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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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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가 낮으면, 로또 분양이 될 우려가 있다."

요즘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지나치게 규제한다며 나오는 볼멘소리가 '로또 분양'입니다.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여러 언론사들도 이런 내용의 기사를 써오고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면 나중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니까, 소수 분양 받은 사람들만 이득을 본다는 것이죠.

최근 민간 분양 아파트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대표적인 반대 논리입니다. 이 말의 속뜻은 뭘까요? '아파트 분양가는 더 높아져도 되고, 규제는 하지 말고 시장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소위 '로또 분양'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규제를 풀어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더 높게 책정되면 됩니다. 그러면 주변 시세가 올라가더라도, 분양 받는 사람이 과도한 시세 차익을 챙기기 어렵게 되겠죠.

그러면 아파트 분양가를 높이면 누가 가장 좋을까요? 아파트를 분양하는 아파트 사업 시행자, 대형 건설사, 재건축조합들이 이득입니다. 굳이 수익 구조를 분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분양가가 높을수록 이들은 더 많은 이득을 챙깁니다. 이들의 이익 역시 '로또'에 버금갑니다.

뭔가 이상하죠? 분양가를 규제하면 소수 분양 받은 사람들만 '로또'를 맞는다고 비판하면서, 규제하지 않으면 대형 건설사들이 더 큰 '로또'를 맞습니다. 이 로또는 괜찮나요? 이 로또는 더 '극소수' 아닌가요?

건설사들이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미래 가치를 반영했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앞으로 아파트 가격 오를 테니 그만큼 분양가를 더 높게 받는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로또 분양을 막기 위해 분양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은 건설사들이 자신들의 로또를 지키기 위한 혹세무민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누가 로또를 맞고 있는가

분양가 규제는 그동안 아파트 분양 보증 업무를 맡는 주택도시보증공사(아래 HUG)가 해왔습니다. HUG는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분양가에 대해 일정 제한을 해왔습니다. 아파트 사업자가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할 경우, 분양 보증 승인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제한해왔습니다.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면, 아파트 분양 자체를 할 수 없으니 사업자들은 HUG가 제시한 기준을 따라야 했습니다.

하지만 HUG의 분양승인도 분양가 상승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HUG 심사 기준을 보면 분양 예정 지역에서 최근 1년간 분양한 아파트가 없는 경우, 직전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의 최대 105%까지 가격 인상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기준도 올해 5월까지는 분양가의 110%였습니다. 즉, 과도한 분양가 책정만 견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후분양제를 선택하는 아파트는 HUG 분양보증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강남을 비롯해 여러 아파트 단지의 사업자들이 '후분양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HUG의 분양가 심사는 결과적으로 분양가 급등을 막지 못했습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분양 가격은 크게 올랐습니다.

HUG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서울의 아파트 분양가격은 1㎡당 778만 6000원이었습니다. 서울 분양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54% 상승했는데, 전국 평균 상승률(7.07%)의 두 배를 웃돌았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을 59㎡형에 그대로 적용해볼까요? 분양가격은 총 4억 5937만 원입니다. 연봉 40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11년 6개월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액수입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높여 이득을 챙길수록,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더욱 더 멀어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분양가 제한, HUG 심사로만은 한계
 
 파주운정신도시에 분양하는 한 견본주택관 모습
 파주운정신도시에 분양하는 한 견본주택관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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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아파트 분양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분양가상한제'입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지방 정부가 분양가를 직접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분양가는 크게 토지비와 건축비로 나뉘는데요.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토지비는 감정평가액, 건축비는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3.3㎡당 644만 5000원)가 기준이 됩니다. 개별적인 가격 수준은 각 기초지자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됩니다.

이 제도는 현재 공공택지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상한제를 민간 택지로 확대할 계획임을 시사했습니다. 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금 서울의 분양가 상승률이 (다른 지역) 가격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높다"며 "민간택지 경우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김 장관의 이런 발언이 나오자, 부동산업계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분양가상한제를 하면 공급이 부족해진다"는 얘기입니다. 분양가 규제를 하면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급에 나서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급이 안 돼 결국 가격이 오르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말도 곰곰이 따져봐야 합니다.

공급부족론? 판교나 위례 대규모 공급이 집값 잡았나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 공급은 꾸준히 이뤄져 왔습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은 지난 2015년 4만 4167세대, 2016년 3만 8558세대, 2017년 4만 4065세대, 2018년 2만 5146세대였습니다. 작년을 빼고 해마다 3만~4만 세대는 꾸준히 시장에 나온 것입니다.

공급이 꾸준했는데, 서울 집값을 잡았다는 얘기가 있었나요? 더 멀리 보면, 서울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고 공급했던 판교나 위례신도시의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집값을 잡았나요? 판교나 위례를 비롯해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공급은 오히려 시장의 기대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서울에서 대규모 아파트 공급으로 집값이 잡힌 사례는 제가 알기론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게다가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6%가 넘습니다. 겨우 4% 부족하다고 해서, 집값이 폭등했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급 부족'은 사실 투기 세력의 배를 채워줄 아파트가 없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부동산업계가 "규제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와중에 서울 잠실주공5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 중심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게 부동산114 진단입니다. 집값이 꿈틀거리자 또다시 집값 폭등세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 카드로 꼽아들 수 있는 유력한 선택지입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 있습니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도 낮아지면서, 투기성 돈이 아파트 시장에 흘러들어오는 것도 일부 차단할 수 있습니다. HUG를 통해 분양가를 편법 통제한다는 일각의 비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서울 집값을 완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긴 무리입니다. 분양가상한제와 더불어 땅부자들과 건설사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지금의 부동산제도를 근본부터 바꿔야 합니다.

공정한 시장을 만들고 난 뒤에, '수요 공급'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첫걸음일 뿐... 원가공개와 후분양제 등 속도 내야

먼저 아파트 건설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아파트 후분양제도 민간에 전면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파트 후분양제를 민간에 도입하면, 지금처럼 건설사들이 '미래가치'를 이유로 가격을 높이는 것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건설원가 공개는 아파트 짓는데 얼마를 들였는지 투명하게 공개해, 바가지 분양가 책정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등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세제 정비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과제입니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앞서 분양가심사제도도 개선해야 할 지점입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 명단과 회의록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분양가심사위원회 회의록은 위원회 의결에 따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주택법시행령)돼 있는데, 국토교통부가 주택법 시행령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제도 정비가 뒷받침돼야 궁극적으로 집값 안정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집값이 안정된다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일도,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과도한 시세 차익을 챙기는 일도 없을 겁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는 것이 '로또분양'을 막는 올바른 해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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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