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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습니다' 무릎 꿇는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가운데 15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실에서 비상의총을 마친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현수막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는 자유한국당 2018년 6월 15일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국회 예결위회의실에서 비상의총을 마친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현수막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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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발언과 행태는 국민들의 마음이 한국당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했다. 당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전가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경제·민생 실정에 합리적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 결국 혁신을 위한 처절한 반성도, 뼈를 깎는 변화의 노력도 없었다."

오해하지 마시라. 자유한국당을 향한 다른 당의 최근 논평이 아니다. 한국당이 고작 1년 전 내놓은 성명이다. 당장 오늘 발표해도 손색이 없을 이 '반성문'은 1년하고 이틀 전인 2018년 6월 15일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 홀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내놓은 대국민 사과문이다. 당시 한국당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내건 현수막 앞에서 큰절도 했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틀 뒤 비상의원총회 직후 나온 사죄와 반성의 퍼포먼스였다.

그날 정진석 의원은 "(우리 당이) 세월호처럼 완전히 침몰했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막말'로 한국당의 현재를 비유한 것이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시절이었다. 6선 김무성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반향은 적었다. 이날 열린 의총엔 당시 한국당 전체 의원 112명 중 절반도 안 되는 60여 명만이 참석했다.

한국당의 대국민사과 사흘 후, <조선일보>는 <무릎 한번 꿇고 끝? 조용한 한국당>이란 기사를 통해 "제대로 된 패인(敗因) 분석과 반성도 없이 '사죄 쇼'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이대로 가다간 2020년 총선 참패도 불 보듯 뻔한 일", "총선에서도 참패해야 정신을 차리지 않겠느냐"는 한 한국당 관계자의 일침으로 끝을 맺었다.

지난 6월 16일 한국당이 1년 전 대국민 사과문에 이어 이번엔 대국민 호소문을 내놨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경제청문회부터 먼저 보여드리고 추경심사에 돌입하자"며 '선 경제청문회·후 추경심사'를 국회 등원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국민사과 이후 1년, "2020년 총선 참패"란 안팎의 평가가, 그러한 현실 인식이 만들어낸 절박함의 산물이었을까. 한보청문회(1997), IMF 환란 청문회(1999), 가계부채 청문회(2013) 등 특정한 경제 사안을 놓고 청문회가 열린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뭉뚱그려 '경제 청문회'를 열자고 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청문회 요구도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오늘(17일)까지도 '선 경제청문회·후 추경심사' 원칙을 굽히지 않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을 더 들어 보자.

"경제위기를 부추기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의 도박"
 
"추경에 앞서 경제청문회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번 추경안은 논란의 정점에 서있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의 근본 철학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습니다. 그러면 그게 맞는지 터놓고 이야기해보자는 것입니다. 추경안으로 경제 살릴 수 있다면서, 왜 못하는 것입니까.

지금 국민들은 과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그 의구심에 정부는 답해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형식과 네이밍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재해 추경만큼은 초스피드로 처리할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추경안은 심사에 앞서 정부 정책에 대한 총체적 점검부터 해야 합니다."

17일 나 원내대표가 본인 페이스북의 올린 장문의 글 말미다. "재해 추경은 처리할 의향이 있다"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단서는 달았지만, 추경안 처리를 무기로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을 청문회라는 '총선용 무대' 위에 올리겠다는 의도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추경집행을 막아서 경제위기를 부추기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의 도박, 이제 국회가 끝내야 합니다. 더 이상 저들의 정쟁놀음에 국민이 희생양이 될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양당이 결단하면 됩니다. 오늘 당장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라도 국회를 개원하기 위한 소집요구서를 국회의장께 제출하고 이제 일할 사람들끼리라도 일을 합시다."

17일 정의당 상무위원회에 참석한 이정미 대표가 한 말이다. 같은 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할 만큼 했고 참을 만큼 참았다"며 한국당을 제외한 단독국회 소집을 시사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이날 각각 의원총회 등을 열고 '한국당 패싱'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 여야4당 모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성과 함께 두 달 반 동안 국회를 공전하게 만든 책임이 한국당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당이 추경의 볼모로 내세운 경제청문회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

17일 리얼미터가 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로 한국당의 '경제 실정 청문회' 요구에 대한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정치 공세의 일환이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이 전체 55.4%였고,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30.9%, '모름/무응답'이 13.7%였다(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 응답, 5.1% 응답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한국당 지지층도 21.9%는 반대했다. 찬성은 68.2%였다. 바른미래당 지지층은 반대가 28.5%, 찬성이 60.5%였다. 전체 보수층으로 넓히면, 반대는 35.8%, 찬성이 55.3%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85.9%)과 정의당(74.1%) 지지층, 진보층(80.7%), 광주·전라(72.7%), 40대(82.0%)는 반대가 70% 이상이었다. 진보층의 반대(80.7%)와 보수층의 찬성(55.3%) 차이가 무려 25% 넘게 벌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YTN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진보층의 경제청문회 반대 여론이 보수층의 찬성 여론보다 견고했다"라며 "경제 문제에서 한국당 입장에 가까울 수 있는 보수층에서도 경제청문회를 정치공세로 보는 여론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중도층(반대 52.5% vs 찬성 35.2%)과 대구·경북(64.1% vs 28.5%), 20대(54.9% vs 27.6%)와 30대(51.2% vs 30.3%), 50대(52.3% vs 39.5%)에서도 절반 이상이 반대했다. 부산·울산·경남(반대 38.6% vs 찬성 30.9%)은 반대가, 무당층(22.3% vs 29.4%)은 찬성이 다소 높았다. 특이한 것은 60대 이상에서 찬반(40.7% vs 38.2%)이 팽팽하게 맞섰다는 점이다.

요컨대 반대 여론의 우세 속에 보수층에서 나온 반대 35.8%나 60대 이상에서 찬반이 팽팽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보수층에서도 10명 중 3~4명 가까이 반대했고, 경제청문회하면 떠올릴 수밖에 없는 IMF 사태를 더욱 또렷이 기억하는 60대 이상에서 찬반이 뚜렷이 대립됐다는 사실을 한국당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최근 일련의 국회 관련 여론조사 역시 여론이 한국당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발표한 6월 임시국회 소집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 대상, 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도 마찬가지였다.

'추가경정예산안 등 재난·민생 현안처리가 더는 미뤄져서는 안 돼 찬성한다'는 응답이 53.4%, '패스트트랙 사과와 합의 처리를 약속하지 않는 한 일부 정당들만의 소집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38.5%, 모름·무응답자의 비율은 8.1%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찬반여론을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p),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국회의원을 퇴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무려 77.5%였다.

장기 파행중인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였다. 이에 아랑곳없이, 한국당은 정부·여당에 책임을 전가하며 경제청문회까지 조건으로 내걸며 장기파행을 예고했다. 황교안 대표는 17일 재차 영수회담을 요구했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이 아닐까. 

레드콤플렉스 안 되니 경제 공포마케팅

"저는 비교할... 그러니까 뭐하면 '우리나라 이러다가 베네수엘라 된다' 이런 소리랑 똑같은 거죠. 전혀 상관도 없는 거를 아무런, 왜 그리스랑 우리를 비교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이 그리스는 뭐 망가진 나라니깐 그걸 공포 마케팅에 말하자면 예로 써먹는 것에 불과한 거예요(중략). 문재인 정부 비난하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에 이 논리가 복지확대와 증세로 가기를 미리 막기 위한 그 두 가지가 있어요."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을 구사하는 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야당과 이러한 '워딩'을 받아쓰고 확대재생산하는 보수경제지들. 16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한 주진형 전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걸핏하면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베네수엘라, 그리스의 예를 비교하는 보수진영의 '나쁜 버릇'을 "비교할 가치도 없는" 공포 마케팅이라 일축했다.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복지 확대와 증세를 막기 위해서다. 보수언론까지 확대하면 이러한 의도가 명확해 보이지만 한국당에는 또 하나를 추가해야 할 듯 싶다. "이대로 가다간 2020년 총선 참패도 불 보듯 뻔한 일"이라던 <조선일보>의 경고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북풍'은 약발이 죽은 지 오래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통해 오랫동안 한국을 지배해 온 전통적인 '레드 콤플렉스'는 이제 선거에서 별다른 무기가 되지 못한다. 김원봉 논란에서 보듯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집요한 색깔론이 건재하지만 대통령은 이를 정면 돌파하는 모양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 정책에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경제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 정책에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경제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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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이 바로 '경제'다. IMF 이후 한국경제는 언제나, 항상, 늘 '불황'이었고, 또 그래야만 했다. 과거 민주정부 10년, 늘려가던 증세와 복지를 막기 위해 '환생경제' 운운했던 새누리당의 후예들이 이제는 보수경제지들을 등에 업고 '좌파독재', '민생파탄', '경제파탄'을 부르짖는다.

IMF를 필두로 우리의 현 경제 상황이 '파탄'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 팩트체크가 적지 않음에도 막무가내다. 레드콤플렉스를 잇는, 아니 그보다 더 오래가고 더 강력한 또 하나의 공포 마케팅이다. 한국당이 국회를 내팽개친 채 물고 늘어지는 '필승전략'이 오직 그거 하나라서 그렇다. 

"자유한국당이 국회정상화를 하지 않고 장외투쟁 하다가 다시 또 시간을 끄는 이유. 명분은 이것 저것 대지만 그 속내는 단순하다고 판단한다. 경제를 아주 망가뜨리고 싶어서인 것 같다. 추경을 늦추고 싶어서인 게 아닌가. 수출도 지지부진하니 내수만 망가뜨리면 상반기 어지간한 경제지표들은 다 물 건너가고. 그럼 그걸로 다시 이게 다 정부가 무능한 탓이라고 공격하고.

그렇게 6월말 미·중
무역담판까지 질질 시간을 끌다가 미·중 무역협상이 트럼프의 대선 일정에 따라 적당히 타결되고 하반기에 혹시 반도체가 좀 살아나더라도. 그때는 기저효과라고 무시해버리고. 언론도 그런 기조로 적극 협조하고 있으니. 내년 상반기 4월 총선까지는 경제가 죽는데 정부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최저임금만 올렸다는 기존의 프레임으로 여론을 이끌어가기가 매우 용이해진다."

<최경영의 경제쇼>를 진행하는 KBS 최경영 기자가 지난달 30일 한 진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급기야 한국당은 뜬금없는 경제청문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황 대표는 제2의 IMF란 표현까지 쓴 바 있다.

1년 전 사과, '진짜' 민생은 내팽개친 채, 내년 총선까지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IMF 사태 직후 국민들이 느꼈던 '공포'까지 소환하겠다는 한국당의 정치공세가 기가 막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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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