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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의 모내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모내기의 공신으로, 우리가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지만 댐과 저수지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댐과 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대부분 천수답으로 하늘에 기대 농사를 지었다. 지금은 그런 불편이 사라졌다.

이 댐은 농사용으로 쓰이지만, 평소엔 관광자원이다. 호반 드라이브 코스이고, 수상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댐마다 수변 데크가 만들어져 호반 트레킹도 가능하다. 광주댐에는 호수생태원이 만들어져 있다. 담양댐에는 용마루길이 있다. 장성댐에는 수변길이 개설돼 있다. 
 
 장성호 수변길에서 만난 다람쥐. 인기척에 놀란 표정이다.
 장성호 수변길에서 만난 다람쥐. 인기척에 놀란 표정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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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호 수변길의 출렁다리. 줄과 줄을 잇는 현수형 다리다.
 장성호 수변길의 출렁다리. 줄과 줄을 잇는 현수형 다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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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하나, 전라남도 장성군에 속한 장성댐의 수변길로 간다. 장성댐 수변길은 숲그늘로 이어진다. 걸음마다 길섶의 들꽃이 반겨준다. 나뭇가지에 앉은 예쁜 새들이 말을 걸어오고, 다람쥐들이 심심찮게 나타나 재롱을 피운다. 고개를 돌리면, 파란 호수가 잔잔한 미소를 건넨다. 물살을 가르는 조정 선수와 보트도 볼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속까지 후련해지는 장성댐 수변길이다. 호반의 시원한 바람이 한낮의 더위를 말끔히 씻어준다. 수변길은 댐이 만들어지기 전, 마을 주민들이 오갔던 길이다. 한동안 사람들의 발자취가 사라졌던 길을 장성군에서 잇고 다듬었다. 길이 끊긴 곳은 나무 데크로 연결했다. 요즘 대세인 출렁다리도 놓여 있다.

1년 전에 개통된 출렁다리는 길이 154m에 이른다. 줄과 줄을 잇는 현수형 다리다. 지금 공사 중인 제2출렁다리도 올해 안에 준공 예정이다. 살짝살짝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호수 풍광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조금은 아찔한 즐거움까지 주는 출렁다리다. 
    
 장성호 수변길의 나무 데크. 하늘거리며 호반을 거닐기에 제격이다.
 장성호 수변길의 나무 데크. 하늘거리며 호반을 거닐기에 제격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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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댐 수변길은 장성댐 제방의 영산강유역 농업개발기념탑에서 시작된다. 장성읍내와 들녘, 순천-대전 간 호남고속국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장성읍에서 1번 국도를 타고 고창 방면, 장성댐 수변공원에 있다.

수변길은 오른편으로 호수를 보고, 감투봉이 보듬고 있는 숲을 왼편으로 끼고 걷는다. 수변길의 길이는 편도 7.5㎞, 왕복 15㎞에 이른다. 장성읍 용강리에서 북이면 수성리까지 이어진다. 싸목싸목 걸으면 왕복 3∼4시간 걸린다.

길은 데크와 흙길로 이뤄져 있다. 대체로 평탄하다. 호숫가에 쉼터도 만들어져 있다. 숲길에서 뛰노는 다람쥐도 만나고, 풀을 뜯고 있는 흑염소와도 눈을 맞출 수 있다. 장성댐이 만들어지면서 사라진 옛 마을도 떠올려볼 수 있다.
 
 장성호 수변길에서 만난 흑염소. 풀을 뜯다가 인기척에 놀란 표정이다.
 장성호 수변길에서 만난 흑염소. 풀을 뜯다가 인기척에 놀란 표정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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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호 수변길의 출렁다리. 살짝살짝 흔들리는 다리가 아찔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장성호 수변길의 출렁다리. 살짝살짝 흔들리는 다리가 아찔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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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댐은 1970년대 중반에 만들어졌다. 73년에 시작돼 76년에 준공됐다. 영산강 유역의 홍수 피해를 막고, 농업용 물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 목적을 뒀다. 백암산과 입암산 계곡을 따라 흘러온 물을 담은 농업용 댐이다.

댐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살아온 터전을 떠나는 수몰민이 생겨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장성댐을 만들면서 당시 북상면의 절반이 물에 잠겼다. 나머지 마을은 인근의 북하면과 북이면, 장성읍으로 편입됐다. 장성군 북상면이 통째 우리의 기억에서, 지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 흔적을 북상면 수몰문화관에서 찾을 수 있다. 수몰문화관은 북하면, 장성호 관광지에 있다. 지금은 사라진 북상면의 현황에서부터 옛 사진, 당시 주민들이 쓰던 생활용품까지 여기서 엿볼 수 있다. 
    
 장성호를 가르는 보트. 잔잔한 호수를 가르며 시원함을 선사한다.
 장성호를 가르는 보트. 잔잔한 호수를 가르며 시원함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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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민들의 아픔을 그린 소설도 있었다. 문순태 작가가 70년대 말에 '창작과비평사'를 통해 낸 장편소설 〈징소리〉다. 장성댐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쫓겨난 실향민들의 고향 잃은 아픔이 잘 그려져 있다.

소설 〈징소리〉는 무너져가는 전통적 가치와 산업화에 가려진 어두운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이 허칠복이다. 댐이 건설되면서 집을 잃고 고향을 떠난 지 3년 만에, 미쳐서 돌아온 그다.

그는 징을 두들기면서 댐을 막은 뒤부터 밀려드는 낚시꾼들을 쫓아낸다. 뒷동산 바위에 앉아서 목이 터져라 마을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댄다. 겅중겅중 도깨비춤을 추기도 한다. 돌아갈 고향과 거기에 서린 추억, 그리고 사랑과 희망까지 모두 잃어버린 수몰민의 아픔과 몸부림을 허칠복을 통해 그렸다.

당시 장성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은 율행, 임실, 용암, 도곡, 장평 등이다. 모두 장성군 북상면에 속했다. 왜 허칠복의 정신이 온전할 수 없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장성 황룡강변을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수레국화. 강변 풍경을 화사하게 연출하고 있다.
 장성 황룡강변을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수레국화. 강변 풍경을 화사하게 연출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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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길을 품은 장성댐 인근에 가볼 만한 곳도 많다. 입암산 기슭에 남창계곡이 있다. 계곡마다 크고 작은 폭포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져서 아름답다. 수목도 울창해 여름 더위를 식히는 계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장성호 관광지에 문화예술공원도 있다. 장성 출신 임권택 감독의 영화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시네마테크가 들어서 있다. 옛사람들의 시와 글·그림·어록을 테마로 한 조각작품 100여 점이 들어선 조각공원도 만들어져 있다.

고풍스런 문화재와 숲이 어우러진 절집 고불총림 백양사도 지척이다. 백암산 백학봉과 어우러지는 쌍계루 풍경이 압권이다. 진분홍 꽃양귀비와 보랏빛 수레국화 흐드러진 황룡강변도 멋스럽다. 
 
 백암산 백학봉과 어우러진 쌍계루 풍경. 고찰 백양사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백암산 백학봉과 어우러진 쌍계루 풍경. 고찰 백양사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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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