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K리그 팬들의 관심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단행한 트레이드건에 집중됐다. 지난 4일 양 구단은 남준재와 김호남의 1대1 트레이드 사실을 알렸다. 이로써 인천의 남준재는 제주로, 제주의 김호남은 인천으로 향하게 됐다.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는 인천과 제주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트레이드에 포함된 선수에 대해서 많은 팬들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구단 모두 팀의 얼굴과 같은 핵심 선수를 트레이드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남 FC의 경기. 인천 소속이던 남준재의 모습.

2019년 3월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남 FC의 경기. 인천 소속이던 남준재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남준재는 인천의 주장이자 오랜 기간 인천에서 뛰며 팬들의 지지를 한껏 받아온 선수다. 특히 지난해 후반기 맹활약으로 인천이 K리그1에 잔류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호남도 제주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다. 2016년 제주에 입단한 김호남은 군 입대로 인해 제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지만, 헌신적인 플레이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짧은 시간에 이창민과 함께 제주의 간판으로 자리잡은 김호남이었다.

따라서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팬들은 불만이 크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팀의 대표 선수와 너무 갑작스럽게 이별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인천 구단 측은 트레이드 발표 당일 팬 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건을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선수가 사실상 거부하기 힘든 이적 규정

사실 프로축구 세계에서 팀의 간판이 하루 아침에 떠나는 일은 아예 벌어지지 않는 일은 아니다. FC 서울의 데얀은 수원 삼성으로 향했고, 과거 로빈 반 페르시는 아스널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안착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K리그 로컬룰'이다. K리그에는 K리그에서만 통용되는 특이한 룰이 몇 가지 있다. 'U-22 의무출전', '외국인 골키퍼 영입 제한', 'FA 선수 보상금 제도' 등 국내 프로축구 리그에서만 적용되는 다양한 규정들이 존재한다.

이번 사건도 K리그 내에 존재하는 로컬룰에 의해 이뤄졌다. 프로축구 규정 '제2장 선수'의 '제23조 선수 계약의 양도' 2항에는 '선수는 원소속 클럽에서 계약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될 경우, 선수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즉, 선수의 기본급 혹은 연봉이 단 1원이라도 상승하는 조건이면 클럽은 아무런 제재 없이 선수를 보내고 영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선수가 이를 거부할 수 있지만, 규정에는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경우, 선수는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된다'라고 되어 있다. 사실상 선수에게 클럽의 결정을 거부할 권한은 없는 것이다. 이 규정으로 인해 클럽은 '갑'(甲)이고, 선수는 철저한 '을'(乙)인 셈이다.

물론 국내 사정을 반영해 생긴 로컬룰이 모두 클럽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선수의 저변 확대를 위해 강제적으로 실시되는 U-22 의무출전 등은 클럽보다는 오히려 국내 선수들에게 유리한 제도다.

그럼에도 선수가 자신의 이적을 거부할 수 없는 규정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물건이 아닌 사람이 이동하는 이적(移籍)이란 행위가 어떻게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 김호남의 모습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 김호남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 매체에 따르면 김호남은 트레이드와 관련해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하고, 트레이드 당일 오전 슈팅 연습 후 트레이드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김호남과 제주의 3년 반의 인연은 단 하루 만에 종결됐다. 남준재의 경우 이번 사건에 대한 인천과 입장 차이가 있지만, 남준재는 자신도 김호남과 마찬가지로 '선택권'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김호남은 임신 중인 아내를 제주도에 남겨둔 채 제주에서 인천으로 넘어왔다. 제주도에 있을 자신의 기반을 뒤로 하고 하루아침에 인천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노동 시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한 트레이드 이적이 한국 축구계에서는 당연하게 이뤄진다. 김호남과 남준재라는 K리그에서 이름값 있는 선수들의 이동이기에 이슈가 됐을 뿐,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의 비슷한 이적은 관심도 받지 못한 현실에 많은 이들이 씁쓸함을 느끼게 만든다.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맞은 K리그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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