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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19.6.21
 지난달 21일 오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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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정책 유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은 학생선발권에 있다. 자사고 입장은 일반고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먼저 뽑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자사고 정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학생선발권이 없다면 누구도 자사고를 고집하지 않는다. 사실 학생선발권은 자사고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영재학교, 과학예술영재학교, 과학고, 자사고(전국단위), 자사고(광역단위), 외고, 국제고, 일반고 등 이렇듯 서열화된 고교체제는 학생선발권으로 구축된다.

그렇다면 학생선발권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어떨까. 이에 대해선 2018년 10월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조미연 부장판사의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취소소송의 판결문(2018구합66135)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 판결은 향후 자사고 관련 법적 소송과 분쟁에 커다란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다. 자사고 관련 핵심 언급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사고가 국·공립학교에 우선해 학생을 선발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되는 사학의 자유가 아니다."

"자사고로 전환하는데 우선 선발권이 주된 요소로 고려되긴 했지만, 사립학교는 공교육을 보완하는 만큼, 자사고 측은 학생 우선선발권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음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지원자가 줄어들어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헌법상 사학의 자유에 지원자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고교 입시경쟁 완화라는 시행령 목적과 공익이 자사고가 받을 불이익보다 크다."

판결 내용은 우리 사회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자사고의 학생선발권은 헌법에 보장된 사학 자율성의 범주를 넘어서는 일탈 행위라는 것이다. 아울러 사립학교의 역할은 공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측면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또 자사고의 경쟁률 하락에 따른 재정 문제는 자사고가 스스로 고교 유형을 결정한 것이므로 그 책임도 감당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자사고의 경쟁률 하락에 따른 내용을 판결문에 담았을 정도로 자사고 경쟁률 하락은 사법부 판결문에서도 중시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자사고의 경쟁률은 이미 떨어지고 있다

실제 2019학년도 전국단위 자사고 경쟁률을 보면 2:1이 넘는 학교는 하나고(2.35:1)뿐이었다. 그 외에는 모두 2:1 미만의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외대부고(1.79:1), 인천하늘고(1.72:1), 민사고(1.69:1), 현대청운고(1.6:1), 상산고(1.32:1), 김천고(1.15:1), 광양제철고(1.04:1) 순이었다.

흔히 말하는 전국단위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와 서울지역 일부 자사고만 간신히 모집 정원을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지역 광역단위 자사고 가운데도 경문고(0.83:1), 현대고(남학생 0.99:1), 숭문고(0.80:1), 대광고(0.84:1) 등 정원을 못 채우는 자사고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자사고 경쟁률 하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자사고가 학생 충원에 실패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 문제가 학교 운영에 심대한 타격으로 이어진다. 왜냐면 학생 등록금이 일반고와 비교해 최소 3배 이상 비싸고 일부 학교는 연간 수업료가 2500만 원을 넘기고 있으나, 자사고는 정부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관계로 학생 충원에 문제가 발생하여 미달사태가 벌어지면 학교는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학교 재정여건에 따라서는 자발적으로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 신청을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왜 주저하고 있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가 적절했는지를 묻는 의윈들 질문에 답변하자,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유 장관의 답변을 경청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가 적절했는지를 묻는 의윈들 질문에 답변하자,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유 장관의 답변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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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 사회가 자사고 문제뿐만 아니라 학생 선발과 관련해서 혁신적 관점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점수와 성적이 높은 학생을 우수한 학생이라 평가했다. 우수한 학생을 감별하기 위해, 점수로 줄 세우기 위해,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따지고 있다. 그렇게 점수로 줄을 세우고 나면 그것으로 우리가 할 일도 모두 끝난다고 믿었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우수 학생을 감별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살아남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은 선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고 위안 삼았다.

중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선발해서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에 합격시키는 학교가 과연 좋은 학교인가. 학업 성취도가 탁월한 학생들을 우선 선발로 싹쓸이한 학교의 진학 결과는 '교육 효과'가 아니라 '선발 효과'라고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이런 자세가 교육자로서 정직한 자기 고백이 아니겠는가.

앞서 언급했듯 사법부 판단을 종합해 보면 자사고 재지정 취소와 관련해 향후 전개될 법적 다툼의 결론도 자사고 측의 패소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언론보도를 통해 청와대 일각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를 부동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대선 공약을 망각한 듯한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법부 판결만 봐도 학생선발권에 대한 명확한 판례가 갖춰져 있는데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교육적 결단을 과감하게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주저하고 있단 말인가.

여당 일부 의원마저 상산고 재지정 평가 탈락이 공정하지 못한 과정이라는 식의 인식을 드러내는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과 약속한 공약조차 스스로 집행하지 못하거나 눈치를 보는 정부와 여당이라면 누가 그들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여당은 국민과 약속했던 자사고 폐지 문제를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선발 경쟁'에 매몰되면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분명해졌다. 과연 학생 선발에는 어떤 철학이 담겨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점을 진지하게 묻고 넘어가야 한다. 사실 학생 선발보다 더 중요한 교육적 가치는 교실을 포함한 학습공동체의 구성원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에 있다. 이는 대단히 중차대한 문제이다. 우리가 학습공동체를 통해 어떻게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을 놓치고 있다.

이제는 미래를 위해 당부하고 싶다. '선발 경쟁'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서로 다양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며 성장하고 깨달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더욱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바라건대, 학습공동체의 구성원을 어떻게 구성할 때 학습 효과가 커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참된 교육'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때 자사고 교육 정책이 옳은지 그른지 생각해 볼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단서가 생길 것이다. 이 선발 경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교육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하는 이유 2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전경원은 하나고 해직교사(2017년 복직)였습니다. 올해부터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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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 하나고 교사 /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 청렴사회 민관실무협의회 실무위원 /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익신고센터장 / 내부제보실천운동 운영위원 /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공익내부제보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