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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법원 집행인력과 수협 측 직원들이 수산물 판매장 내 점포를 대상으로 7차 명도집행을 하고 있다. 2019.6.27
 27일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법원 집행인력과 수협 측 직원들이 수산물 판매장 내 점포를 대상으로 7차 명도집행을 하고 있다. 2019.6.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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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3년에 대한 평가는 '잠정적인 평가'다. 왜냐하면 엄청난 국고를 투입한 사업이 준공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해당 사업에 대한 정책평가는 고사하고 관련된 자료 역시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즉, 현대화사업 과정에서 소요된 1540억 원의 국고(비축기지 매입비용을 합치면 2276억 원)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이 당초에 세웠던 정책목표를 달성했는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3년 정부에서 발표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1단계의 목표는 '선진유통시설'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현대화사업 평가는 1차적으로 '수산물 유통과정의 선진화가 이루어졌는가'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6년 수협은행을 수협중앙회로부터 분리할 때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기존 수협중앙회의 주요 사업 부문인 지도경제사업 부문에 대한 질의응답 내용을 보면, 수산물유통선진화라는 것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질의응답 과정에서 수산물 유통구조 활성화 정책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사실상 '수협의 부채 탕감'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당시 해양수산부나 수협중앙회는 수산물유통선진화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질문> 2021년까지 투자계획은 잡혀 있나요?
<답변> (공노성 지도경제대표이사) 지금 장기 투자는 현재... 당초 수산물 유통 활성화 방안이 2012년부터 그 계획은 있는데 그게 사실은 제대로 집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정부 예산도 물론 당초 많은 부분이 투입되게 되어 있었는데 그 부분이 지금 제대로 안 되면서 저희들도 제대로 지금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질문> 그 계획에 따르면 2021년까지 얼마를 투자하기로 되어 있습니까?
<답변> (공노성 지도경제대표이사) 제가 정확히... 한 3조 정도 저희들이 당초... 원래 우리 수산물 유통구조 활성화 그게 그렇게 된 것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질문> 그것은 거기 서장우 실장님께서도 같이 답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수협의 경제사업 활성화에 필요한 현재 계획상 투자금이 얼마이고, 그것은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 것인지.
<답변> (서장우 수산정책실장) 그 부분은 장기 계획이...
<답변> (공노성 지도경제대표이사) 그 부분은 그렇게 하죠. 다음에 저희가 별도로 한번... 당초 2012년도부터 이게 시행될 그럴 계획이었는데 실제로 전혀 지금 제대로 추진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게 어쨌든 수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이라고 하는 것이 수산인들과 수산물을 소비하는 우리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어야 되는 것인데, 지금 나와 있는 것은 수협은행 빚 갚는 문제 말고는 없는 것 같은데요?
<답변> (서장우 수산정책실장) 물론, 공적자금을 2017년부터 2028년까지 상환하는 게 가장 급선무이고요. 그다음에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경제사업에 수협은행에서 이익을 창출한 수익금을 가지고 어업인 교육이라든지, 그다음에 어업인 지원사업 이런 것들을 더 활성화시킬 계획입니다.
- 수협구조개편 성공적 마무리 관련,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6. 11. 30.
 
실제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 이후부터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산물의 양은, 2002년 수협이 한국냉장으로부터 시장을 인수한 때를 기준으로 보면 60%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협의 돈벌이 수단이 된 노량진수산시장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국민의 세금으로 한 만큼 그에 따른 편익은 당연히 수산물을 구매하는 시민과 그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에게 가야 한다. 적어도 '수협의 이익'이라는 것은 시민과 상인 다음이어야(다음이거나 같은 비중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다. 물론 수협은 '수협의 이익'이 '어민의 이익'이라고 강변하지만' 수협직원(2018년 국정감사 결과 수협은 3명 중 1명이 억대 연봉자로 드러났다) 만큼 월수입을 얻는 어민들이 과반수나 될 때나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염치가 있을 것이다.

우선 수협 전체의 사업 구조를 보면 노량진수산시장을 포함한 지도사업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적자다. 수협은 비영리기관이기 때문에 수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고 있어 적자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 도매시장에 대한 지원은 곧 수산물을 이용하는 시민들에 대한 혜택일 테니 말이다.

전자공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수협노량진수산(주)의 특수관계자 공시를 보자. 현재 시장을 관리하는 관리회사 수협노량진수산(주)의 지배기업은 수협중앙회다.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협중앙회가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수협은행, 수협개발, 수협유통 등은 모두 특수관계자가 된다.

당해연도(2018년)에 수협노량진수산(주)는 수협중앙회 지도경제부문으로부터 7,294만 원의 이익을 가져왔으며, 용역 원가와 명칭 사용료의 이유로 132억 원의 비용을 지급했다. 그 뿐만 아니라 수협중앙회의 자회사인 수협은행에 186억 원의 예금을 적립하고 있으며, 수협중앙회의 자회사인 수협개발에 23억 원의 지급수수료를 지출했다. 즉 수협중앙회는 2018년 한해동안 각종 원가 및 수수료 명목으로 155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노량진수산시장으로부터 가져갔다.

적어도 2014년부터 매년 130억 원 이상씩의 돈을 수협중앙회가 노량진수산시장으로부터 가져갔다. 그 외에도 이런 이전 이익이 2003년부터 지속된 것을 고려하면,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는 비용을 이미 상회하고도 남는 수준의 이익을 이미 보고 있는 셈이다.

시장 기능보다 임대사업 비중이 커져

다들 수협중앙회 지도경제부문은 비영리사업을 하는 곳이므로 적자를 감수하면서라도 공익을 위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적어도 노량진수산시장의 경우에는 매년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반면에 이 과정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은 아예 깡통이 되어 가고 있다. 이를테면 노량진수산시장이 수산물도매시장이라고 한다면 이 시장의 핵심은 도매여야 하고 이를 통해서 발생하는 도매수수료가 노량진수산시장 관리회사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 되어야 한다. 
 
2018년 매출 및 매출원가 현황(자료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2018년 매출 및 매출원가 현황(자료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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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매에 따른 수수료 수입은 고작해야 20억 원 정도에 불과하고 상인들에게 거둬들이는 임대료 수입은 30억 원에 육박한다. 사실상 노량진수산시장의 수익구조는 도매를 통한 수산물유통에 있는 것보다 상인들이 부담하는 임대료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임대료가 얼마나 되는지는 임대보증금으로 나타나는 금융부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각년도 임대보증금 현황(자료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각년도 임대보증금 현황(자료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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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화사업이 완료된 2015년부터 매년 임대보증금이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2016년에는 전년대비 26억 원, 2017년에는 37억 원, 2018년에는 29억 원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노량진수산시의 상인들이 부담하는 규모로, 현대화사업 전인 2014년과 비교해도 현재 노량진수산시장 임대료 규모는 100억 원 가까이 증가하였다.

즉, 수산물유통 현대화하는 명목으로 진행된 현대화사업은 거래량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40%(2002년 대비)나 줄고 있는데도, 임대료보증금은 58%(2014년 대비)나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것을 볼 때 현재 수협중앙회가 노량진수산시장을 애초의 목적대로 관리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재원 빼가는 현금주머니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을 관리하는 수협노량진수산(주)은 언제 폐업해도 수협중앙회에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이미 자본을 모회사인 수협으로 이전해 둔 상태다. 재무재표상으로 보면 관리회사는 2011년 당기순이익 8.9억 원에 배당금 9천만 원, 2012년 당기순이익 10억 원에 1.1억 원을 작지만 배당금으로 배정할 수 있었다.

또 2014년에 7억 원의 당기순이익이 있었으나 현대화사업이 준공된 2015년부터는 당기순손실로 일관하고 있다. 2015년에 3억 원의 당기순손실, 2016년에 46억 원의 당기순손실, 2017년에 14억 원, 2018년에 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당연히 관리회사의 당기순손실은 앞서 살펴본 수협중앙회와 수협개발이 가져간 이익금과는 별개다.

결국 현대화사업 이전까지는 자체적인 수익을 발생시킨 상대적으로 건실한 법인이었던 노량진수산시장 관리회사는 2015년 이후 급격하게 부실화되면서 사실상 적자 법인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모법인인 수협중앙회가 새로운 재정투자를 통해서 건전화에 나서야 하나 재무재표 어디에도 대출금을 제외한 출자가 진행된 내용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사정을 볼 때 수협중앙회에 노량진수산시장은 재원을 빼가는 현금주머니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당연히 그 안의 상인들은 수협의 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였다.

현대화 사업 3년 동안 노량진수산시장은 무엇이었는가? 애초 목표인 '수산물 유통의 선진화'가 이루어졌는가? 현대화 사업 이후 노량진수산시장이 깡통이 되어버린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되거나 평가되고 있는가? 소비자인 서울시민들에게는 어떤 편익이 증진되었는가? 또 시장 상인들에게는 어떤 이익이나 혜택이 생겼는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국고투입의 집행경과나 그 집행결과에 대해 감사원 감사라도 받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노량진수산시장이 애초 시장개설 목표대로 소비자인 서울시민들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거기서 오랫동안 영업해 온 시장상인들에게 도 혜택을 주면서 생산자인 어민들에게도 실질적 이익이 되는 상생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관련기사]
해장국 뿌리고, 차량 부수고... 노량진수산시장서 벌어지는 일  http://omn.kr/1jtfx
노량진수산시장 사태, 서울시 예전부터 이상했다 http://omn.kr/1jv3o

덧붙이는 글 | 김상철 기자는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함께살자!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량진수산시장, #중앙도매시장, #수협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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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정책을 고민하는 시민운동단체인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커먼즈 운동을 중심으로 도시 문제를 다루는 시시한연구소 공동소장, 재정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참여예산 문제를 살펴보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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