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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배송으로 받은 마켓컬리의 제품들
 새벽배송으로 받은 마켓컬리의 제품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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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현관문 앞에 선 배우 전지현이 택배 상자를 집어 든다. 한 손으로 상자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문을 닫으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내 현관에 불이 꺼진다. 그가 들어간 현관을 포함해 총 14개의 이웃집들이 화면에 잡힌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기에, 희미한 불빛만 문 위를 비추고 있다. 식자재 유통 업체 마켓컬리의 광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벽 배송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상품이 배송되기까지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이 걸렸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달라졌다. 당시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유통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전날 밤 11시까지 주문을 마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상품이 배송되도록 한 것이다.

마켓컬리가 신호탄을 터트리자 유통 공룡인 이마트, 쿠팡 등도 속속 새벽 배송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부터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말 새벽배송 서비스를 자체 웹사이트에 들여왔다. 각 업체들은 기존의 특화된 강점으로 각기 다른 서비스를 내놓고 있었다.

세 개 업체가 내놓은 새벽 배송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10일 직접 신선 식품을 주문해 그 차이를 비교해봤다.

제품 가짓수로 승부하는 SSG... 하지만 '배송'은 아직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의 통합 웹사이트인 '쓱(SSG)'이다. 신세계몰과 백화점 상품뿐 아니라 이마트몰, 트레이더스 등 대형마트 제품도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다. 이곳에 들어가자 '새벽배송'이라고 적힌 흰색 메뉴가 눈에 띄었다. 클릭해보니 새벽 배송이 가능한 제품들만 화면 위로 떠올랐다. 통합 사이트인 만큼 홈페이지 내 모든 제품을 새벽 배송으로 구입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하지만 신세계의 유명 먹거리는 대체로 '새벽배송 상품 목록'에 올라 있었다. 자체 브랜드인 피코크의 치즈케이크나 쉬림프링 등이 그 예다. 가격은 매장 가격과 같았다. 다양한 제조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 유통 공룡인 만큼 제품의 선택지도 넓었다. 우유를 검색하니 147개의 제품이 나타났다. 각각의 제품이 소량, 낱개 단위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고기는 약 300g 단위로, 주스 등은 낱개로 팔렸다.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이들의 대다수가 1인 가구인 점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SSG사이트 캡처
 SSG사이트 캡처
ⓒ S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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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5000원대의 저렴한 멜론 제품을 클릭했다. 정보란에 '배송비 3000원'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 옆으로 4만 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이라는 글자도 붙어 있었다. '1인 가구에게 4만원은 꽤나 큰 금액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멜론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순간 화면 위로 '설정한 주소지로는 새벽배송이 불가능하다'는 알람이 떠올랐다.

배송 가능 지역을 확인하라는 링크를 눌러봤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새벽 배송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나타났다. 서울 지역에서 가능한 몇 개 구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이를 확인하니 더 의아해졌다. 상품을 주문하려던 배송지는 사이트가 안내한 '배송 가능 지역'에 들어가 있었다. SSG 고객센터쪽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자 "같은 '구'라 하더라도 우편번호에 따라 배송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SSG 관계자는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며 "앞으로 배송 가능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했다. 결국 주문을 하지 못한 채 창을 닫아야 했다.

남다른 속도의 '로켓프레시'... 제품 상태에는 갸우뚱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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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포털사이트에서 오픈마켓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검색했다. 바로 광고창이 떴다. 로켓프레시 마크가 붙은 상품을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달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광고를 클릭하자 '로켓와우'라는 쿠팡 자체 멤버십 가입 화면이 나타났다. 로켓프레시는 로켓와우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 창을 껐다 다시 켰다. 하지만 이내 같은 화면이 떠올랐다.

몇 번을 반복한 끝에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로켓와우 멤버십에 먼저 가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쿠팡이 안내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월 2900원을 내는 조건으로 이 멤버십에 가입할 경우 사이트에 올라 있는 모든 제품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받아볼 수 있었다. 로켓프레시도 그중 하나였다.

로켓와우에 가입한 첫 달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기에 가입한 후 상품을 살폈다. 제품의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다. 수박은 ㄴ업체의 제품, 키위는 ㅈ업체의 제품만 등록돼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 익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쿠팡이기에, 배송에서 만큼은 강점을 보였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파격세일이 많은 오픈마켓 특성상, 이벤트를 만나면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때마침 이벤트 중이던 만 원짜리 수박 한 통을 담아 주문 버튼을 눌렀다.
 
 쿠팡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로 받은 바나나
 쿠팡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로 받은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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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1만5000원을 채워야 로켓프레시 배송이 가능하다는 알림이 화면 위로 떠올랐다. 로켓와우 멤버십을 갖고 있다면, 개수와 상관없이 무료 배송의 혜택을 얻는다고 표시돼 있었기에 의아했다. 쿠팡쪽에 확인해본 결과, 로켓프레시 제품에 한해서는 1만5000원 이상이라는 금액 제한이 있음을 알게 됐다. 결국 바나나 한 송이를 장바구니에 더 담았다.
  
다음날 오전 7시 20분께. 쿠팡 배송 기사로부터 상품을 문 앞으로 전달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이미 오전 3시 20분께 배달이 완료돼 있었다. 손상되기 쉬운 과일을 보호하기 위해서일까, 주문한 바나나와 수박은 각기 다른 상자에 담겨 있었다. 바나나 박스 위에는 '취급주의' 스티커도 붙어 있었다. 제품의 상태는 좋은 편도 나쁜 편도 아니었다. 바나나 윗부분은 푸르스름했으나, 아래쪽은 검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수박 역시 겉에 조금의 이물질이 묻어 있었다.

세심함의 끝판왕 마켓컬리... 가격은 비싼 편

새벽배송의 선두주자 마켓컬리 사이트에서는 그들만의 개성이 두드러졌다. 시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트에서 우유를 검색하니 76개의 상품이 나타났다. 이 중에는 매일유업처럼 대중들에게 친숙한 업체의 제품도 있었지만. '소이퀸'이나 '틸리셔스' 같은 익숙하지 않은 업체 제품도 있었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었다. 쿠팡에서는 9kg 미만의 수박이 1만2900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마켓컬리 사이트에서는 8kg 이상의 수박이 2만2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약 9000원의 차이가 났다. 마켓컬리는 SSG와 마찬가지로 4만 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역시 1인 가구에게는 다소 비싼 가격이었다.  
 
 마켓컬리 사이트 캡처
 마켓컬리 사이트 캡처
ⓒ 마켓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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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고려해 마켓컬리 역시 쿠팡과 마찬가지로 월 정액제 멤버십인 '컬리 패스'를 마련해두고 있었다. 매달 4500원을 결제하면 1만5000원 이상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무료로 배송해준다고 했다. 주문할 때의 세심함도 돋보였다. 체리와 자두 등 몇 개 과일을 담아 주문을 하던 중, 다른 사이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택 항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집 앞으로 상품을 배송할 때, 택배 기사들이 고려해야 할 '현관 출입 방법'이나 '배송완료 메시지 전송 시간' 같은 것들이 그 예다.

11일 오전 7시. 전날 주문했던 상품이 문앞으로 배송되었다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문 밖으로 나가보니 보라색 비닐봉투에 주문한 제품들이 담겨 있었다. 봉투 안에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아이스팩도 들어 있었다. 봉투의 겉 표면에는 다음 주문 시 아이스팩을 문 밖에 내놓으면 마켓컬리가 수거해 재활용한다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배송된 제품들은 퀄리티가 좋았다. 제품 자체에서의 두드러지는 흠은 발견할 수 없었다.

세 업체는 같은 듯 다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신세계는 유통망을 앞세웠고, 쿠팡은 빠른 배송이 돋보였다. 마켓컬리는 시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개성 있는 상품들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뿐 아니라 식품기업들 또한 속속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새벽배송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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