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전 펼치는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 26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2차전. 울산 김태환이 공을 트래핑하고 있다.

▲ 수중전 펼치는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 26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2차전. 울산 김태환이 공을 트래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호랑이굴'에도 장맛비가 꽤 들이쳤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울산 호랑이의 발톱이 무뎠다고 변명할 수 있을까? 골로 말해야 하는 축구 게임에서 유효 슛 기록조차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면 그 결과는 더 볼 필요도 없다. 1주일 전 어웨이 게임에서 2골이나 넣으며 이기고 돌아와서 자만한 것이 눈에 띄었다. 상대 팀 골키퍼를 힘들게 만드는 슛을 하나도 날리지 못했으니 8강 티켓은 분명 그들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26일 오후 8시 울산 문수월드컵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홈 게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울산은 두 게임 합산 점수 2-4로 대회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장맛비 혹은 심판 때문에?

지난 주 사이타마에서 활짝 웃고 돌아온 울산 선수들은 빗속에서도 느긋했다. 1골쯤 내주며 지더라도 어웨이 골을 2개나 넣고 이겼으니 급할 것 없었다. 정말 급한 쪽은 2007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 챔피언 자리를 노리고 있는 우라와 레즈였다.
 
김보경, 수비 사이에서 크로스 26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2차전. 울산 김보경이 우라와 수비를 뚫고 크로스하고 있다.

▲ 김보경, 수비 사이에서 크로스 26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2차전. 울산 김보경이 우라와 수비를 뚫고 크로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전을 실점 없이 끝내는 줄 알았던 울산은 41분에 우라와 레즈의 공격수 고로키 신조에게 결정적 한 방을 얻어맞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우가진의 크로스가 정확하게 울산 골문 앞으로 날아왔고 고로키 신조가 헤더로 골문 왼쪽 톱 코너를 정확하게 뚫어낸 것이다. 고로키 신조의 바로 앞에는 센터백 윤영선이, 바로 뒤에는 노련한 미드필더 김태환이 있었지만 그를 위험 지역 안에서 제대로 밀어내지 못한 게 뼈아팠다.

이렇게 두 게임 합산 점수가 2-2가 되고, 아직까지는 울산이 어웨이 2골로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울산이 자랑하는 역습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은 분명했다.

전반전 추가 시간 1분이 거의 다 끝나가는 순간 울산이 자랑하는 날개 공격수 김인성이 왼쪽 측면으로 빠르게 밀고 올라가며 역습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하메드 알 쿠와리(카타르) 주심의 종료 휘슬이 길게 울렸다.
 
'멱살은 잡지 말자' 26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2차전. 울산 불투이스가 공을 향해 달려가면서 우라와 수비진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멱살은 잡지 말자' 26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2차전. 울산 불투이스가 공을 향해 달려가면서 우라와 수비진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울산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한 순간이었다. 센터백 불투이스를 비롯한 울산 선수들 셋이 한꺼번에 주심에게 달려가 항의했다. 유리한 공격 흐름을 만든 팀에 몇 초의 시간은 충분히 더 허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손목 시계만 가리킬 뿐이었다. 

결과론이지만 울산은 후반전에도 특별한 공격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알 쿠와리 주심의 이러한 판정이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울산의 실패 이유를 심판이나 장맛비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격 작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산이 자랑하는 골잡이 주니오가 안 뛴 것도 아니고 후반전에는 유능한 미드필더 김보경도 교체 선수로 들어갔다. 사이타마에서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꽂아넣은 황일수도 61분에 들어가 빠른 공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울산이 이날 경기에서 만든 유효 슛 기록은 단 1개였다. 공격수들은 비 때문이 아니라 우라와 레즈 수비수들 사이에 둘러싸여 고립되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패스 성공률, 크로스 적중률도 낮았다. 

크로스 적중률 0%

1주일 전 사이타마에서 2-1로 이길 때 울산 현대는 23.1%의 크로스 적중률을 보였다. 베테랑 이근호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골잡이 주민규가 기막히게 헤더 골로 적중시키는 순간이 압권이었다. 

하지만 울산의 이번 2차전 크로스 적중률은 0%로 찍혔다. 아홉 개의 크로스가 모두 엉뚱한 곳에 배달된 것이다. 우라와 레즈의 이 게임 크로스 적중률은 41.7%인데 24개의 크로스 중에서 10개가 정확하게 배달됐다. 울산으로서는 비교조차 부끄러운 수치를 남겼다. 크로스 기록 말고도 울산은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에서 우라와 레즈의 81%에 한참 모자라는 59.4%에 그쳤다.
 
울산, 16강서 타락 26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2차전. 3-0으로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된 울산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울산, 16강서 타락 26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2차전. 3-0으로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된 울산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4개밖에 안 되는 울산의 이 게임 슛 기록 중 우라와 레즈 페널티 구역 안에서 시도한 슛은 단 1개였다. 우라와 레즈가 총 16개의 슛 중에서 울산 현대 페널티 구역 안에서 시도한 슛 8개에 비하면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 초라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8강에 올라가기 위해 우라와 레즈는 후반전에 최소한 1골이 더 필요했다. 그 정점을 80분에 또 하나의 크로스에 이은 헤더 골로 찍어냈다. 울산 현대 선수들과 게임 내내 신경전을 벌이던 마우리시우가 오른쪽에서 공을 넘겨줬고, 고로키 신조가 다시 한 번 뛰어들어 이마를 빛낸 것이다.

우라와 레즈는 8강 결정골도 모자라 7분 뒤에 미드필더 에베르통이 스기모토 겐유의 정확한 패스를 받아서 오른발 슛으로 울산 골문 왼쪽 구석을 뚫어버렸다. 골문 바로 뒤에 얼마 안 되는 울산 서포터즈는 빗물 위로 눈물을 보태야 했다.

한편, 이보다 1시간 먼저 전주성에서 시작한 전북 현대(한국)와 상하이 상강(중국)의 경기에서도 전북이 1골의 리드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전북은 80분에 뼈아픈 동점골을 내주는 바람에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펼쳐야 했다. 
 
필사적인 전북 문선민 26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전북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전북 문선민이 공을 사수하고 있다.

▲ 필사적인 전북 문선민 26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전북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전북 문선민이 공을 사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연장전이 끝나기 직전에 전북 날개 공격수 문선민이 상하이 상강 미드필더 리셴동의 지저분한 파울에 격분한 나머지 보복성 반칙을 저지르는 바람에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나왔다. 이것도 모자라 전북은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AFC 챔피언스리그 8강 동아시아 클럽 티켓 지분 4장은 '우라와 레즈, 가시마 앤틀러스(이상 일본 2팀)', '상하이 상강, 광저우 에버그란데(이상 중국 2팀)'로 갈라졌다. K리그의 자존심이 빗물에 떠내려간 날이 되고 만 것이다.

2019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결과(26일 오후 8시, 문수 월드컵 스타디움)

울산 현대 0-3 우라와 레즈 [득점 : 고로키 신조(41분, 도움-우가진), 고로키 신조(80분, 도움-마우리시우), 에베르통(87분, 도움-스기모토 겐유)]
- 1, 2차전 합산 점수 4-2로 우라와 레즈 8강 진출

전북 현대 1-1 상하이 상강 [득점 : 김신욱(27분, 도움-손준호) / 헐크(80분, 도움-엘케손)]
- 1, 2차전 합산 점수 2-2, 연장전 후 승부차기 5-3으로 상하이 8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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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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