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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겸 영화감독인 구혜선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에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진산갤러리에서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이라는 제목 아래 테마는 '반려견을 잃은 상처'로 열리고 있다.
       
'키우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난 후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2~3주 정도 몸살을 앓다가 남은 반려견을 책임져야 하기에 엄마로서 이겨내려고 노력했고, 아가가 떠난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아가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했다'는 구혜선의 어떤 인터뷰 기사를 접한 후에 전시를 보러 간 것이라 어떤 작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적막
 
 작품 중 '적 막'
 작품 중 "적 막"
ⓒ 진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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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시 입구에 들어서니 '적 막'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오직 흰 색과 검은 색만을 사용하여 변형된 세모와 네모를 비롯한 여러 각의 모양을 그려낸 그림을 마주할 수 있었다. 
 
넓은 벽에 작은 글씨는 '이 넓은 세상에서 혼자만의 작은 공간에 있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또, 그림과 글씨가 떨어져 있던 것은 마치 어렵고 힘든 현실에서 잠시 아니면 한동안 멀어지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았다.
 
 작품 중 '적막'
 작품 중 "적막"
ⓒ 진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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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옆쪽으로 옮겨보니 또 다른 제목 뒤에 숫자가 없는 '적막'이라는 이름의 단발머리 소녀가 그려진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단순하게 그림만 바라보았을 때는 눈 위에 그림자 같은 그늘이이 있고, 머리 위로는 더듬이 같은 것이 두 개 그려져 있었다.
 
눈썹과 눈 사이는 서로 멀고, 코와 입은 아주 작고, 귀는 양쪽은 비대칭의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면 코와 콧구멍도 무언가 규칙을 벗어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보통 머리로 생각을 하고 입으로 말을 하지만 아마도 작가는 생각은 많고 어지러운데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던 것으로 보였다. 특히 고독함이 오롯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던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손, 팔, 하반신이 없이 상반신만 그려졌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는데, 얼굴을 그린 것과 같은 방식보다 강하게 생략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이 그림을 여러 번 반복해서 봤을 때, 작가가 정말 마음으로만이 아닌 몸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느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특히 더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작품 중 '적막 10'
 작품 중 "적막 10"
ⓒ 진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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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중 '적막 12'
 작품 중 "적막 12"
ⓒ 진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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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대표 그림으로 작가가 꼽은 그림은 적막 10과 적막 12는 불규칙적인 배열과 적극적인 흑과 백이라는 색상을 사용하면서 대비되는 감정과 반려견을 잃은 그 당시,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에서 느낀 어지러움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흰색 사용이 다른 그림에 비해 다소 많아 보였고, 흰색의 대표적 특징인 희망과 순수함을 담아낸 것이라고 보여졌다. 그녀가 평소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더불어 사는 삶을 중요시 해온 것과 반려견의 죽음으로서 큰 충격을 받은 것, 두 가지의 면이 충돌한 듯한 느낌과 외로움, 적막감, 불완전함을 절실하게 극복해 보겠다는 의지를 동시에 받기도 했다.
 
 구 작가가 직접 스케치를 한 작품.
 구 작가가 직접 스케치를 한 작품.
ⓒ 진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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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작가가 직접 스케치를 한 작은 액자에 담긴 8점의 작품, 큰 액자에 담긴 1점이었는데,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띄었다. 작은 액자들은 작가 자신의 모습인 것 같았는데, 얼굴이 모두 두 개나 세 개씩 겹쳐져 있는 형상이었다.

아마도 작품에서 스스로의 자아나 얼굴 표정이 겹쳐지는 듯한 복잡한 심리를 표현해낸 것 같았다. 기하학적인 형태이기도 했지만 얼굴이 뚜렷하게 잘 느껴진 작품이었다. 밑에 큰 액자 한 점은 더듬이가 그려진 여자 아이는 일단 거꾸로 날 쳐다보고 있었고, 목, 몸통, 팔, 다리, 발이 모두 없는 작품이어서 상반신이 없는 작품보다 사실 공포스러움과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격차가 큰 현실을 바라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가 이 전시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이었을까.

이름 모를 힘에 이끌려서 매료되어 찾아 온 것을 기억하며, 전시회 작품들과 전시공간을 천천히 돌아보며 생각해보았다. 아마 작가는 소중한 반려견이 함께했던 삶을 떠난 후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자신과 흑과 백이라는 단순하지만 심플한 색을 빌려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을 해보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더불어 규칙적인 모양, 온전한 사람의 모습이 아닌 비대칭의 모습과 얼굴, 얼굴과 몸통과 나온 사람들을 여유롭게 또 크게 표현하면서, 힘들지만 그래도 딛고 일어서서 다시 일상을 살아가겠다는 구혜선이라는 한 사람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여졌다.

전시회는 오는 7월 28일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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