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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라는 이름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나 역시 어렴풋이 '유명한 연예인'이라는 인식은 있었지만,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가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던 것 같다. 2018년 7월 당시 봉태규는 아들 시하와 축구선수 이동국의 아들 시안이 같이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시하는 핑크색을 좋아하고 공주가 되고 싶어 하기도 한다'고 적었다.

<슈돌>에서 시하가 핑크색을 좋아하고 공주가 되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을 두고 여자아이로 '오해받는' 경우가 생기자 봉태규가 직접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존중할 뿐이라고. 이렇게 매력적인 답변이 또 있을까? 그러나 그것 역시 봉태규에겐 끊임없는 고민의 산물이었을지도 모른다.

노력하고 고민하는 사람, 봉태규
 
 봉태규 에세이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책 표지.
 봉태규 에세이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책 표지.
ⓒ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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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출간된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는 말 그대로 그의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는 에세이다. 책 앞쪽의 저자소개가 매우 심플하다. "연기도 하고, 글도 쓰고, 밥도 먹고, 노래도 하고, 팟캐스트도 하고, 결혼도 했고, 아이가 둘입니다".

아내가 임신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고 그는 말한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겠지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색하고, 생소한 경험일 테니까. 그의 화두는 '좋은 아버지 되기' 였다. 
 
책도 엄청나게 찾아서 읽었다. 유럽식 육아나 자녀교육법을 다룬 책은 다 훑어보았는데 프랑스 육아법은 요긴하게 써먹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지 않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유럽에서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확실히 오랜 기간 교육하고 쌓아온 만큼 남다른 부분이 많았고 아직까지도 감명 깊게 남아 있다. 아이를 나와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신뢰하며 아껴준다는 자세는 내가 아버지가 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신뢰하는 일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미 사회인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아이를 나와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는 일은, 그래서 더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까. 봉태규는 그런 점을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드러내지 않는 것, 감추는 것이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자세라고 크게 착각하며 살게 됐다. 본디 사람이란 당연히 실수투성이 아닌가? (중략) 모자라도 괜찮다. 누군가 빈 곳을 채워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은 부족하고 모자란다고 맘껏 부딪치며 울부짖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녀석이 더 부럽다. 아니 솔직해지자. 어금니를 꼭 깨물 정도로 질투가 난다. 

핑크색을 좋아하고 공주가 되고 싶어 하는 시하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렇게 얘기합니다. 시하가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겠다고. 누군가는 나에게 또 이렇게 얘기합니다. 남자아이 머리가 이게 뭐냐고. 남자아이 머리는 짧게 잘라야 남자답고 예쁘다는 거죠.

(중략) 머리가 길든 옷이 핑크색이든 뭐든 시하가 좋아하면 나는 만족합니다. 성별은 부모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따라 타고나는 겁니다. 그렇지만 편견은 누군가가 억지로 부여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아주 폭력적이구요.

봉태규의 '소신발언'을 접한 한 친구가 "혹시 봉태규 페미니스트 아니야?"라고 농담처럼 말했던 적이 있다. 사실 나는 봉태규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으로 그 생각을 실천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나누는 시선에 저항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며, 그 시선에 시하가 갇히지 않길 바란다는 것이다. 

봉태규의 고민이 상식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 
 
 봉태규는 책을 통해 진지하지만 위트있게,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봉태규는 책을 통해 진지하지만 위트있게,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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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 '정상가족'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 싶다. 그저 자신이 아버지가 되고 느낀 점들, 자신의 가족 얘기를 담담하게 풀어낼 뿐인데, 그는 이것이 가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문제임을 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결혼하고 법적인 절차를 밟고 국가의 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한 가정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다른 구성원의 상태를 헤아려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그가 참여했던 팟캐스트 <우리는 꽤나 진지합니다>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는 여기서 1980년대에 출간된 <가정대백과사전>을 읽는다. 말 그대로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담은 책인데, 예전에는 어떤 가족의 모습이 바람직했는지가 잘 드러난다. 1980년대의 시대상을 담고 있다 보니 21세기의 시선으로 보면 시대착오적인 부분들이 많다. 

어떤 것은 비효율적이고, 다른 부분은 성차별적이기까지 하다. 적어도 내가 이 방송을 통해 접한 바로는, 그는 가족문제를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는 그 고민의 흔적들이 모여 있다. 진지하지만, 그렇다고 위트를 포기하지 않고.
 
'왜 우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건데 엄마가 요리를 하는 거지?' 봉씨 조상님들께 정성을 보일 거라면 나나 아버지가 하는 게 나은 거 아닐까? 준비는 조씨 성을 가진 엄마가 다 하고 절은 나와 아버지만 한다... 뭔가 이상하다. 내가 조상이라면 절하는 우리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찰 것 같다. 좋고 편한 건 자기네들이 다 하고 있다고. 가장 고생한 사람을 제사상에서 가장 먼 곳에 세워두니 봉씨 후손들에게 복을 주고 싶어도 얄미워서 줄 수 없는 거지.

(중략) 각자의 조상은 각자 챙기는 건 어떨까? 명절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이라면 여자도 남자도 본인들 집에서 보내면 어떨까? 무엇보다도 조상님들의 언제 줄지 모를 복을 잊고 살면 어떨까? 뭔가 억울하잖아. 나는 충분히 치열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미 죽은 사람이 때 되면 음식 차렸다고 갑자기 끼어들어서 선의를 베푸는 것이. 생각해보니 제사라는 게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것 같다. '너 불안하지? 그러니까 이거라도 해!' 같은... 쳇!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봉태규 (지은이), 더퀘스트(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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