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5회초 2사 1루에서 3루타 후 상대 실책을 틈타 득점에 성공한 한화 호잉이 더그아웃에서 활짝 웃고 있다.

지난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5회초 2사 1루에서 3루타 후 상대 실책을 틈타 득점에 성공한 한화 호잉이 더그아웃에서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가 흔들리는 NC를 제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대승을 거뒀다.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5일 통합창원시의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20안타를 터트리며 14-3으로 대승을 거뒀다. 6월의 마지막 원정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끈 한화는 이날 키움 히어로즈에게 3-7로 패한 8위 KIA 타이거즈를 반 경기 차이로 추격했다(32승45패). 

한화는 선발 워릭 서폴드가 5이닝 5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비자책 3실점으로 시즌 5승째를 챙겼고 안영명, 송은범, 박상원으로 이어진 불펜진도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타선에서는 이성열과 김태균이 반가운 홈런포를 터트린 가운데 불과 얼마 전까지 교체설이 나왔던 선수가 오랜만에 맹타를 휘두르며 한용덕 감독을 기쁘게 했다. 시즌 11호 홈런을 포함해 4안타 2타점 2득점을 폭발한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그 주인공이다.

한화를 가을야구로 이끈 70만 달러의 저가(?) 외국인 선수 호잉 

김성근 감독의 지배력이 한계에 봉착하던 2016, 2017년에도 한화는 외국인 타자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447경기에 출전해 타율 .273 71홈런241타점을 기록했던 윌린 로사리오(미네소타 트윈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사리오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두 시즌 동안 타율 .330 70홈런 231타점을 쓸어 담으며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와 함께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로사리오는 2017 시즌이 끝나고 2년 8억엔(약 8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했다. 한화 역시 검증된 거포였던 로사리오와의 재계약을 원했지만 일본 구단과의 '머니게임'에서는 애초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로사리오를 아쉽게 떠나 보낸 한화는 2018 시즌을 앞두고 우투좌타 외야수 호잉을 총액 70만 달러에 영입했다.

사실 호잉은 메이저리그를 즐겨 보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제법 익숙한 이름이었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추추 트레인' 추신수의 팀 동료로 텍사스 레인저스의 백업 외야수로 활약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호잉은 한국에 오는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그렇듯 2년 동안 빅리그 출전 경기가 74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한화에는 1999년 30-30클럽에 가입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7년 동안 활약했던 제이 데이비스라는 걸출한 외국인 외야수가 있었다. 2014년 타율 .326 17홈런 92타점을 기록했던 펠릭스 피에 역시 한화가 거느렸던 좋은 외국인 외야수였다. 이렇게 한화를 거쳐간 걸출한 외국인 외야수들이 있었지만 초라한 빅리그 경력을 가진 호잉의 주요 비교 대상은 한화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를 거치며 한국에서 3년 동안 활약한 같은 백인 외야수 덕 클락이었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개막되자 호잉은 한 마리의 야생마처럼 그라운드를 누비며 데이비스나 피에도 그립지 않을 대활약을 이어갔다. 142경기에 출전하며 강철체력을 과시한 호잉은 타율 .306 30홈런 110타점 85득점 23도루를 기록하며 김태균이 부진했던 한화 타선을 이끌었다. 호잉의 대활약 덕분에 한화는 무려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할 수 있었고 한화팬들은 호잉이 대전에서 오래도록 활약해 주길 한 목소리로 기원했다.

수비 부담 커지면서 타격까지 슬럼프, NC전 4안타 폭발로 부진 탈출?

자타가 공인하는 한화의 간판타자로 떠오른 호잉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총액 140만 달러(계약금 30만+연봉80만+옵션30만)에 재계약했다. 총액을 기준으로 작년에 비해 정확히 2배가 오른 금액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KBO리그에 적응할 시간도 따로 필요치 않으니 호잉에 대한 한용덕 감독과 한화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용덕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좌익수 이용규, 중견수 정근우, 우익수 호잉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선수들로 구성된 노련한 외야진을 구상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도중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구하면서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징계를 받았고 중견수로 변신한 정근우도 1할대의 빈타에 허덕이다가 2군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결국 한용덕 감독은 팀에서 가장 수비범위가 넓은 호잉을 중견수로 이동시켰다.

중견수와 우익수를 오가며 수비부담이 커진 호잉은 5월 한 달 동안 26경기에서 타율 .310 3홈런 14타점 12득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타격감을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6월 들어 20경기에서 타율 .210 3홈런 11타점으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시즌 타율이 .261까지 떨어졌다. 작년 6월 7홈런 29타점을 몰아치며 한화 도약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6월의 부진은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호잉은 25일 평균자책점 1위에 빛나는 드류 루친스키가 선발 등판한 NC를 상대로 올 시즌 첫 4안타 경기를 만들며 부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첫 타석에서 병살타로 물러난 호잉은 3회 두번째 타석에서 루친스키로부터 우측담장을 넘기는 결승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8회 5번째 타석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2루타를 때렸다. 호잉은 최근 10경기 중 5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터트리며 타격감을 점점 끌어 올리고 있다.

호잉은 올 시즌 우익수로 34경기, 중견수로 40경기에 선발 출전하고 있다. 호잉은 두 포지션에서 한화의 주전으로 나서면서도 올 시즌 단 하나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 두 포지션을 옮겨 다니면서 타격은 잠시 주춤했지만 여전히 팀 내 공헌도는 매우 높은 선수라는 뜻이다. 만약 호잉이 작년에 보여줬던 폭발적인 타격까지 살아난다면 한화 타선은 누구도 쉽게 대할 수 없는 위력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 외국인 선수 NC 다이노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