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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내리기 무서워 버티다가 신발과 양말 한 쪽을 산 정상 위에 두고 내렸다. 맨발로 느낀 단양의 공기는 시원하고 또 유쾌했다. 

국내 패러글라이딩 장소로 가장 유명한 단양을 찾았다. 단양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무리 거센 바람도 순한 산들 바람이 된다. 이렇게 온화한 날씨 덕에 패러글라이더에게 늘 사랑받는 지역이다. 1년 365일 중 320일 이상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오른쪽 신발과 양말이 벗겨져 맨발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 단양 패러글라이딩 오른쪽 신발과 양말이 벗겨져 맨발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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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구경시장 주차장 맞은편에는 언뜻 보기에도 10개가 넘는 패러글라이딩 업체들이 즐비해있다. 그 중 흥정에 가장 협조적인 업체를 골라 7만원을 결제했다(평일 현금결제 기준). 결제가 끝나면 빼곡히 걸린 유니폼 중 하나를 골라 갈아입고, 대기 중인 봉고차에 올라탄다.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실은 봉고차가 덜컹덜컹 양방산을 올라간다. 꼬불꼬불하고 경사 진 길을 10여 분 정도 올라가는데, 익스트림 스포츠가 따로 없다. 좌, 우로 핸들을 꺾을 때마다 뒷자석 4명의 몸도 쪼르르 왔다 갔다 한다. 가격에 산악 ATV 체험도 포함되어 있는 게 확실하다.

산 정상에 도착했는데, 너무 높다. 접수처에서 올려다봤을 때는 만만해보였는데.
단양 8경까지 내려다보이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물어보니 무려 해발 664m 봉우리를 가진 꽤 큰 산이라고 한다. 

마음 준비도 끝나지 않았는데 파일럿이 손수 패러글라이딩 장치를 채워주기 시작한다. 참고로, 패러글라이딩은 전문 파일럿이 바로 뒤에 앉아 조종을 하는 2인 비행이다. 

바들거리는 목소리로 무섭다고 말하자, "내가 이 일만 15년 경력이야, 절대 걱정하지 마!"라며 하이파이브까지 청한다. 손바닥을 간신히 들어 맞장구를 치지만 눈은 자꾸 절벽을 향하게 된다.

예능 프로그램의 흔한 번지점프 장면. 무섭다고 시간 질질 끄는 사람을 답답해했는데, 그 사람이 내가 됐다. 마음의 준비가 1/10도 안됐는데, 코 앞 절벽으로 냅다 뛰란다.

"지금요? 지금 뛰라고요?" 질문만 족히 열댓 번. 그렇게 숨 막히는 밀당을 계속하다, 파일럿 아저씨의 우렁찬 "출발!" 소리에 움찔 출발한다. 박력 있게 달려가도 모자란 상황에 멈칫 거리길 반복했더니, 공중으로 곧장 떠올라야 할 몸이 절벽 아래로 쓸려 내려간다. 수많은 나뭇가지와 온몸으로 격한 인사를 나눈다. 나뭇가지는 머리부터 쭉 온몸을 훑고 마지막으로 오른쪽 신발과 양말을 가져간 뒤에야 몸이 둥실 날아올랐다.

"이렇게 겁 많은 사람은 처음 보네"라는 가이드의 팩트폭행에 마음과 발이 시려 온다. 그와 동시에 눈앞엔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산에 둘러싸인 건물들과 그 사이로 흐르는 남한강이 미니어처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게 신기하다.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고 평온하다. 귀에는 살짝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 들린다. 세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묘한 성취감과 짜릿함이 함께 밀려온다. 이 맛에 패러글라이딩 하는구나. 

뛰어내리기 전 무서움은 잊히고, 착륙지점에 가까워 올수록 아쉬움만 커진다. 다리를 직각으로 들고 엉덩이로 착지하라는 가이드의 말에 '쿵' 하는 마찰음을 생각했는데, 아직 숨죽지 않은 날개(캐너피) 덕분에 살포시 안착한다.

짧다면 짧은 10분이지만, 고요하고 평온한 단양 하늘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이 모든 순간을 동영상으로 녹화, 핸드폰에 저장까지 해주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덕분에 나뭇가지들과 상봉하는 흑역사도 영상으로 남아 평생 소장 될 각이다. 요 근래 유쾌한 기억으로 패러글라이딩이 독보적 1등을 차지하고 있다.

- 신발 한 쪽은 바로 뒤에 팀이 주워와 돌려줬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태그:#단양, #단양여행, #단양패러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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