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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있다. 많다. 그런데 없는 것과 같다. 주주 한명 한명의 권리라고 해봤자 전체에 견주면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이 주인 자리를 대신한다. 재계 서열 10위권. 계열사 36개. 임직원 2만3천 명. 매출 23조4300억 원(2018년). 이런 굴지의 대기업이 그렇다.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

 
KT 대주주 경영을 이끌만한 대주주가 없는 대신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
▲ KT 대주주 경영을 이끌만한 대주주가 없는 대신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
ⓒ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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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얘기다. 한국통신이 민영화(2002년)되면서 출범한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하지만 지분율은 한 자릿수. 대신 외국계 펀드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외국인 지분을 모두 합하면 절반에 가깝다. 외국계 주주들이 노리는 건 단지 돈. 배당 잘 해주면 그만이다. 이 때문일 것이다. KT의 배당률이 상장기업 평균보다 3배 정도 높은 이유가.

어떤 이가 어떻게 KT의 CEO 자리에 오를까. 'CEO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로 낙점받은 후 주총 결의를 득하면 된다. 추천이 결정적이다. 'CEO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8명)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주총 결의로 선임되며,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구성은 'CEO추천위원회'와 동일하다. 9명의 이사진을 움직이는 자가 수장 자리를 꿰차는 구조다.

오너의 부존재. 경영을 이끌 대주주가 없는 지분 구성. 공공성을 띨 수밖에 없는 통신 기업. 오랫동안 공기업이었던 전력 등등. KT는 특이한 정체성을 가진 기업이다. 그래서 외부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민영화 이후 17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런 이유 때문에 권력은 KT를 탐했다. CEO는 감옥 가는 것도 불사하며 자리에 집착했다. CEO에게 부여되는 엄청난 권능과 예우, 급여와 성과급 때문일까? 정권이 바뀌면 칼바람이 불며 목불인견의 참극이 연출되곤 했다. 1기 CEO인 이용경 회장만 중도 사퇴없이 제 임기(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마쳤을 뿐이다.

2기 CEO인 남중수 회장 때부터 기막힌 일이 꼬리를 물었다. 남 회장은 자신의 임기 종료보다 8개월이나 앞서 주총을 연다. 자신의 재선임을 위해서였다.재선임에 성공한 남 회장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무렵 서둘러 3기 CEO에 취임한다.
왜 그랬을까. 새 정권이 들어서도 막 새 임기를 시작한 자신을 어쩌지는 못하지 않을까, 이런 일말의 기대에서 나온 선택이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8개월을 버리는 대신 3년을 얻어보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러자 '살아있는 권력'은 검찰이라는 '칼'을 뽑았다. 검찰은 남 회장을 날려버릴 단서(배임수재 혐의)를 찾아냈고, 남 회장의 자리는 그 칼에 의해 잘려나갔다. 남 회장은 구속수감 되기까지 버티다가 사퇴를 선언했다.

거수기에 불과한 이사회?

 
KT의 CEO들(민영화 이후) 권력은 KT를 탐했고, CEO는 구속을 불사하고 자리에 집착했다.
▲ KT의 CEO들(민영화 이후) 권력은 KT를 탐했고, CEO는 구속을 불사하고 자리에 집착했다.
ⓒ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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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빈자리에 'MB맨'이 들어섰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이사회는 단지 거수기에 지나지 않았다. 4기 CEO 이석채 회장. 그의 힘은 막강했다. KT와 KTF를 통합하고 초대 통합CEO가 됐다. 재선임도 순조로웠다. 2012년 3월 5기 CEO에 취임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의 '호시절'은 막을 내렸다.

박근혜 정부는 노골적이었다. 이석채 회장은 공개적으로 "사퇴는 없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자 검찰이라는 '칼'이 KT로 날아갔다. 검찰이 찾아낸 혐의는 100억 원대 배임과 11억 원대 횡령. '칼'은 이 회장의 기를 단박에 꺾었다. 그는 사퇴를 선언했다.

찍혀나간 자리에 새 사람이 앉았다. 시류에 따라가는 이사회 덕분이었다. 2014년 1월 6기 CEO에 선임된 황창규 회장. '최순실 게이트'에 다양하게 연루돼 '최순실의 부역자'라는 지탄까지 받게 된다. 이어 박 전 대통령 탄핵. 황 회장에게 대형 악재였다. 하지만 2017년 1월 그는 황교안 대행체제를 틈타 재선임에 성공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반년 후인 2018년 초, 경찰이 황 회장을 조사한다.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산 뒤 이를 되팔아 만든 돈 4억3천여만 원을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수사 중인 사건이다. 이뿐 아니다. 조세포탈, 배임, 뇌물, 채용 비리 등등 황 회장을 둘러싼 혐의는 다양하다.

그런데 김대중-노무현 정권 인사들의 이름이 이사명부에 등장한다. 시점은 공교롭게도 황 회장 관련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강철 사외이사(2018.3 취임)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비서실 시민사회수석, 김대유 사외이사(2018.3 취임)는 같은 정부 청와대 비서실 경제정책수석이었다. 또 유희열 사외이사(2019.3 취임)는 김대중 정부에서 과기부 차관을, 노무현 정부에서 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우연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기막힐 만큼 공교롭다.

 
KT 이사회 구성(2019) 사외이사 전원(8명)과 사내이사 1명이 CEO를 추천한다.
▲ KT 이사회 구성(2019) 사외이사 전원(8명)과 사내이사 1명이 CEO를 추천한다.
ⓒ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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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세간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올린 전 정권 인사들. 사외이사 대우는 어떨까? KT 사외이사 연봉은 8천~9천만 원 정도. 이사회 참석 시 주어지는 거마비와 식비 등은 별도다. 매회 수 시간 소요되는 연간 십수 차례 이사회. 이게 사외이사가 하는 일의 전부다. 물론 경쟁통신사나 다른 대기업 사외이사의 연봉도 이와 다르지 않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금액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외이사가 이 정도면 CEO의 보수는 얼마나 될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황창규 회장이 챙긴 급여는 67억원(성과급 포함). 여기에 의전비, 활동비 등등 CEO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돈 역시 막대하다. 이러니 장관 출신들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KT의 CEO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

새 권력은 언젠가 반드시 구 권력이 되고 만다, KT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을 이제는 정리할 때가 됐다. 권력가 아들딸의 부정채용 비리가 나오고 있는 곳이 KT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참고로 이석채 전 KT 회장은 현재 부정채용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글이 블로그와 <직썰>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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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이 잘 돼야 한다는 소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