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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함의 극치, 보경사계곡 연산폭포. 그 아름다움에 환호성을 지르다.
  시원함의 극치, 보경사계곡 연산폭포. 그 아름다움에 환호성을 지르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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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내연산(711m)은 여름 산행지로 인기 있는 산이다. 하산길에 청하골이라 부르기도 하는 보경사계곡에서 은폭포, 연산폭포, 관음폭포, 상생폭포 등 12개의 시원한 폭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축 늘어진 내 삶의 나태함을 벗어던지고 한여름의 무더위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에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내연산 산행을 나서게 되었다.

지난 4일, 오전 8시 창원 마산역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보경사(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께. 식당과 상점들이 죽 늘어선 길을 지나 보경사 오른쪽 대전3리 방향으로 나 있는 포장길 따라 걸어갔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도 무더우니까 여름이라 생각하니 걸을 만했다. 산길에 들어섰다 생각했는데 어처구니없이 임도로 나와 힘이 쑥 빠지기도 했다. 폭염 탓인지 숲길에는 바람 한 점 없었다. 더군다나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에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몸도 지쳐 갔다.
 
    내연산 문수봉(628m) 정상.
  내연산 문수봉(628m)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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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시간 40분 정도 걸었을까, 문수봉(628m) 정상에 이르렀다. 일행이 건네주는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동안 쉬고서 삼지봉(711m)을 향했다. 능선길이라 둘레길 같이 걷기 좋은 평평한 길이 이어져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마침 허기도 지고 해서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일행들과 점심을 같이했다.

내연산(內延山)은 포항시 북구 송라면, 죽장면과 영덕군 남정면에 걸쳐 있다. 본디 종남산으로 불리다가 신라 진성여왕이 이 산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후로 내연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향로봉(930m)이지만, 삼지봉을 주봉으로 삼고 있다.
 
    내연산 주봉, 삼지봉(711m) 정상에서.
  내연산 주봉, 삼지봉(711m) 정상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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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께 삼지봉 정상에 올랐다. 사진을 찍으려는 산꾼들로 북적댔다. 삼지봉 정상을 뒤로하고 향로봉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서 하산을 서둘렀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가파르고 험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쩌다 한 번 엎어지긴 했지만 발을 헛디디지 않으려고 얼마나 용을 썼던지 온몸이 쑤시는 것 같았다.

산악회 하산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데다, 청하골에서 맛보는 폭포의 아름다운 풍경이 내연산 산행의 백미인데 시간에 쫓겨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봐 걱정스러웠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게 이런 것일까. 갑자기 우렁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 소리가 들려와 가슴이 벌렁벌렁했다.

청하골 폭포의 시원한 풍경에 환호성을 지르다
 
    여느 폭포와 다르게 독특한 분위기인 관음폭포에 매료되다.
  여느 폭포와 다르게 독특한 분위기인 관음폭포에 매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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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뻘뻘 흘리며 산행한 끝에 만난 은폭포를 마주하고 있으니 왠지 위안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산행의 피로가 가시는 듯하고 힘들었던 하산길에서의 투덜거림이 참으로 유치하게 여겨졌다. 새로운 힘을 얻고서 관음폭포, 연산폭포 등 다른 폭포들을 만날 설렘 안고 걸음을 재촉했다.

관세음보살에서 이름을 따온 관음폭포에 이른 시간은 4시 10분께. 비하대 아래 형성된 것으로 관음굴, 층암절벽과 어우러져 자연의 신비함이 물씬 느껴지는 폭포다. 여느 폭포와 다른, 그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보경사계곡 제8폭포, 은폭포에서.
  보경사계곡 제8폭포, 은폭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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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폭으로 불렸던 상생폭포. 보경사계곡 제1폭포이다.
  쌍폭으로 불렸던 상생폭포. 보경사계곡 제1폭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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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잠시 휴식하고 싶은 곳, 마음속까지 시원함을 느끼면서 친구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관음폭포 위로 구름처럼 떠 있는 듯한 다리를 건너면 연산폭포가 나온다. 연산폭포의 위용을 어떻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며 산산이 부서지듯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이 폭포의 아름다움 앞에서는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으리라. 시원함의 극치를 보여 주던 연산폭포의 강렬한 느낌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계곡을 따라 보경사 쪽으로 계속 내려갔다. 어느새 상생폭포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보경사에 가까워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름처럼 정겨워 보이는 상생폭포는 쌍둥이 폭포라는 의미로 예전에는 쌍폭이라 불렸다. 산악회 하산 시간에 늦지 않으려다 보니 보경사 절 안을 거니는 여유도 없이 어쩔 수 없이 산악회 버스가 대기하는 주차장으로 서둘러 가야 했다.

시원한 물가에는 편안한 휴식이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리고 싶으면 내연산 폭포의 시원한 유혹에 한번 빠져 보면 어떨까 싶다.

태그:#보경사12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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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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