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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 이사장 명진 스님이 '진실의 기록,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을 읽고 서평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사탕의 시대다. 달달한 이야기, 달달한 글이 사랑받고 서점가에서도 환영받는다. 삶이 강팍하고 신산하다 보니 다들 작은 달콤함을 찾곤 한다. 힘든 삶을 위로한다며 '힐링'이 대세인 시절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달달한 사탕은 이빨을 썩게 만든다. 단맛에 취하면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쓴 것은 써야 하고, 신 것은 신맛이 제대로 나야 한다.

토굴 생활할 때의 일이다. 큰 절이 아니고서야 토굴이나 작은 산사에 거하는 스님네들은 대개 가능한 부분에서 자급자족을 하곤 한다. 그래서 나도 장터에 나가 고추, 가지, 오이 모종 같은 것들을 구해 텃밭에 심고 웬만한 채소들은 손수 키워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곳저곳에서 청하는 자리를 마다 못하고 가게 되다 보니 심어 놓은 채소들을 제대 보살피지 못했다. 잡초는 순식간에 텃밭을 가득 메워 채소와 잡초를 구분키 어려웠다. 그래도 생명인지라 잡초들 가운데 어렵사리 열매 맺은 고추며, 오이 같은 것들을 따 먹을라치면, 마트 등에서 사서 먹는 고추나 오이와는 전혀 다른 맛이 났다. 본래의 고추, 본래의 오이 맛이 오롯이 살아나는 것이었다. 거칠고 험한 자연 속에서 잡초들과 경쟁하면서 자라다 보니 생존의 본능 때문에 채소 본연의 삶과 그로 인한 맛이 절로 배어나게 된 것이었다.

보기 좋게, 살기 좋게 하우스를 짓고 가지런하게 밭을 가꿔주지 않아도 식물들은 잘 자란다. 얼마 전 서울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고향인 제주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있는 박 선생의 텃밭에 갔을 때, 그분도 똑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큰 범위에서 구역만 정해 놓을 뿐 곡식과 채소 등이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하고 가급적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이른바 '태평농법'이었다. 수확은 조금 적을지 몰라도 그렇게 자라 오른 곡식과 채소들은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그 나름의 맛을 지녀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그렇다. 자연. 스스로 자(自), 그러할 연(然). 산과 강은 스스로 그러하듯 두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자연은 인간이 있기 전부터 오래 동안 생명의 터전이었고 인간이 멸한 뒤에도 오래도록 남아 그 모습, 그대로 있을 것이다.

그 자연 중 산은 아버지요, 강은 어머니다. 아버지 산과 어머니 강을 그 자손인 인간이 함부로 대해서는 큰 화를 입게 된다. 지금 이 지구 위에서 일어나는 환경적 재앙은 대부분 인간의 오만과 탐욕 때문이다.
 
 지난 여름 조류 대발생이라는 국가재난사태에 준하는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생한 낙동강. 녹조는 가을이 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여름 조류 대발생이라는 국가재난사태에 준하는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생한 낙동강. 녹조는 가을이 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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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금수강산을 자랑했던 이 땅도 그 오만과 탐욕, 어리석음으로 인해 시궁창이 되어 버렸다.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다. 나는 그 사업이 시작할 때부터 '死大江' 사업이라고 비판해 왔다.

4대강 사업은 강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 강가의 무수한 생명과 그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마침내 그 맑게 굽이치는 강을 보며 살아온 우리네 사람들의 심성을 짐승처럼 만들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릇된 일을 MB의 하수인 노릇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같은 이는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썩은 정신은 썩은 행위를 낳는다.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이끄는 종교가 탐욕에 물들면 정신의 4대강사업이 되고 만다.

혈세(血稅)라는 말이 있다. 세금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 혈세 22조를 쏟아 부어 그 아름답던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을 흐르지 못하는 강, 악취가 나서 썩은 강, 시궁창 같은 강으로 만들었다. 공사비를 부풀리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강은 흐르지 못하는데 검은 돈은 잘도 흘러갔다.

MB정부의 공직자들과 그 밑에서 아첨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 예찬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재오 전 국회의원이다. 또 "4대강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 역사적 심판을 받겠다"라고 큰 소리쳤던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도 있다.

"4대강 사업은 국토의 품격을 높이는 사업"이라던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4대강사업에 대해 100점 만점에 95점을 준다"던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는 4대강 사업 본부장이었다. "대운하는 100원을 투자하면 230원을 얻을 수 있는 대박사업"이라고 분석했던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있다.

이밖에도 4대강 사업에 장밋빛 환상을 덧칠했던 자들은 많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 박재환 국정기획수석, 오정규 당시 국책비서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관 등. 하지만 4대강사업이 완공된 지 10년이 지난 뒤에 김병기 기자가 이들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를 묻자 모두 카메라를 피하고 숨기에 바빴다.
 
 지난달 29일 ‘대운하 전도사’ 박석순 이대 교수를 다큐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팀이 찾아갔다. 그는 이날 이대 학생들에게 ‘나의 환경 인생과 환경철학’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하지만 그는 카메라를 피해 ‘셀프 감금’을 자처(?)했다.
 지난달 29일 ‘대운하 전도사’ 박석순 이대 교수를 다큐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팀이 찾아갔다. 그는 이날 이대 학생들에게 ‘나의 환경 인생과 환경철학’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하지만 그는 카메라를 피해 ‘셀프 감금’을 자처(?)했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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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2년 동안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를 필두로, 금강 지킴이 김종술 기자,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낙동강 지킴이 정수근 기자,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쳐온 정직한 기록자 이철재 기자 등은 '사대강 독립군'을 만들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들은 때로는 감춰진 진실의 속살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썩은 강에 담그는 리트머스 용지가 되었고, 또 때로는 4대강의 부역자들을 쫓는 추노꾼이 되기도 했다. 이들의 취재망이 그들을 쪼이기 시작하자, 한때 장관이었던 이들이나 최고의 전문가라고 행세했던 교수들이란 작자들은 줄행랑을 놓기 일쑤였다.
 
 곽승준 교수가 4대강 다큐팀이 카메라를 피해 사무실로 가는 모습.
 곽승준 교수가 4대강 다큐팀이 카메라를 피해 사무실로 가는 모습.
ⓒ 4대강 다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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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록이 바로 오마이뉴스에서 펴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이란 책이다. 이 책은 결코 편안하고 달달하지 않다. 하지만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고 그 문제점을 세상에 울려내는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사회의 목탁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구역질나는 부정과 비리, 시궁창 같은 세상의 불의 앞에서 기자는 단순한 인텔리가 아니라 싸움꾼이 되고 전사가 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원작으로 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시사회에도 참석했다. 혈세 22조가 들어간 4대강은 매년 유지 관리비로 1조 원 가까이가 들어간다. 이 천문학적인 세금을 교육이나 복지로 돌렸다면 어땠을까? 이 책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말한다.
 
"국립대학 학생들을 공짜로 학교에 다니게 하면 1년에 2조 원이 듭니다. 30조 원이면 15년을 무료로 가르칠 수 있는 돈이죠. 전체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무료로 하면 1년에 7조 원입니다. 최근에 아동 수당을 1인당 월 10만 원씩 주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돈이 연간 3조 원입니다. 고등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면 1년에 2500억 원이면 됩니다. 4대강에 투입된 30조원을 복지에 사용했다면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누렸을 겁니다."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하지 않는다면 위정자들의 농간은 얼마든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우리가 두 눈 부릅뜨지 않는다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이었던 4대강 사업은 얼굴을 바꾸고 얼마든지 우리 앞에 나타나 사탕 같은 감언이설로 현혹할 수도 있다.

4대강을 통해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사탕발림에 속아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들도 이 땅의 국민들이다. 무엇을 하든 무조건 '부자'되고 싶은 우리 국민들의 탐욕이 이명박 같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삽질 같은 4대강 사업을 가능케 했다.

잘못된 과거, 부끄러운 역사는 낱낱이 기억되어야 한다. 그 범죄자들과 그들에 맞선 사람들이 어떻게 싸웠는지도 기록해야 한다. 국민의 어리석음도 같이 적어야 한다. 김병기 기자는 말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지 않게 되고,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삽질이 되풀이된다."

그 기록이, 그 기억이 우리의 힘이고 희망이고 미래다.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 탐사취재 12년의 기록, 끝나지 않은 싸움

김병기 지음, 오마이북(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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