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스트>의 한 장면.

영화 <비스트>의 한 장면. ⓒ NEW

 
국내 극장가에서 형사물은 설정만 놓고 보면 더는 신선하지 않다. 범죄 스릴러 혹은 액션과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 안에서 여러 형사 캐릭터들이 나왔고, 명멸했다. 형사물에 열광하는 관객이 아니고서야 오는 26일 개봉하는 <비스트> 역시 기존에 나온 영화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영화는 <탐정 : 더 비기닝> <더 폰> <석조주택 살인사건>의 각색을 맡았던 이정호 감독의 작품이다. 필모그래피에서 알 수 있듯 형사물에 그만큼 익숙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배우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과 최다니엘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인 이들이 전면에 섰다. 

비교적 익숙한 캐릭터를 내공 있는 배우들이 맡았으니 승부수는 곧 장르적 쾌감에 충실하거나 몰입도 높은 이야기가 돼야 할 것이다. <비스트>는 희대의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결국 또다른 범죄를 은폐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강력한 빌런을 베일에 가려둔 채 또다른 빌런을 영화 후반부에 제시하는 식이다.

좋은 재료의 활용도
 
 영화 <비스트>의 한 장면.

영화 <비스트>의 한 장면. ⓒ NEW

  
 영화 <비스트>의 한 장면.

영화 <비스트>의 한 장면. ⓒ NEW

 
일단 설정만 보면 그 아이디어가 구미를 당긴다. 사건 해결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수(이성민), 그런 그와 과거 한팀이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틀어지게 된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이 두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인데 경쟁과 우정 사이 어느 지점에서 각자 고뇌하고 갈등하는 묘사가 담겨 있어 누아르적 느낌마저 준다. 범인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적 요소를 기반으로 영화는 여러 하위 장르의 미덕을 하나씩 담보해 가는 식으로 구성됐다.

매력적인 상차림이다. 영화의 색감과 음악 역시 약간 다운된 느낌으로 이야기에 묵직함을 더한다. 특히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나 한수의 아내이자 국과수 부검의 정연(안시하) 등이 꽤 비중 있는 분량으로 나오는데 사건 전개를 예측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 캐릭터들이 일조한다. 

분명 앞서 언급한 요소만 생각하면 <비스트>는 미덕이 있는 상업영화로 자리잡기에 충분하다. 프랑스 유명 제작사 고몽의 원작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 또한 흥행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영화는 예상 외의 지점에서 삐걱거린다. 정작 두 형사가 갈등하고 변하는 요인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살인범의 실체에 서서히 다가가면서 두 형사의 갈등 또한 고조되는데 정작 승진과 서로에 대한 불신이라는 그 요인을 납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영화적 긴장감이 반감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건 해결과 캐릭터 간 개연성을 위해 곳곳에 뿌려놓은 설정들이 후반부에서 제대로 수습되지 못한다. 형사들의 정보원 노릇을 하는 오마담(김호정)이나, 마약반에서 강력반으로 전출온 형사 미영(이상희) 등의 캐릭터가 곳곳에서 긴장감이나 갈등에 촉매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지만 변죽만 울린 채 후반부에선 그 힘이 약해지는 모양새다.      

"누구나 자기 안에 짐승을 키우고 있다"는 영화 대사로 비춰 보면 <비스트>는 결국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끔찍한 본성을 건드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사회 공권력의 최전선인 경찰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는 장르적 스타일만 남고, 이야기적 기둥은 얇아진 모양새가 됐다. 

조금 더 이야기와 개연성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좋은 배우와 원작, 소재의 활용이 아쉽다.

한 줄 평 : 누아르와 스릴러 사이에 놓지 못한 다리
평점 : ★★★(3/5)

 
영화 <비스트> 관련 정보

감독: 이정호
출연: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 최다니엘, 김호정, 김병춘, 안시하, 이상희 등
제공 및 배급: NEW
제작: 스튜디오앤뉴
러닝타임: 125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개봉: 2019년 6월 26일
 




 
비스트 형사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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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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