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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흥알앤티지회는 7월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내 괴롭힘을 고발한다"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흥알앤티지회는 7월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내 괴롭힘을 고발한다"고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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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흥알앤티지회는 7월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내 괴롭힘을 고발한다"고 했다. 사진은 여성 노동자 5명이 급성방광염과 신우신염을 앓고 병원에서 받은 진단확인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흥알앤티지회는 7월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내 괴롭힘을 고발한다"고 했다. 사진은 여성 노동자 5명이 급성방광염과 신우신염을 앓고 병원에서 받은 진단확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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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인 조장한테 말하고 화장실에 가야 하니까 얼굴이 마주치면 낯이 뜨겁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참고 넘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배가 아파왔고 볼일 보는 게 불편했다."

끝내 울먹이고 말았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경남 김해 '대흥알앤티'에서 일해 온 여성노동자는 급성방광염에 걸린 상황을 설명하면서 울먹였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1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지침'을 만들고 "근무지 이탈금지. 화장실 이용 및 흡연, 기타 개인사유 근무지 이탈 불가. 긴급시 조반장 보고 및 승인 하 이동. 조반장 부재시 사후 보고(이탈 사유가 미승인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방침 위반)"라고 밝혔다. 화장실에 가려면 조반장 보고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이후 남자 조·반장한테 화장실 보고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 이 회사 여성 노동자들은 화장실 사용을 참는 사례가 생겨났다. 최근에는 여성 직원 4명이 급성방광염, 1명이 신우신염 증상을 보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흥알앤티지회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첫날인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의 부당함을 고발했다.

"점점 불편해졌고, 수치심도 느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여성 노동자 2명이 증언했다. 먼저 입을 연 여성 노동자는 "화장실에 가려면 조장한테 보고해야 했다. 처음 시행할 때는 말을 하고 다녀왔다. 그런데 조장이 돌아다니면서 체크를 하더라. 나중에는 휴대전화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알리고 화장실에 가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장은 화장실 앞에서 체크리스트를 들고 누가 화장실에 가는지, 몇 분 걸리는지를 확인했다. 하루 몇 번 화장실에 가는지를 체크해서 '근태'나 생산수량, 자리이탈 횟수 등을 점수로 매겨서 부서 이동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급성방광염이었다. 50년 살면서 처음 걸린 병이다"고 했다.

두 번째로 증언한 여성 노동자는 "회사 측은 화장실에 가려면 보고를 하라고 했다. 화장실 갈 때마다 성별이 다른 조장한테 눈을 맞추고 이야기 한다는 게 불편하고 불쾌했다. 그렇게 하는 게 거듭되면서 점점 불편해졌고, 수치심도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나중에는 진짜 급하지 않으면 참게 되었다. 성별이 다른 조장한테 보고하다 보니 수치침을 느끼게 되었다. 보고하지 않고 가면 조장이 라인으로 찾아와서 '왜 보고 안하고 갔느냐'고 묻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장실 다녀와서 이렇게 수모를 당해야 하느냐는 생각에 2시간 정도 울었던 것 같다"며 "통증이 있었고 나중에 보니 급성방광염이었다. 통증으로 이틀 동안 회사에 나가지 못했다. 방광염 가지고 결근까지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는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다. 여자로서 수치심이 느껴졌다. 가족들이 상처받고 마음이 아플까 봐 말을 못하고 있다가 방광염이 걸려서야 식구들한테 말했다"며 "그런데 관리직들은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다 가고, 커피 마시는 거랑 담배 피우는 것도 자유롭게 한다"고 했다.
  
"직장 괴롭힘을 넘어 인권침해이고 탄압"

대흥알엔티지회는 "여성노동자들은 대소변 외에도 생리적 현상을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장(전원 남성)들에게 화장실 사용을 보고해야 했고 수치스러움에 보고하지 못하자 볼일을 참아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장실을 가야 할 때 가지 못한 노동자 중 여성 노동자가 급성방광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은 '근무지침'이 있기 전까지 동종의 병을 얻은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흥알앤티지회는 "여성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화장실 사용을 보고받는 것은 업무 연관성을 현저히 벗어난 행위로 인권침해이자 직장 내 괴롭힘, 직장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화장실 사용 보고' 지침이 논란이 되자 회사는 지난 5일 "근무시간 중 화장실 이용 안내"를 통해 "근무시간 중 화장실 사용은 직원 개인의 의사와 필요에 따라 이용하고, 화장실 이용을 사유로 한 근무태만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사후적으로 사안별로 인사조치 검토"한다고 변경했다.

연차사용에 대해서도 이들은 "노동자의 개인적 의사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법에 따라 주어진 노동자의 권리인데, 연차사용에 있어 개인의 사유를 묻고, 그 사유 보고 정도에 따라 연차사용을 제한하는 것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이며, 불법행위"라며 "관리자들의 감시행위도 도를 넘었다"고 했다.

이 회사는 휴게시간이 오전 10시, 오후 3시부터 각 10분씩이다. 대개 사업장은 휴게시간을 마친 뒤 작업 시작에 맞춰 '시작종'을 치는데, 이 회사는 3분 전에 '예비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대해 대흥알앤티지회는 "법과 노사간 합의로 정해진 휴식시간마저 예비종을 치면서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노동자들을 현장으로 밀어 넣는다"며 "예비종으로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을 제한하는 것이고, 정서적 불안감을 유발시키는 악질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흥알앤티지회는 "노동자의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고, 연차사용을 선별하고, 휴식시간 예비종을 치는 것으로 생산물량 95%를 유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행하고 있는 관리자들을 포함한 책임자 처벌, 문제를 야기시킨 지침의 철회, 사측의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당사자들에게 직접적인 보상을 요구한다"고 했다.

정동식 지회장은 "생산직 250여 명 중에 여성은 70여 명이다. 추가 환자 발생은 가늠할 수 없다"며 "화장실 문제를 포함해서 모든 사안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대흥알앤티 노동현장에서는 극심한 직장 괴롭힘을 넘어 인권침해와 탄압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하면서도 자료 어디를 보아도 한 마디 사과가 없고, 핑계를 대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박종미 민주노총 경남본부 여성국장은 "일이 터지고 나면 그런 의도가 아니라거나 이럴 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는 성적 수치심과 병까지 얻었다"며 "회사가 사과하지 않으면 경남지역 여성단체들과 함께 불량 사업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 "회사가 직원들을 감시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대흥알앤티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각 직원들이 비교적 독립적인 작업을 한다"며 "그동안 근무시간 중 이탈에 대해 적극적인 관리를 실시하지 않아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고, 6월 1일 근무지침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근무지침에 대한 현장 문의에 대해 6월 7일 '질문답변' 자료를 사내에 공지하고 직원들한테 문자로 안내했고, 7월 5일 '근무시간 중 화장실 사용은 개인의 의사와 필요에 따라 이용'하도록 했다"고 했다.

회사는 "근무지침은 기본적인 공정한 근무제도의 정착을 위한 것이지 결코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회사가 직원들을 감시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연차휴가와 관련해, 회사는 "회사의 시기변경권 사유에 해당하거나 불법한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휴게시간과 관련해, 회사는 "직원들은 정해진 휴게시간은 준수해야 한다. 근무지침은 전혀 휴게시간 사용 용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휴게시간의 준수를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당초 회사는 대흥알앤티지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던 장소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다가 변경해 자료만 기자들에게 나눠주고 돌아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흥알앤티지회는 2018년 7월 결성되었다. 이 회사에는 한국노총도 있어 복수노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흥알앤티지회는 2018년 7월 결성되었다. 이 회사에는 한국노총도 있어 복수노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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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직장내 괴롭힘, #대흥알앤티, #전국금속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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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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