원은 성장률 전망을 더 내릴 수 있느냐 재차 물었고, 이 총재는 "상황이 악화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추 의원이 올해 안에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는지 질의하자 이 총재는 "추가 (통화정책) 완화 여부는 실물경제 여건, 국제금융시장, 자금흐름을 함께 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구체적으로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이 총재는 일본이 수출규제에 이어 금융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박명재 한국당 의원이 "일본의 금융보복은 불가능하다고 보나"라고 묻자 이 총재는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고 답했다.

태그:#한국은행, #추경, #기재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