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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쇼핑은 손님으로 위장한 평가자가 매장에 직접 들러, 특정 매장의 청결 상태나 손님을 대하는 접객 태도를 감시하는 일이다.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 자료를 얻기 위한 방법이므로 서비스업, 고객응대노동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금융감독원이 일선 금융기관들이 고객에게 금융상품의 기본 내용 및 투자위험성 등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않는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실시하기도 하고, 의류, 화장품 등 판매 유통 회사나 요식업체에서 고객 서비스를 감시하기 위해 활용하기도 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동자 감시 성격이 강하고, 인권 침해요소도 있어 노동조합에서 과도한 미스터리 쇼핑 활용에 대해 항의해 오기도 했다. 몇 해 전에는 미스터리 쇼핑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백화점 여성 노동자가 자살한 사건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오래된 주제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업체에서 미스터리 쇼퍼를 통해 노동자나 대리점을 평가한다. 지금도 국내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화장품, 의류매장 미스터리 쇼퍼를 구한다는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고, 다수의 마케팅 업체에서도 기업에 제공하는 '리서치' 사업 중 하나로 미스터리 쇼핑이나 전화 모니터 등을 들고 있다. 1940년대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미스터리쇼핑업체연합(Mystery Shopping Providers Association)에 세계적으로 450개의 회사가 등록돼 있을 정도로 규모 있는 산업이다.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에서 이런 미스터리쇼핑이 유통업 노동자들의 노동 과정과 직무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유연한 감옥에서 고객응대 노동자들은 어떻게 감시당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가톨릭대 신희주 교수로부터 들었다.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15명의 유통업 노동자들과 인터뷰해 분석한 결과다. 

노동자도 고객도 원하지 않는 감정노동 규칙

기본적으로 서비스업 생산에서는 감정노동이라는 무형의 서비스 생산과 그 생산을 위한 물질적 조건의 생산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신희주 교수는 미스터리쇼핑이 무형의 고객서비스와 물리적 서비스 환경의 생산이라는 결합적 노동과정에 대한 총체적 평가를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본다. 주로 절차화된 업무에 대해 점검하고, 감정규칙을 확인한다. 체계적으로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이루어지는 절차화된 업무에 대한 관료적 통제의 역할과 함께, 직접 고객이 되어 현장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창출하고 거기에 참여함으로서 감정규칙이 현장에서 적용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미스터리 쇼핑은 정해진 매뉴얼대로의 노동 수행을 강제함으로서 유연하고 창조적인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못하도록 한다. 판매 노동의 노동 과정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주문을 받고 처리하는 것 외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고, 이에 맞춘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감정 노동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매우 유동적일 수 있고, 이 과정에 노동자의 경험이나 판단이 관여하게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세세한 규범과 이에 대한 암행 평가는 노동자들 개인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감시를 통해 작업장의 노동환경을 경직시킨다. 뿐만 아니라, 이는 노동과정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나친 설명이나 정보 제공을 원하지 않는 손님에게도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나, 최근 판매 촉진 중인 제품을 설명해야 한다. 편하게 제품을 고르고 싶은 고객에게도, 다양한 서비스를 권유해야 한다. 양질의 서비스를 원하지만 경직된 세일즈 압력을 피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요구와 맞지 않는 서비스 제공하게 된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미스터리 쇼핑에서 강조하는 서비스 형태는)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그게 아닌가 싶은 거예요. 그리고 손님들도 그거를 원하지 않고 부담스러워하고 진짜 모니터링이니깐 이걸 체크해야 되죠. 하지만 과연 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고객이라면 저런 트리트를 원할까 (싶어요). 물론 친절하면야 좋죠. 근데 루즈를 편하게 보고 싶은데, 직원은 평소 때 어떤 칼라를 바르냐, 해주겠다, (하면서 다가오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데, 루즈 하나라도 트리트 받으면 사야될 거 같고. 그런 거잖아요."(화장품 판매 노동자)

매뉴얼을 지킬 수 없는 노동조건, 메우는 건 노동자의 몫

뿐만 아니라, 인원도 부족하고, 항상 뛰어다녀야 하는 서비스 업종 노동자들이 매번 이런 매뉴얼 내용을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매뉴얼 자체에 대한 노동자들의 평가나 의견은 반영될 수 없고, 정해진 체크리스트에 따라 점수로 평가되는 미스터리 쇼핑 과정에서 현장 노동 조건에서 발생한 문제를 메우는 것은 노동자의 노력이다. 

"예전 같은 경우에는 매장 자체에도 인원이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매출이 잘나오고 인원도 많고...정말 친절하면 좋으니깐 그게 어느 정도 필요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인원이 거의 혼자 근무하다시피 하잖아요. 요새 본사에서도 OT(초과노동시간) 를 줄여야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시차해라 휴무해라 이렇게 해서 혼자 근무하다보니깐 이걸 해낼 수가 없는 거죠."(화장품 판매 노동자)

매장에 고용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교육 시간을 배정하거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평가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제품의 특성을 외우고, 자본의 판매 전략에 따라 최적화되었다는 매뉴얼을 익히게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부족한 교육을 노동자의 노력으로  메우게 된다. 

주관적 평가, 자율성 침해, 결과는 노동자 소진

평가자의 주관성도 문제다.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하는 업체 혹은 본사 입장에서도 평가에서 주관성을 줄이고자 하겠지만, 개별 평가자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에 따라 가장 큰 해를 입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발견한 '미스터리 쇼퍼 알바 체험기'는 '아무래도 외모가 맘에 드는 알바생의 경우 점수를 잘 주게 된다'고 자기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언제든 감시나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정서적 부담이나, 그 평가 결과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기도 하다는 점은 노동자들을 감정적으로 소진하도록 한다. 

정신적 건강만 문제가 아니다. 매뉴얼에 기반한 감시는 노동자들이 신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동과정에서 조금씩 발휘하던 자율성과 유연성을 방해한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평소에는 아이스크림을 푸는 양이나 담는 방식을 마음 가는대로 조절해서 손이나 팔이 덜 아프게 할 수 있는데, 미스터리 쇼핑 기간 동안에는 담는 방식을 매뉴얼대로 지켜야 하니까요. (매뉴얼대로) 모양을 제대로 만들려면 한번 풀 때 한 번에 많이 푸고 여러 번 다듬어야 하고, 그래서 손이나 팔이 아픈데 그걸 다 지켜서 해야 돼요...그래서 한때 여기(손목)가 계속 뭉쳐가지고 2주 동안 매일 침도 맞고. 그래서 알바비를 다 병원비로 썼어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노동자 자율성 침해가 정신적 건강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쇼퍼 기간 동안 더 빨리, 더 원칙적으로 일해야 해서 생기는 노동강도 강화 역시 노동자 부담의 한 형태다. 

신희주 교수는, 미스터리 쇼핑이 속이기(Deception) 방식으로 노동자들에게 행동을 강제시킨다는 점에서, 인권침해와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며, 조직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을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치환하면서 조직 운영을 비효율적으로 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자들에게는 더 많은 노력과 원칙적인 노동이 강조되지만, 자율성은 극단적으로 축소되고, 손님들과 맺는 역동적 상호관계의 즐거움도 줄어든다.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동자들의 작은 노력이 설 자리도 빼앗기게 되며,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매뉴얼 내용을 고객들이 모두 정말 원하는지도 의문이다. 서비스, 판매, 금융업 노동자들이 왜 지속적으로 미스터리 쇼퍼 운영을 반대하는지, 업체들은 좀 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민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태그:#감정노동, #서비스노동자, #미스터리쇼퍼, #미스터리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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