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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이 들썩거리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민간주택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일제히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내세워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을 막는데 분양가 상한제만한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4회에 걸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와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점검해본다.[편집자말]
 
   

2015년 을미년은 고분양가 아파트 시대의 막이 열린 해이다. 2015년 1월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풀렸고, 민간 사업자들은 아파트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게 됐다.
 
분양가 통제권을 온전히 시장에 맡긴 대가는 혹독했다.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거침없이 치솟았다. 부동산 114의 연도별 민간 아파트 분양가 현황을 보면, 2012~2014년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00만~1900만 원 수준이었다.
 
분양가는 점차 오르기 시작한다. 2015년 3.3㎡당 1948만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2016년 2131만원을 기록했다. 분양가 규제를 푼 지 불과 1년 만에 2000만 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분양가가 특히 널뛰기했던 시기는 2017~2018년이다. 2017년 3.3㎡당 2160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2018년 2739만 원으로 급등했다. 정확히 579만 원, 퍼센트로 치면 26.80% 증가한 수치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용산과 성수동 등지에서 고분양가 아파트 단지들이 분양을 하면서 분양가가 올라갔던 시기"라고 진단했다.
   

2018년, 강남 아파트 분양가는 기본 3.3㎡당 4000만 원을 넘겼고, 그 비싼 가격에도 사람들은 "나중엔 더 오를 것"이라며 청약으로 몰렸다. 분양 당첨자는 '로또'라며 배 아파하던 시기였다.
 
강남에서 분양하는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시세대로 받기 위해, 아파트 토지비와 건축비를 끼워 맞췄다. 아파트 건축비 중 기타부대비용을 부풀리는 등의 방식으로 분양가를 높였고, 3.3㎡당 4000만 원이 넘는 분양가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홍보했다.
 
같은 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 심사 내역을 보면,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개포자이(현대건설 컨소시엄 시공)의 분양가는 3.3㎡당 4160만 원(분양 보증 심사 기준가)이었다. 전용 84m²의 분양가가 13억 원대였다. 그럼에도 1순위 청약 경쟁률이 25.22대 1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고분양가임에도 시장 수요가 몰리자,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를 더 높였다. 지난해 10월 분양보증 승인을 받은 서울 서초구 서초우성1차 래미안 리더스원(삼성물산 시공)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687만 원이었다.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 3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라클라스(현대건설 시공)의 분양가도 3.3㎡당 4683만 원이었다. 전용 84㎡ 면적의 분양가는 최소 14억 원 이상이었다. 자유시장경제론자인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며 혀를 내두르는 가격이다.
 
높은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소유주들은 나중에 더 오를 것을 반영해 가격을 불렀고, 실제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올랐다. "아파트 값은 앞으로 더 오른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지난 2015년 1월 강남3구가 포함된 서울 동남권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중위매매가)는 6억 3406만 원이었다. 정확히 4년이 지난 2019년 1월 이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 1801만 원을 기록했다. 1년에 1억 원씩 가격이 뛴 셈이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특정 재화의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해 시장이 가격 조정 능력을 상실하면 '시장 실패'라고 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분양가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분양가상한제가 풀리고, 평당 4000만원 분양가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선이 무너지면서 가격 폭등세를 가져왔다"며 "일부 부동산전문가들이 규제가 과하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데, 오히려 주택 시장을 이렇게 규제하지 않는 나라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또 "지금 부동산 시장은 자율 가격 조정에 실패한 시장"이라며 "현재 논의되는 분양가상한제는 좀 더 빨리 도입을 검토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태그:#아파트 분양가, #재건축, #분양가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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