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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6월 22일 오후 경남 남해 유배문학관 강당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남해지회 창립대회에서 "한반도 평화번영과 새로운 노무현의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6월 22일 오후 경남 남해 유배문학관 강당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남해지회 창립대회에서 "한반도 평화번영과 새로운 노무현의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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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에 나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6월 22일 오후 경남 남해 유배문학관 강당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남해지회(회장 정현태 전 남해군수) 창립대회에서 "한반도 평화번영과 새로운 노무현의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장관은 "한반도에 작년부터 새로운 평화의 희망을 가져왔다. 북-미가 북한 비핵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했다. 나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고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정부 혼자 중재자 역할을 하기에는 힘이 달리니까 중국이 필요하다. 한국 힘이 약해서가 아니다. 주변 국가의 힘을 다 모아야 한다. 북미 협상이 앞으로 다시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005년 6자 회담 때 나온 9‧19공동성명을 거론한 이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2005년 6개 나라가 6자회담을 해서, 9‧19 공동성명을 만들어 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어떤 보상을 한다는 합의를 만들었다. 그 뒤 그 합의가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그 때 합의를 만들 때 중국과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많은 역할을 했던 것"이라고 했다.

"참여정부가 '불임정부'라는 말은 틀렸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와 통일부에서 일했던 이종석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여러 사람한테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억울한 게 있다. 참여정부는 애도 많이 쓰고 목표도 제대로 잡았는데 제대로 한 거 없다는 말, 즉 '불임정부'라는 말이었다"라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했다.

그는 "제가 맡았던 통일외교안보 분야만 놓고 보면, 참여정부 5년 동안에 휴전선이나 북방한계선에서 한번도 교전이나 충돌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안보로 인해 단 한번의 희생자도 만들지 않았다"며 "다른 정부 때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었다"고 했다.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을 강조한 그는 "화물연대 파업 때 위기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봤다. 화물연대 파업은 외교안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파업을 해서 국가 수송기능이 장기간 떨어진다면 국가가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할지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포괄안보'라는 개념으로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었다. 과거는 국가 위기관리 지침도 없이 해왔더라. 참여정부 때 272개 실무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위기가 발생하면 중앙정부와 동시에 지자체가 무엇을 할 것인지 하나의 대응 체계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 만들어 놓았던 매뉴얼만이라도 계속 연습했더라면 세월호 때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끝나고 나서 다음 정부가 그 매뉴얼을 인수 받지 않아 창고에만 굴러다녔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6월 22일 오후 경남 남해 유배문학관 강당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남해지회 창립대회에서 "한반도 평화번영과 새로운 노무현의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6월 22일 오후 경남 남해 유배문학관 강당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남해지회 창립대회에서 "한반도 평화번영과 새로운 노무현의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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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장관은 "참여정부에 대해 더 이상 '불임정부'라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즉흥적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정책 발표나 연설하기 전에 수없이 토론과 회의를 하고 자료를 살폈다"고 했다.

참여정부 때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은 미국과 계속 협상을 했다. 미국과 우리의 국익을 서로 절충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까칠하게 생각했다"며 "그래서 당시 미국은 주한미국대사를 중량급으로 보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역대 가장 높은 급이 대사로 두 번이나 왔다"고 했다.

이어 "'한미공조'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 이익과 미국 이익이 같으면 공조라는 말은 필요 없다. 국익이 다르니까 협상을 하는 것이다. 무조건 미국을 따라가야 한다면 공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의 회담 비화를 이야기 했다. 이 전 장관은 "회담 하러 가기 전에 관련 기관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보면 부시가 보고서도 잘 보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런데 회담을 마치고 난 뒤 노 전 대통령은 '부시가 간단한 사람이 아니고, 미국 대통령이 그냥 되는 게 아니며 국정을 다 평가하고 있더라'고 상대방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우리들은 이전에는 막말이나 하고 돌출행동을 하며 정말 위험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을 하고 난 뒤 '그러지 않더라', '나름대로 틀이 있더라'고 했다"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신뢰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전시작전권 환수를 공약했다"

이 전 장관은 "노무현은 진보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안보에서 진보라는 가치를 앞세워서 한 적이 없었다,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해서, 나라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국익이라는 차원에서 외교를 했다. 진보로 통일안보외교를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전시작전권환수를 사례로 들었다. 이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의 가치는 '자주', '평화', '균형'이다. 전시작전권환수는 자주다. 자주를 주장하면 진보이고 좌파냐. 국가의 주권을 지키고 나라의 자주를 지키자는 것은 보수의 가치다. 진보는 국제주의다. 그런데 자주를 이야기를 하면 빨갱이가 된다. 아니다. 자주는 보수의 가치다"고 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이 후보 때 전작권 환수를 공약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니까 자신이 없어 안 했다. 나중에 평시와 전시로 나누었다. 평시에 작전권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데 궁여지책으로 김영삼 정부 때 '평시작전통제권' 환수했다고 신문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빠른 시기에 전시작전통제권도 환수해야 한다'고 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권 환수 이야기를 하니까 빨갱이라고 했다"며 "지구상에 200개 나라 가운데, 군대를 갖고 있는 나라 중에서 전쟁 결정과 지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자기 나라의 지도자가 갖지 않고 있는 나라는 하나다. 그게 대한민국이다"고 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6월 22일 오후 경남 남해 유배문학관 강당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남해지회 창립대회에서 "한반도 평화번영과 새로운 노무현의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사진에서 왼쪽으로 장충남 남해군수, 류경완 경남도의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6월 22일 오후 경남 남해 유배문학관 강당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남해지회 창립대회에서 "한반도 평화번영과 새로운 노무현의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사진에서 왼쪽으로 장충남 남해군수, 류경완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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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비교했다. 이 전 장관은 "어떤 분들은 나토도 작전통제권이 나라마다 없지 않느냐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며 "이라크 등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하면 파견 군인의 작전권은 나토 사령관이 갖지만, 자기 나라에 있는 군대의 작전통제권은 그 나라 대통령이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전시작전권 환수는 진보, 보수, 좌파, 우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이 동맹인데 그러면 왜 전시작전통제권을 일본이 갖고 있느냐"고 했다.

또 그는 "한미동맹은 건강하고 수평적으로 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기초로 하되, 중국과 미국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한반도에는 대결구조가 너무 오래됐고 너무 많은 요소가 쌓여서 한꺼번에 풀 수 없다. 작년의 평화 국면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남북과 북미 정상이 비슷한 시기에 만나 합의를 보기는 처음이다. 73년 한반도 역사에서 남북 적대와 북미 적대를 동시에 해소하자고 합의한 적은 없었다. 기회다"고 했다.

"우리가 노무현이다"

그는 "지금 김정은은 경제에 올인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루 세끼를 먹는 게 아니고 중국 못지않은 고도성장하겠다는 것이다"며 "김정은은 국내 자원에다 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받는다면 고도성장을 할 수 있다고 보고, 대북제재 때문에 안 되니까 비핵화를 하려고 나온 것이다. 김정은이 핵실험 중단을 했는데, 우리가 이런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

"어떤 분은 지금 비핵화 협상이 잘 되겠느냐고 묻는다"고 한 이 전 장관은 "잘 된다는 대답은 못한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좋은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미 사이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면 우리가 가는 길은 재작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잘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 여론이 분열되어 있다. 우리가 힘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북이 볼 때 우리가 분열되어 있으니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의 보도 사례를 언급한 그는 "지금 북한은 공군 항공기로 논에 비료를 뿌리고, 공군이 쓰는 비행장에 비닐하우스를 조성해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시진핑이 북한을 방문해서 노동당 청사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북한 인사 32명이 섰다. 그 중에 군복을 입은 사람은 2명이었고, 다른 사람은 민간인이다. 이전 같으면 군복을 입은 사람이 15명 정도는 됐을 것이다. 군대가 경제 건설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미 협상 중재를 해야 한다. 중국도 같이 창의적인 아이디어 낼 능력이 있다"며 "무엇보다 우리가 국민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안 되면 과거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가 나서서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새로운 노무현'은 '우리가 노무현이다'는 것이다.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졌던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고, 노 대통령이 남긴 미완의 정책을 우리가 실현해야 한다. 그것을 할 사람이 우리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노무현이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는 정현태 노무현재단 남해지회장과 장충남 남해군수, 류경완 경남도의원을 비롯해 많은 인사들이 함께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6월 22일 오후 경남 남해 유배문학관 강당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남해지회 창립대회에서 "한반도 평화번영과 새로운 노무현의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6월 22일 오후 경남 남해 유배문학관 강당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남해지회 창립대회에서 "한반도 평화번영과 새로운 노무현의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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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무현, #이종석, #장충남, #정현태, #류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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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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