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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은 이에 보복하여 똑같이 미국 수입품에 관세를 매겼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거대 IT 기업인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하고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기 시작하면서 크게 논란이 되었습니다. 무역협상을 통해 무역 전쟁이 잠잠해지는 것 같았지만,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서 미국이 행사하는 엄청난 힘을 보면서, 미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고, 미국이 이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통념과 배치되는 논문 두 편("The Return to Protectionism", "The Impact of the 2018 Trade War on U.S. Prices and Welfare")이 올해 3월 전미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발행되었습니다. 이 논문들의 결론에 따르면, 무역 전쟁은 미국의 생산자와 소비자에 부정적이었습니다.

보호무역을 해서 수입을 줄이면,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고 국가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상식인 것 같습니다. 한국은 수출을 통해 성장했다고 배웠기 때문에 '흑자'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이런 시각 때문에 무역 전쟁도 한쪽이 승리하고 이익을 보는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폴 크루그먼 교수는 국가 경제를 이렇게 바라보는 시각에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폴 크루그먼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의 표지
 폴 크루그먼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의 표지
ⓒ Smart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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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일자리

자연스러운 흐름대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수출이 늘어나면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납니다.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면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거나 시장에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나면 국내 기업의 수익을 줄어들고, 이에 따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입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흐름대로 생각해보았을 때, 수출은 국가에 이익이고, 수입은 국가에 불이익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국가 경제를 바라보면 국가는 마치 거대한 회사와 같은 모습입니다.

수출을 통해 국가라는 거대한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해야 그 거대한 기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그들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과 같은 최근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들이 세계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믿고, 이는 세계 경제를 위해 아주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기업가들은 국가들이 그런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다." - p.11~12

"그러나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이 세계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는 그 혜택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측면으로 이어지게 된다거나) 또는 매우 성공적인 수출로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가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들보다 실업률이 더 낮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 p.14
 
왜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이 더 많은 일자리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요? 크루그먼은 두 가지 측면을 지적합니다. 첫 번째, 한 나라의 수출은 다른 나라의 수입만을 의미하지 전 세계적인 수요의 증가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두 번째, 수출이 증가하여 국내 특정 분야에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중앙은행의 시도에 의해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국내의 일자리만 신경 쓴다면 수출로 일자리가 증가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고, 중앙은행의 기능을 통제하면 결국 국내 일자리는 그대로 증가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중앙은행의 기능을 통제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경기가 심하게 과열되어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은 경기의 심각한 과열 혹은 침체를 막기 위해 수출과 수입의 흐름에 따라 금리를 조절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수출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외국인 투자와 수출

그럼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면 수출이 증가한다는 생각은 어떨까요?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면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생산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어서 해당 기업의 수출이 증가할 것입니다. 국가 경제 전체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나면 무역수지가 좋아지는 것 아닐까요? 폴 크루그먼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그들은 그 국가가 반드시 대규모 무역 적자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 p.26
 
왜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면 무역 적자가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날까요? "무역수지는 국제수지의 일부이며, 어떤 국가 전체의 무역수지는-외국에 판매한 총 매출과 외국으로부터 구매한 지출 간의 차이-항상 제로"(p.28)이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에서 무역 수지가 흑자 혹은 적자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 수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불균형은 다른 부문의 불균형으로 결국 전체적인 국제수지는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한 집안의 재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 집안이 벌어들이거나 자산을 사들이는 액수보다 쓰거나 자산을 파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적자가 발생하면 자산을 팔아서 다른 곳에서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죠.
 
"무역 적자가 발생하는 국가는 자산을 사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자산을 외국인에게 팔아 외국 자본을 들여오고 있음이 틀림없다. 무역 흑자가 일어나는 국가는 순해외 투자를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 p.33

국가 경제 전체에서 수출과 일자리의 관계, 해외 투자와 수출의 관계와 같이 국가의 경제는 우리의 직관과는 다르게 돌아갑니다. 일반적으로 비용에 비해 편익이 많아야 이익을 보는 기업과는 다르죠.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하지만 기업과 국가 경제 사이의 복잡성 차이로 보면 200 대 1의 비율도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수학자의 말을 빌리면, 큰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 잠재되어 있는 상호 작용의 수는 제곱에 비례한다. 쉽게 말해서, 어떤 의미에서 미국 경제는 미국 내 가장 큰 기업보다 수백 배가 아니라 수천 수만 배 더 복잡하다." - p.49
 
이런 규모의 차이는 국가와 기업의 시스템 차이로 이어집니다. 기업은 개방형 시스템으로서 회사 모든 분야의 고용과 투자를 늘릴 수 있고, 모든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폐쇄형 시스템으로서 국제수지와 같은 틀 속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고, 국내 모든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시도를 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 일자리를 얻을 때, 다른 누군가는 그 일자리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국가 경제는 이익과 손해의 관계가 복잡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에 나온 관점으로 무역 전쟁을 다시 바라보면 그 이슈가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여기에 무역 전쟁으로 인해 수입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와 생산자 및 중국과 미국 양국에 투자했던 수많은 투자자가 겪을 손해를 고려해본다면, 더욱 다르게 보이겠죠. '미국'의 경제학자들이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황은 경제학자들의 예상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을 외치며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시작한 보호무역 정책이지만, 소비자와 생산자 투자자가 모두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을 봤을 때 현실은 다르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국가 경제는 우리의 직관과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따라서 경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바라보는 적절한 시각을 많이 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라고 경제를 항상 제대로 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이렇게 한 걸음씩 경제를 제대로 바라보려고 해야 경제를 이전보다 잘 이해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의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는 경제학의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책이 얇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경제학자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접하면서 경제를 바라보는 눈을 높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폴 크루그먼 (지은이), 유중 (옮긴이), 스마트비즈니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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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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