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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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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초청받긴 했지만, 삼성·LG와 우리는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29일 익명을 요청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회사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었을 때 "좋은 편이다"라고 답한 뒤 그는 "(화웨이와 관련 있는 기업과 아닌 쪽의) 분위기가 꽤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취임 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다. 2017년 11월의 첫 방한으로부터 19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1박 2일 일정은 현재 일부만 결정된 상태다.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남도 이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18개 기업 총수들과 만나기로 했다.

다양한 업계가 골고루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장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등 기업뿐만 아니다. 박준 농심 부회장,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과 더불어 한성숙 네이버 대표 등도 이 자리에 참석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전에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참석 기업 리스트는 주한 미대사관과 백악관이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초대'가 아니라 '청구'를 위해 기업 총수들을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당선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세계 각국 기업들에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에게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요구를 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거래 중단을 카드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초청에 반색... "분위기 좋다"

하지만 참석을 결정한 기업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화웨이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다. 화웨이와 관련이 적은, 유통업계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최근 미국 쪽 투자를 늘리고 있는 CJ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CJ 관계자는 2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CJ는 2018년에 2조 원을 들여 쉬완스(SCHWAN'S)라는 식품회사를 인수했다"라며 "추가적으로 공장을 늘릴 계획이 있고 지금도 미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미 대미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하라고 압박한다 하더라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쉬완스는 미국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냉동식품 전문기업이다. 미국 전역에 냉동식품을 만들 수 있는 제조 인프라와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인수 당시 'CJ의 역대급 인수'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롯데 역시 큰 부담은 느끼지 않고 있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롯데는 화웨이와 관련된 부분이 없다"라며 "신동빈 회장이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을 따로 만나기도 했던 만큼, 이번 자리가 특별히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5월 13일(미국 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백악관에서 만났다. 롯데가 같은 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에탄크래커 공장을 세우면서 이 공장에 총 31억 달러(약 3조6000억 원)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신 회장이 백악관으로 초청받았던 것.

동원그룹 관계자도 "2008년에 스타키스트라는 미국 참치캔업체를 인수한 적이 있다"라면서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를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따로 미국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없다"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초청한 자리가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로 "미국 시장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통업계는 금융 위기 이후부터 중국으로 진출했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중국 시장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최근에는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중국의 성장률 정체로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뿐 아니라 미국으로도 공장을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동남아 다음 투자처가 어딘지 생각했을 때 생각보다 미국 시장이 괜찮았다"라며 "미국은 경제 성장률이 높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좋아 시장 가치가 높은 걸로 판단 된다"라고 설명했다. 업체 쪽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미국 대통령이 '투자를 늘리라'고 말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화웨이 중단' 압박 나올까... 긴장한 기색 역력한 IT업계

하지만 화웨이와 관련 있는 기업들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도록 압박한다면 어떻게 반응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화웨이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기업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거나 익명을 요청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다"라며 "홍보팀 누구에게 물어도 다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솔직히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라면서 "G20이 열리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도 한 만큼 좀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대책을 따로 세우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으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보안 문제'를 든다. 화웨이의 5G 통신장비에 인증 없이도 전산망에 들어갈 수 있는 '백도어'라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화웨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중 상황이)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또 "(미중무역전쟁으로) 분위기가 강대강으로만 가는 것 같은데 G20이 분위기가 나아지는 계기게 되길 바라고 있다"라고 밝혔다.

화웨이와 관련이 있는 또 다른 재계의 관계자는 "18개 기업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만나게 되는 만큼, 화웨이 관련 발언이 나오더라도 한 기업을 콕 집어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담회 시간이 짧아 대화를 오래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재벌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는 40분가량으로 예정돼 있는 상태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를 요구한다고 해서 바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라는 건 기업이 돈을 벌 수 있겠다고 판단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라며 "미국이 투자를 하라고 한들 필요 없는 투자까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후, G20 폐막 이후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에 제품 공급을 계속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 주석과의 만남을 '아주 좋은 만남'으로 평가하고 중국에 추가 관세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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