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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화가 이종헌 개인전 '칠색유감(漆色有感)'을 오는 21일(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 신관(T:02.739.4937)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토(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백색의 점토)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형태인 평균 높이 45cm 이상의 항아리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일색칠(一色漆)로 마감을 한 달항아리와 소래기 등 총 2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종헌 개인전 『칠색유감(漆色有感)』. 푸른 옷을 입은 이가 이종헌 작가,  좌로부터 원광대학교 총장 박맹수,원불교 평양교당 교무 정인성,  이종헌 작가,  보성전통공예방 대표 한광석 선생이다.
 이종헌 개인전 『칠색유감(漆色有感)』. 푸른 옷을 입은 이가 이종헌 작가, 좌로부터 원광대학교 총장 박맹수,원불교 평양교당 교무 정인성, 이종헌 작가, 보성전통공예방 대표 한광석 선생이다.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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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뿌리 깊은 나무에 걸린 달 ㅅ·ㅣ미 기픈 물에 비친 달' 전시회 이후 새로이 선보이는 '칠색유감(漆色有感)' 전에서는 일색칠(一色漆)과 그림을 통한 달항아리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했다. 이후 이종헌 작가는 9월 국회의원 회관 전시, 10월 전남 도청에서의 전시 계획과 중국 최고의 옻칠 작품 전시회인 '2019 호북국제칠예 3년전', 내년 11월에는 중국 복건성 척복미술관에서의 전시 등 국외에까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17년 옻칠 달항아리가 만들어지던 첫 과정부터 이번 '칠색유감(漆色有感)' 전까지 전 과정을 취재해온 기자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총 2회에 걸쳐 인터뷰로 싣고자 한다. 먼저 제1회에서는 옻칠 달항아리의 작업 과정과 작품 소개 및 감상하는 방법, 제2회에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강서대묘와 중묘에 옻칠화로 그려진 사신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우리 미술의 나아갈 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위/좌) 김주영 비파 연주가와  <위/우>무형문화재 제30호  강권순 선생의 공연으로 축하연이 시작되었다. (아래)『칠색유감(漆色有感)』오프닝는 학고재 우찬규 사장, 전 미협 이사장 곽석손, 전 민미협 회장 박진화, 전남민예총 허달용, 공예디자인진흥원 조혜영 사무국장, 옻칠공예가 양유전, 원주옻칠문화진흥회 김상수, 롯데 이종현 상무, 주현건설 방일성 사장, 한중일협력국 대외협력담당관 김용재, 서예가 김건표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헤 축하하고 있다.
 (위/좌) 김주영 비파 연주가와 <위/우>무형문화재 제30호 강권순 선생의 공연으로 축하연이 시작되었다. (아래)『칠색유감(漆色有感)』오프닝는 학고재 우찬규 사장, 전 미협 이사장 곽석손, 전 민미협 회장 박진화, 전남민예총 허달용, 공예디자인진흥원 조혜영 사무국장, 옻칠공예가 양유전, 원주옻칠문화진흥회 김상수, 롯데 이종현 상무, 주현건설 방일성 사장, 한중일협력국 대외협력담당관 김용재, 서예가 김건표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헤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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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색칠(一色漆)은 칠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합니다"

기자 : 작가님, 먼저 전시회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애쓰신 보람이 있으시네요. 지난 2017년 처음 옻칠 달항아리를 선보일 때와는 또 다르게 다양한 작품들을 하셨네요. 먼저 간단하게 소개 좀 해주시겠습니까?

이종헌 작가(이하 이종헌) : 전시장에 제대로 전시되니까 작업실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달항아리 인물이 살아나죠? 이번 '칠색유감(漆色有感)' 전은 '홍연(紅緣)' 6점, '월광(月光)' 1점, '월영(月影)' 2점, '추강(秋江)' 12점, '적멸(寂滅)' 2점, '명경(明鏡)' 2점, 이렇게 시리즈로 묶고, 그림을 올린 4점을 포함해 총 29점을 준비했습니다.

기자 : 도자기에 옻칠 한 것을 '도태칠기'라고 하죠? 특별히 도자기라는 소재를 선택해 옻칠을 한 이유가 있나요?

이종헌 : 창작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죠. 이번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유의 옻색인 생칠과 흑칠 말고도 붉은 주칠, 황색 칠, 푸른색 칠로 마감을 했는데 이런 작업은 고구려 강서대묘와 중묘의 벽화를 염두에 두고 했어요.

도자기를 선택한 이유는 고온경화시킨 도자기에 올리는 옻칠 작업이 고구려 강서대묘와 중묘의 화강암에 옻칠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달항아리인 이유는 우리가 달을 바라보면 아끼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이 깃들듯이 저 역시 제가 예술가로서 하고 싶은 작업들에 대한 소원을 담으면서 항아리를 만지고 색을 올리고 그랬던거 같아요.
  
좌로부터 ?월광(月光)-02/ 황칠/ 은은한 달빛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 적멸(寂滅)-01/ 파란칠/모든 것을 벗어난 경지를 이야기 하는 달항아리 ? 월영(月影)-02/ 흑칠/ 하늘의 달이 땅에 몸을 누인 모습. 항상 겸손한 자세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담은 달항아리 ? 명경(明鏡, 옻칠소래기)-02 / 옻칠/ 자신의 모습을 비춰 반추하는 마음을 담았다.
 좌로부터 ?월광(月光)-02/ 황칠/ 은은한 달빛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 적멸(寂滅)-01/ 파란칠/모든 것을 벗어난 경지를 이야기 하는 달항아리 ? 월영(月影)-02/ 흑칠/ 하늘의 달이 땅에 몸을 누인 모습. 항상 겸손한 자세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담은 달항아리 ? 명경(明鏡, 옻칠소래기)-02 / 옻칠/ 자신의 모습을 비춰 반추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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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그림이 올라간 작품도 참 좋던데… 다분히 사회 변화와 맥을 같이 하는 부분도 있어 인상적이더군요.

이종헌 : 그럼요. 예술은 진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마련이죠.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옮기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가려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16년 12월 광장에서' 우리 시민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바람을 일으키다'에서는 억압이 있는 곳에서 주체적으로 극복하려는 진취적이고 다이내믹한 인간의 의지와 힘을 인간 군상을 통해 담고 싶었어요. 그런 힘들이 '노부(老父)의 봄'에서는 가장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인 곱추 박씨가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우리가 같이 맞이하는 봄의 의미가 되죠.
  
좌로부터 ? 2016.12 광장에서 / 2019 / 옻칠, 색료, 은박, 고온경화 / 높이 48cm  ? 춤(舞)/ 2019 / 옻칠, 색료 / 높이 46cm  ? 바람을 일으키다(起風) 02 / 2019 / 옻칠, 금박, 색료, 추광(推光)/ 높이 46cm
 좌로부터 ? 2016.12 광장에서 / 2019 / 옻칠, 색료, 은박, 고온경화 / 높이 48cm ? 춤(舞)/ 2019 / 옻칠, 색료 / 높이 46cm ? 바람을 일으키다(起風) 02 / 2019 / 옻칠, 금박, 색료, 추광(推光)/ 높이 4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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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작가님, 그림이 그려진 달항아리들은 그나마 감상하기가 쉬운데 옻칠 달항아리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보면 비슷비슷해 보이지 않을까요? 어떤 작업 과정을 통해 창작되었는지, 또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 감상에 도움이 되도록 설명을 좀 해 주시겠어요?

먼지 한 톨보다 얇게 올라가는 칠, 그렇게 열 번 스무번도 칠하기도 해

이종헌 : 이번 전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일색칠기(一色漆器)'라는 거예요. 일색, 즉 하나의 색으로 칠을 한다는 것은 칠작업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가장 으뜸이에요. 어떻게 보면 정말 단순해 보이지만 작가의 기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작가로서는 일단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작업이에요.

한 가지 색으로 완벽한 칠색을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먼지 한 톨도 용납이 안돼요. 칠이 먼지보다 얇게 올라가기 때문에 작업장 청소는 물론이고 먼지가 앉기 전에 칠을 끝내고, 또 가마 안에 들어갈 때까지 진짜 먼지 한 톨도 조심해야 하구요. 칠을 하기에 적당히 습도와 온도의 날씨, 균일한 칠의 두께와 속도와 힘으로 칠해야 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 그래야만 칠이 칠로써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하게 되는 거죠. 옻칠은 사실 그 어떤 보조적 꾸밈없이 완벽하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옻칠 자체의 완벽한 아름다움인 거죠. 장엄하다고나 할까….

기자 : 먼지보다 얇게 올라가는 옻칠이라... 대단하군요. 정말 놀라워요. 그런데 그런 작업을 항아리에 몇 번씩이나 하게 되죠?

이종헌 :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항아리들은 최소 5회 이상 10번까지 칠을 한 작품들이에요.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20번도 올릴 수 있어요, 여기 자세히 보면 칠 밑에 칠이 어룽어룽 보이죠? 바닥으로부터 겹겹의 색이 올라와서 이런 색감의 표현이 가능한 거예요. 여기 '홍연(紅緣)-05'는 옅은 와인색이지요? 이 항아리는 붉은 주칠을 하고 사포작업 후에 원주산 정제 생칠을 올렸어요. 생칠을 한 번 더 올리면 '홍연(紅緣)-03'처럼 짙은 와인색이 되지요.
  
좌로부터 홍연(紅緣)-3/ 홍연(紅緣)-5 / 홍연(紅緣)- 02/ 붉은 주칠로 칠한 홍연(紅緣)은 사는 동안 좋은 인연들 맺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좌로부터 홍연(紅緣)-3/ 홍연(紅緣)-5 / 홍연(紅緣)- 02/ 붉은 주칠로 칠한 홍연(紅緣)은 사는 동안 좋은 인연들 맺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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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같은 작품은 흑칠을 올린 후에 주칠을 올리고 사포로 그림을 그렸어요. 우리는 그걸 '드러낸다'는 표현을 쓰죠. '2016년 12월 광장에서'는 박료(안료+은박)라는 기법을 이용하여 촛불의 이미지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그려 넣었고, 인간군상의 모습은 칠을 흘러내리게 하는데 형상화 시켰는데 그 흐름이 그냥 균일하게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 속도가 다 달라요. 그렇게 해서 사람의 모습을 나타내고, '바람을 일으키다'에서 바람의 느낌을 내기 위해서 흑칠을 두껍게 한 후 굳었을 때 도막에 주름이 잡히도록 유도해서 묘사한 거예요.

또 항아리마다 광이 다르게 반짝거리지요? 저렇게 윤이 나지 않도록 광을 낸 무광, 사포로 연마해서 광을 없애는 부광, 연마제와 기름을 섞어 천으로 문질러 내는 추광, 손으로만 광을 낸 개광도 있고, 연마제로 부광을 없애고 그대로 마감한 퇴광 등 이렇게 다양해요. 또 항아리마다 광이 다르게 반짝거리지요? 자연스럽게 가마의 열을 통해 만들어 낸 무광과 유광, 가마에 의해 만들어진 도막의 광택(부광)을 사포로 연마해서 광을 없애는 퇴광, 광택을 없엔 퇴광을 연마제와 기름을 섞어 천으로 문질러 내는 추광, 가마에서 만들아진 부광을 사포로 없애지 않고 반복하여 칠을 얇게 문지르듯 닦아내고 굳혀 그대로 손으로만 광을 낸 개광 등 이렇게 다양해요.

아는 만큼 볼 수 있는데 여태는 그런 기회가 잘 없어서 우리가 모르고 그냥 옻칠은 어둡고 반짝이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던 거죠. 우리 민족은 세계 유일한 옻칠화로 거대한 벽화를 그린 민족이예요. 칠을 잘 다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잘 다룬다는 것은 잘 안다는 것이고, 잘 알기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했다는 건데 그건 고대 국가에서 아주 힘센 국가였다는 것을 말해주죠.

기자 : 아, 고구려 옻칠 벽화 이야기는 잠시 아꼈다가 2회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구요, 또 어떤 면에서 감상을 해보면 좋을까요?
 
전남 보성 작업실에서 창작한 일색칠의 항아리들을 이종헌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 하나 손으로 만지며 감상해 보았다.
 전남 보성 작업실에서 창작한 일색칠의 항아리들을 이종헌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 하나 손으로 만지며 감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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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의 손길에 의해 매번 다른 모습으로 탄생되는 달항아리

이종헌 : 같이 한 번 보실까요? 달항아리들은 45cm 이상이 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기본적으로 둥근 소래기 형태 두 개를 아래 위로 얹어 하나의 항아리로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항아리 안쪽 바닥까지 도공의 손이 닿아야 하는 문제가 있거든요. 또 두 개를 붙여 만들기 때문에 완벽한 구의 형태가 나오지도 않고, 또 매번 작업자의 손길에 의해 조금씩 달라지니까 하나하나가 그냥 생물(生物)이에요.

기자 : 이번 달항아리의 기본 형태도 지난 전시에 같이 작업하신 박노연 선생님께서 만드셨어요?

이종헌 : 예. 박노연 선생님께서 백토로 달항아리 형태를 만드셨죠. 그 다음부터는 제가 제 마음에 드는 형태를 잡기 위해 사포 작업을 해요. 어느 정도 제 맘에 들게 되면 900백도 정도의 가마에서 초벌 작업에 들어가죠. 초벌이 끝나면 항아리가 수축이 생겨서 형태가 변해요. 그래서 다시 형태를 잡기 위해서 물을 충분히 적셔서 물사포 작업을 하고, 1250도 정도에서 재벌, 다시 물사포를 한 후에 옻칠을 올릴 수 있는 준비를 해요. 충분히 첫 번째 칠이 올라가겠다 싶으면 1번째 생칠을 하고 약 150도에서 200도 사이에서 구워낸 후 식으면 사포를 하고 칠을 올리는데 제 마음에 흡족할 때까지 거의 5번 이상에서 10번까지 작업을 했어요.

달항아리에 옻칠을 올릴 때 칠을 얼마나 얇게 올리는지, 사포를 칠 때 어떤 부분은 많이, 어떤 부분은 약간, 또 부분에 따라 부드럽거나 거칠게 흔적을 남기죠. 또 붓질을 할 때도 빠르기, 힘의 강약 조절에 따라 그 느낌이 매번 다 달라요. 달항아리 하나하나 표면이 다 다르고, 부분도 다르기도 하고, 어쨌든 눈으로만이 아니라 손으로 감상하는 맛이 있어요.

기자 : 그런 걸 어떻게 결정을 하나요? 미리 완성도 같은 것을 머릿속에라도 만들어 두고 하시나요?

이종헌 : 먼저 백토로 만들어진 달항아리 형태를 보고 제 손으로 사포 작업에 들어가면서 교감을 나누면서 작업이 이루어져요. 옻칠을 가마에서 경화 시키니 가마의 불 온도도 약간의 변수로 작용하구요, 옻칠을 하는 날 날씨도 영향을 미쳐요. 날이 흐리면 칠이 빨리 굳으니 붓질을 평소 때보다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해야 하는 날도 있구요. 어떤 정형화된 목표라기보다는 과정에서, 부분 부분에서 달항아리들이 요구하는 것들이 생겨나죠. 저는 그 요구에 맞추어 작업을 한 셈이죠. 그냥 느껴져요, 눈으로, 손끝으로…
  
일색칠로 태어나기 위한 작업과정의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구성해 보았다
 일색칠로 태어나기 위한 작업과정의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구성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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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일반적으로 옻칠을 나전칠기, 나전을 올리기 위한 바탕 정도로 생각하는데 옻칠 자체가 가진 힘과 매력이 엄청나게 다양하군요. 작가님 말씀대로 옻칠은 자체만으로 제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또 아까 표현하신대로 "장엄하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군요. 잠시 쉬었다가 옻칠화로 그려진 고구려 벽화와 우리 미술에서의 옻칠화가 가지는 위상 등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다시 전시장을 둘러본다. 전남 보성 '갤러리 re' 작업실에서 달항아리 하나하나를 다 만져 보았다. 눈을 감고 말이다. 달항아리 하나에도 균일할 것 같으면서도 균일하지 않는 먼지 한 톨의 두께보다 얇게 칠해진 칠이 겹겹으로 올라가 있다. 깊이가 다르고, 손의 지문에 닿는 부드럽기가 다르다. 달항아리에 남은 붓질을 따라 손가락으로 따라가 보노라면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땡글땡글한 물방울 소리가 곧 날 듯 했다. 물론 전시장에 전시 된 작품을 손으로 만지면 큰 사단이 나니 아쉽게도 눈으로만 감상을 해야 한다.

[다음 기사] 강서대묘의 옻칠 벽화, 당장 가서 복원·보수하고 싶어

태그:#칠색유감, #이종헌, #학고재, #일색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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