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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란 칠보회화 개인전 '바람의 사색'이 국회아트갤러리 7월 작품전으로 오는 30일까지 국회의원회관 1층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92년 그림마당 민에서 제1회 개인전 이후 계속 칠보를 재료로 회화 작품을 발표해 온 우영란 작가의 전시회는 감상자들에게 여름의 더위를 잠시 잊고 머리를 맑게 해주고 있다.
  
우영란 칠보회화 개인전 "바람의 사색"이 국회의원회관 1층 아트갤러리에서 오는 30일까지 전시된다.  <우>는 작품 자작나무 (80x60cm/ 칠보) 앞에서 우영란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우영란 칠보회화 개인전 "바람의 사색"이 국회의원회관 1층 아트갤러리에서 오는 30일까지 전시된다. <우>는 작품 자작나무 (80x60cm/ 칠보) 앞에서 우영란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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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는 전통적으로 공예의 소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금, 은, 동, 도자기, 유리 등의 재료에 유리질을 녹여 붙이는 과정을 거쳐 장식하는 공예로 이 때 부식을 방지하고 강도를 더해주어 마치 일곱 가지 보물(금, 은, 마노, 유리, 거거, 진주, 매괴)과 같은 색이 난다 하여 '칠보'라고 한다. 순 우리말로는 '파란'이라 불리기도 한다. 자주 접할 수 없는 회화분야라서 우영란 작가를 만나 칠보회화의 작업과정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800도의 열을 견뎌야만 작품이 된다

- 우영란 작가님, 일반인들에게는 칠보회화라고 하면 참 낯선 분야인데 간단하게 소개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칠보라고 하면 보통 은수저 같은데 알록달록하니 예쁘게 장식된 게 제일 먼저 떠오를 거예요. 저는 그런 칠보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돼요. 칠보는 금 은 동이 바탕재료가 되는데, 금이나 은은 주로 장신구에 사용하고, 저는 주로 동판을 사용하는데 동판에 칠보 유약을 발라서 도자기 굽듯이 구워내는 거예요. 800도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그 열을 견뎌야 하고, 구워내면 변하지 않고, 색상 하나하나가 다 살아나요.
  
나무와 꽃 등 자연 풍경을 소재로 택해 20x20 cm의 동판을 연결해 하나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
 나무와 꽃 등 자연 풍경을 소재로 택해 20x20 cm의 동판을 연결해 하나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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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래서 굉장히 쨍한 느낌과 단단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군요. 동판 위에 올라가는 색색깔의 재료는 뭐라고 하나요? 어떤 과정을 통해 그림으로 완성이 되는지 조금만 더 설명을 해 주시겠어요?
"동판 위의 색깔은 칠보유약이라고 해요. 동판은 칠레 같은 데에서 수입을 해 와요. 동판이 처음 들어 올 때는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기름칠이 된 상태로 오는데, 기름기를 사포나 그라인더로 닦아내고, 그 위에 칠보유약을 입혀요. 칠보유약은 가루로 되어 있는데, 쌀 씻듯이 계속 헹궈내는 작업을 먼저 해요. 처음에는 뿌연 물이 나오다가 여러 번 씻어내면 점점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서 사용해요. 그래야지 색이 아주 맑게 나오거든요.

칠보유약이 물에 젖은 상태로 물감 뜨는 나이프로 떠서 그리듯이, 동판위에 일정 두께로 올린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네요.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면서 칠보유약을 올려 그림을 만드는데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너무 얇으면 구울 때 수분이 다 날라 가서 동판이 까맣게 타고요, 너무 두꺼우면 열에 늘어나는 성질 때문에 늘어났다가 식으면서 여드름처럼 튀어나왔다가 떨어져나가는 경우도 있어서 칠보회화가 가지는 표면의 매끄러운 특성을 살릴 수가 없어요."
  
칠보는 주로 반지, 목걸이 등 공예의 재료로 사용된다. 우영란 작가는 칠보를 이용해 30년이 넘게 칠보를 재료로 회화작업을 해왔다. 칠보로 회화작업을 하는 작가가 거의 없어 드물게 그런지 감상자들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한다.
 칠보는 주로 반지, 목걸이 등 공예의 재료로 사용된다. 우영란 작가는 칠보를 이용해 30년이 넘게 칠보를 재료로 회화작업을 해왔다. 칠보로 회화작업을 하는 작가가 거의 없어 드물게 그런지 감상자들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한다.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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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하네요. 색깔들이 아주 맑고, 청아해요. 다른 회화에서는 보기 드문 색감들이네요. 쨍한 느낌을 주면서도 색깔들이 강한데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게 꼭 꽃밭에 서 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죠, 색깔들이 하나하나가 다 살아 있어요. 그러면서도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죠. 그게 어쩌면 오늘까지 제가 이 작업을 계속하게 한 칠보회화의 매력인가봐요. 칠보유약은 유리 가루라고 생각을 하면 돼요. 유리의 성분과 비슷해서 그게 녹으면서 동판도 녹으면서 결합이 되는 거죠. 장신구를 만들 때는 접착제를 쓰기도 하는데 열을 가하면 부글부글 끓으면서 색이 탁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저는 접착제를 전혀 쓰지 않고, 가마의 높은 온도만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죠."

- 가마를 이용하군요. 그러면 도자기를 굽는 그런 가마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가마를 다섯 개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반지 목걸이 등을 만들 수 있는 이동식 작은 가마고, 나머지 네 개는 칠보회화만을 위한 가마예요. 동판 사이즈에 맞게 15x15, 20x20 가 들어갈 수 있는 가마예요. 최근 들어서 30x30 가마를 또 주문을 했어요. 한 번에 한 장 밖에 못 구워요. 벽화를 할 때는 20x20으로 약 1천장 정도를 구워서 연결시켜 완성했죠. 어떤 분들은 겹겹이 선반처럼 만들어서 구우면 안 되느냐고도 하시는데 동판 뒷면에서 불순물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해요. 어쩔 수 없이 한 장씩 구워내야 되는 거죠."

- 시간이 드는 작업이네요. 그럼 한 번 구우면 완성이 되나요? 도자기 같은 경우 초벌과 재벌 과정들을 거치고 하던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한 번에 완성되는 작품도 있고, 두 번 세 번 굽는 경우도 있어요. 한 번에 굽는 게 제일 좋죠. 두 번, 세 번 굽게 될 때에는 먼저 구웠던 부분에 변색이 있을 수도 있고, 칠보 유약이 다시 열을 받으니 늘어나기도 하고, 색이 없어지기도 해요. 일단 한 번 굽고 나면 면이 매끌매끌 해지기 때문에 그 위에 칠보유약을 다시 올리는 작업은 어렵기도 하고요." 

"30년을 해도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칠보라는 재료도 아름다운데 꽃으로, 나무로 다시 태어난 작품들은 많은 눈길을 끌었다. 민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란이 칠보를 만나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칠보라는 재료도 아름다운데 꽃으로, 나무로 다시 태어난 작품들은 많은 눈길을 끌었다. 민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란이 칠보를 만나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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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군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작가들의 집중력과 신중함, 수고로움을 엄청나게 요구하는 것 같네요.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예요. 굽고 나서도 잔손질이 많아요. 동판이기 때문에 구워서 가마에서 꺼내면 빨갛게 달궈져서 둥글게 휘어진 상태로 나와요. 한쪽은 유약을 올렸고, 한 쪽은 그냥 동판이니까. 그러면 그걸 다시 적당히 식었을 때 수건을 덮고 발로 꼭꼭 밟아서 편편하게 펴줘야 해요. 무거운 쇠판을 올려서 펴보기도 했는데 손으로 누르고, 발로 밟고, 그렇게 사람 몸으로 하는 게 제일이더군요. 저는 0.8mm의 동판을 쓰는데 동판 자체는 크게 무겁지 않아요. 그 위에 유약이 올라가면 무게가 달라지죠. 유리 막이 올라가는 거니까 거의 배가 된다고 보시면 돼요. 그걸 몇 장씩 붙여서 작업을 하게 되니까 무게감이 있죠. 체력이 좋아야해요.

또 뒷면은 사포질을 안했기 때문에 불순물이 많아서 재같은 게 떨어지기 때문에 다시 사포질을 해요. 사이즈는 작지만 집중력과 힘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죠. 수채화나 유화는 그리면서 판단이 되니까 수정이 되기도 하는데 칠보회화는 한 번에 하는 게 제일 좋고, 최대한 안 고치는 게 제일 좋은데 해놓고 나서 내 생각만큼 안나와주면 제일 힘들죠. 또 작업자의 의지만이 아니라 불속에 들어가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가 있어요, 어떤 때는 제가 생각한 것 보다 잘 나올 때가 있죠. 그러며 그 때는 한 없이 좋기도 하고요."
 

- 작업하면서 어떤 때가 제일 어려우세요?
"작업자가 제일 어려울 때는 생각하는 대로 작업이 안 나올 때가 제일 속상하고 어렵죠. 붉은 색이 특히 그래요. 유약은 불투명 유약과 투명 유약이 있는데, 투명유약은 붉은색 계열이 하얗게 나와요. 그걸 구워내면 붉은 색으로 나와요. 30년 넘게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제 의지대로만 다 되지는 않더라고요. 아주 조금의 차이인데도 가마에 들어갔다 나오면 확연하게 달라요. 내가 구상한 색이 아닌 다른 색이 나올 때는 주변 색과의 조화를 깨뜨리게 되어서 속상할 때가 있죠. 작업 하는 게 그냥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

- 여기 작품들도 참 아름다워요. 마치 숲속이나 꽃들이 활짝 핀 후원을 걷고 있는듯해요. 기억에 남는 작업은 워가 있을까요?
"벽화작업이 저는 기억에 많이 남아요.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주경기장 3층에 벽화 작업을 했어요. 칠보로 벽화를 하면 색깔이 아름답고, 변하지 않고, 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어 공모전에서 당선이 되었죠. 동판 사이즈가 20x20이니 여러 장으로 연결해서 작업을 해야 해요. 그 때 1천장 남짓 구웠죠. 240x700로 두 점, '빛'과 '바람' 이 작업되어 있어요.

서울 마곡지구 아이파크 상가 1층에 200x280 네 점 작업을 했구요, 강화 중앙교회 '오병이어'100x100 다섯 작품을 바닥에 작업을 하고 에폭시 도장을 했어요. 칠보벽화는 더위와 추위에도 강하고, 강도가 높아서 공공미술로도 충분히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리도 물걸레로 닦기만 해도 충분하구요. 전 벽화 작업이 여러 사람과 같이 감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위>인천 아시안 게임 주경기장 3층에 설치 된 우영란 작가의 작품, "빛과 바람".  <아래> 서울 마곡지구 아이파크 상가 1층에 설치 된 네 점의 작품 중 두점.  칠보로 벽화를 하면 색깔이 아름답고, 변하지 않고, 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다
 <위>인천 아시안 게임 주경기장 3층에 설치 된 우영란 작가의 작품, "빛과 바람". <아래> 서울 마곡지구 아이파크 상가 1층에 설치 된 네 점의 작품 중 두점. 칠보로 벽화를 하면 색깔이 아름답고, 변하지 않고, 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다
ⓒ 우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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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를 찾아 온 감상자들이 독특한 칠보회화가 궁금한지 우영란 작가를 찾는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우영란 작가의 칠보회화연구소도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작가들의 작업실은 전시장의 모습과 달리 땀냄새 흥건히 베인 작업장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일본과 중국에는 칠보공예는 있지만 칠보회화가 없어서 곧 중국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우영란 작가가 밝혔다.

더워진다. 비 소식에, 태풍 소식도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기에도 녹록하지 않은 삶이지만 전시장에서 머리를 식혀도 좋을 것이다. 잠시 칠보로 피어난 꽃들과 자작나무 사이를 걸어 마음을 쓰다듬는 시간은 비움과 채움으로 다시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국회의원회관 1층에 있는 갤러리이니 신분증 지참은 필수다.

태그:#우영란, #칠보회화, #바람의 사색, #국회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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