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정촌 화석산지가 뿌리산단 조성공사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 정촌 뿌리산단 조성터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정촌 화석산지가 뿌리산단 조성공사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세계 최대 공룡 화석산지가 경남 진주시에 있다고요?"

진주에서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대' 규모로 발견된 정촌 화석산지를 포함해 세계적인 화석산지가 적지 않다. 혁신도시 화석산지에서는 익룡발자국 화석, 유수리 화석산지에서는 조개화석, 가진리 화석산지에서는 새발자국 화석이 각각 세계최대 규모로 발견됐다.

그러나 진주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 진주시가 그간 화석산지 관리와 홍보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화석산지에 있는 화석은 지금도 훼손되고 있으며, 발굴된 화석 중 일부는 보관 장소 부족으로 타지역에 유출된 상황이다.
   
지난 5월 정촌 화석산지를 방문한 진주 시민 30여 명은 화석산지 현지보존을 촉구했다.
 지난 5월 정촌 화석산지를 방문한 진주 시민 30여 명은 화석산지 현지보존을 촉구했다.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유수리 화석산지는 다양한 생물의 화석이 국내 최대 규모로 발견돼 '백악기 생태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보존이 제대로 안돼 화석이 일부만 남아있다. 더욱이 출입금지 구역이라 시민들이 볼 수 없다.

정촌 화석산지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대 규모로 발견됐지만 원형 보존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혁신도시 화석산지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시관을 지었지만 운영비 문제로 마찰을 빚어 개관이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가진리 화석산지에 있는 경남과학교육원은 화석산지 원형보존에는 성공했지만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자는 앞서 진주공룡기획 1부와 2부에서 진주 공룡화석산지의 가치를 다루었다. 이어 3부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진주 공룡화석산지 보존 실태를 다뤄본다.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발견과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갈등"
정촌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미 지정, 지질유산 관리Ⅰ등급, 백악기 진주층)

 
정촌 뿌리산단 조성터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발견돼 해당 지역에 공사가 진행되지 못 하고 있다.
▲ 정촌 뿌리산단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산지 정촌 뿌리산단 조성터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발견돼 해당 지역에 공사가 진행되지 못 하고 있다.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정촌 화석산지의 발견은 지난해 4월 정촌 뿌리산단 조성부지에서 대형 용각류 보행렬 8개가 발견된 것이 시초다. 화석산지 주변에서 완벽하게 보존된 소형육식공룡의 발자국 피부화석이 발견돼 해외에서도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해 5월 현장에서 기초학술조사 설명회가 개최되면서 학술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 정밀발굴조사 결정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애초 화석산지 발굴조사를 통해 화석을 이전토록 조치했지만, 화석이 대규모로 출토되면서 산단 개발을 원하는 측과 화석보존을 원하는 측 간 갈등이 시작됐다. 특히 화석산지 8개 지층 가운데, 3번째 지층에서 7714점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면서 이러한 갈등은 심화됐다.
   
공룡발자국 역대 최다기록은 볼리비아의 5050여 점인데, 정촌 화석산지는 이 기록을 훌쩍 뛰어넘게 됐다. 이러한 소식에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화석산지 원형보존을 촉구하고 있지만, 뿌리산단측과 진주시는 화석산지 이전조치를 주장하며 맞섰다.
 
지난 4월, 진주 정촌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이 세계최대 규모로 발견돼 진주시민들이 화석 보존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촌 공룡발자국 화석 보존을 위한 기자회견 지난 4월, 진주 정촌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이 세계최대 규모로 발견돼 진주시민들이 화석 보존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갈등의 핵심은 화석산지 보존방법과 보존비용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화석산지 보존방법은 원형보존과 이전복원 두 가지로 나뉜다. 산단 조성 과정에서 발생한 지층 균열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다.

보존비용 문제를 두고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천연기념물 지정 후 화석산지 보존 및 관리비용을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서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발굴조사 비용은 사업 시행자가, 보존비용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관리단체가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뿌리산단 사업은 민간 60%, 진주시 40% 지분으로 구성된 특수목적 법인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뿌리산단 측과 진주시는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안게 될 비용부담에 난색을 표해왔다.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원형보존 여부 여전히 불투명"
  
정촌 화석산지 8개 지층 중 첫번째와 두번째 지층에서 대형 용각류 보행렬 8개, 수각류 보행렬13개를 포함, 500여 점의 화석이 발견됐지만, 이들 화석은 일부 이전복원에 그친 채 대부분 소실됐다.
▲ 정촌에서 발견된 대형 공룡발자국 화석 정촌 화석산지 8개 지층 중 첫번째와 두번째 지층에서 대형 용각류 보행렬 8개, 수각류 보행렬13개를 포함, 500여 점의 화석이 발견됐지만, 이들 화석은 일부 이전복원에 그친 채 대부분 소실됐다.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정촌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지정은 현재 보류된 상황이다. 화석산지 보존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5월 문화재청 평가회의가 열렸지만, 평가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화석산지 지층 균열문제를 재검토하기 위한 암석 풍화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실험결과가 나오면 평가회의를 다시 열어 화석산지 보존방법을 제시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뿌리산단 사업 진행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뿌리산단 조성지에서 화석이 추가로 출토돼 지난달 24일 문화재청이 부지 3곳에 정밀발굴조사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뿌리산단 조성사업은 내년 8월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분양률이 8.3%에 그친 상태다. 진주시는 업종 변경과 MOU체결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로 삼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뿌리산단 사업설계 변경을 검토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촌 화석산지 주변에서 백악기 척추동물 화석이 추가로 발견됐다. 좌(도마뱀 골격화석), 우(대형 거북발자국 화석)
▲ 정촌에서 추가로 발견된 화석 정촌 화석산지 주변에서 백악기 척추동물 화석이 추가로 발견됐다. 좌(도마뱀 골격화석), 우(대형 거북발자국 화석)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진주 공룡화석 현지보존 시민모임 박용식 공동운영위원장은 "세계적인 공장을 짓지 못 할바엔 세계적인 공룡 화석산지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 이라며 "화석산지 보존여부는 진주시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유수리에서 발견된 수많은 화석은 도굴과 유출 등으로 사라져"
유수리 백악기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제390호, 지질유산 관리 Ⅰ등급, 백악기 하산동층)

 
세계급 보호대상으로 분류된 유수리 화석산지가 진주시의 관리소홀로 방치되어 있다
▲ 유수리 화석산지 전경 세계급 보호대상으로 분류된 유수리 화석산지가 진주시의 관리소홀로 방치되어 있다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유수리 화석산지는 조개화석이 세계최대, 공룡뼈 화석이 국내 최대 수준으로 발견된 곳이다. 또한 백악기 생태를 보여주는 다양한 생물의 화석이 국내 최고 수준으로 분포해 있어 '백악기 생태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진주에서는 이들 화석이 전시되어 있지 않다.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 일부는 도굴 등으로 사라졌고, 채집된 화석은 타 지역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유수리 화석산지는 지난 199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진주시는 이곳에 표지판 3개와 CCTV 4대를 설치했지만 화석의 도굴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한 하절기 남강댐 방류와 동절기 유수로 인한 해빙 등으로 지금도 새롭게 발견되거나 소실되는 화석이 많다. 진주시는 제대로 관리를 못하고 있다. 화석산지가 넓은 하천지역(길이 2㎞, 폭 150m)에 걸쳐있고 물도 흐르고 있어 화석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좌(화석산지 안내 표지판), 우(화석 도굴 흔적)
▲ 유수리 화석산지에서 발견된 도굴흔적 좌(화석산지 안내 표지판), 우(화석 도굴 흔적)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는 "유수리 화석산지에서 유실된 화석이 많아 천연기념물 지정이후 거의 방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새로운 화석이 노출 되는 경우 화석을 채집해 안전한 장소로 이관하고, 유수로 인해 소실위험이 있는 화석은 구제발굴조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석산지 원형보존 대표사례지만 보완 필요 "
가진리 새 및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제395호, 지질유산 관리 Ⅱ등급, 백악기 함안층)

 
가진리 화석산지에 위치한 경남과학교육원은 화석산지 원형보존에 성공한 대표사례로 불리고 있다.
▲ 가진리 경남과학교육원 가진리 화석산지에 위치한 경남과학교육원은 화석산지 원형보존에 성공한 대표사례로 불리고 있다.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경남과학교육원에 있는 가진리 새 및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현장에 시설물을 설치해 화석보존이 잘 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일선 교사가 6개월 마다 순환근무 방식으로 화석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학예사에 비해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곳에 보관된 화석 대부분은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암석 강화제 처리 등 화석보존 조치가 이뤄진 적이 없다. 교육청이 화석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자치단체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남과학교육원은 다양한 전시시설이 있어 교육 기능은 있지만 관광자원으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악기 진주층에서 발견된 수많은 화석은 진주에서 볼 수 없다"
혁신도시 익룡·새·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제543호, 지질유산 관리 Ⅱ등급, 백악기 진주층)

 
좌(진주 혁신도시 익룡발자국 전시관), 우(전시관 내 수장고)
▲ 진주 혁신도시 익룡발자국 전시관 좌(진주 혁신도시 익룡발자국 전시관), 우(전시관 내 수장고)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혁신도시 익룡·새·공룡발자국 화석산지에서는 익룡 발자국 화석 2500여 점이 발견돼 세계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곳에 설치된 전시관은 1년 넘게 개관을 못하고 있다. 전시관은 경남개발공사의 기부채납 방식으로 지난해 2월 예산 70여억 원을 투입해 완공했다. 하지만 진주시가 전시관 운영에 소요되는 운영비 5억 원에 난색을 표해 전시관 개관이 지연됐다.

전시관에는 혁신도시 화석산지에서 발견된 화석을 포함해 정촌 화석산지에서 발견된 화석 일부가 소장돼 있지만, 화석 보관 장소가 협소해 일부 화석은 타 지역으로 이관됐다. 향후 정촌 화석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정촌에서 발견된 화석은 다른 장소로 이관되어야 한다. 진주시는 혁신도시 전시관으로 화석을 이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수장고에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화석이 타 지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대전 천연기념물 센터에 있는 공룡화석 대부분은 진주에서 이관된 것이다.
▲ 대전 천연기념물 센터에 전시된 공룡 화석 대전 천연기념물 센터에 있는 공룡화석 대부분은 진주에서 이관된 것이다.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진주시 관계자는 "전시관 개관을 위해 경남개발공사와 원만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7월 말 개관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근 진주시는 공룡 화석산지를 테마로 공룡 콘텐츠 사업 분야 예산을 확보했으며 고생물 전공 전문학예사가 진주에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주 화석산지, 화석보존 인프라 구축 절실
 
 
좌(지난 2014년 3월, 진주 파프리카 농장에서 발견된 진주운석), 우(운석이 발견된 터가 하천 정비 공사로 인해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사진 = 경남도민일보)
▲ 진주운석 좌(지난 2014년 3월, 진주 파프리카 농장에서 발견된 진주운석), 우(운석이 발견된 터가 하천 정비 공사로 인해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사진 = 경남도민일보)
ⓒ 이은상

관련사진보기

 
진주에는 앞서 언급한 공룡화석산지 4곳 이외에도 △진성면(공룡발자국 화석 30여 점, 공룡피부 화석, 새발자국 화석 30여 점, 백악기 퇴적구조 지층화석) △사봉면(공룡발자국 화석 130여 점, 백악기 퇴적구조 지층화석) 등 화석산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은 고성 자연사 박물관, 대전 천연기념물 기념관 등으로 이관됐다. 진주에서 화석이 전시된 곳은 가진리 화석산지에 있는 경남과학교육원이 유일하다. 결국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타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진 셈이다.

지난 2014년 진주시 대곡면 파프리카 농장에 45억 년 된 운석이 떨어져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지 않아 현재는 운석이 발견된 터마저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처럼 진주시는 운석과 공룡발자국 화석 등 소중한 문화유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촌에서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발견됐지만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단디뉴스>에 실린 글에 최근 소식을 덧붙였습니다. '진주공룡' 시리즈는 5편이 나갈 예정입니다.


태그:#진주공룡발자국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남지역의 불편한 진실을 보도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