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월 1일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 출범 총회'에 참석한 배달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배달보험료 현실화' '산재 유급휴일 실업급여 보장' 등이 적힌 조끼를 입고 광화문네거리에서 고용노동청을 향해 오토바이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배달노동자들 라이더유니온 출범 5월 1일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 출범 총회"에 참석한 배달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배달보험료 현실화" "산재 유급휴일 실업급여 보장" 등이 적힌 조끼를 입고 광화문네거리에서 고용노동청을 향해 오토바이 행진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요즘 곳곳에서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 이게 정말 '혁명'이냐 아니냐로 논쟁이 꽤 많았다. 만약 혁명이라 부르더라도, 그 단어가 내포하는 '변화'의 의미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해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변화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중요한 분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노동시간센터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2019, 빨간소금)의 저자이기도 한 라이더 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과 함께 "플랫폼 자본주의와 노동"을 주제로 5월 월례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날 오갔던 이야기들 중 플랫폼 산업의 자본이 어떻게 이윤을 얻는지,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는 어떤 위험이 가해질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박정훈 위원장은 플랫폼 자본주의로 명명되는 산업을 '근로기준법상의 보호와 규제를 벗어나고픈 자본과 노동자에게 기회를 제공해주는 산업'이라 정의하며 얘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플랫폼 자본주의의 근간에는 금융자본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 갑자기 유통자본이 아닌 금융자본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플랫폼 산업의 구조와 교차보조 수단

배달 앱의 경우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음식을 배달시켜 먹으려는 소비자와 음식을 팔려는 공급자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시장 곳곳에 흩어져있으며 서로 거래하기 위해선 상당한 수고를 들여야 한다. 즉 높은 거래비용이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 배달 음식을 먹기 위해 집에 수북이 쌓아둔 전단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배달앱이라는 플랫폼은 전단지의 모음과 같다. 이제는 배달앱에 배달음식업체와 배달 주문자가 모여서 거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거래비용을 낮춰주는 효율적인 연결 통로다.

그런데 플랫폼이 구축 및 운영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거래의 흐름, 즉 데이터의 활용이 필수다. 관건은 "어떻게 데이터의 흐름을 해당 플랫폼으로 집중시킬 것이냐"다. 이를 위해 플랫폼 사업체는 교차보조금을 활용한다. 플랫폼 사업체는 플랫폼 자체를 홍보하기도 하지만, 소비자가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할인 쿠폰, 적립금, 부가 혜택 등의 유인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점차 데이터가 집적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인 제공은 플랫폼 사업체에 비용을 발생시킨다. 공급자도 더 많은 매출을 위해 플랫폼에 들어가고자 한다. 이때 플랫폼 사업체는 유인 제공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공급자로부터 플랫폼 제공의 대가로 중개 수수료를 받고자 하며, 업체 홍보를 해주는 대신 광고비를 받기도 한다. 이렇듯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받는 것을 가리켜, '교차보조(cross-subsidization)'라고 부른다. 교차보조의 활용 및 조정이야말로 플랫폼 운영의 주요한 전략이자 특징이다.

네트워크 효과와 독점 플랫폼의 등장

교차보조 수단을 통해 해당 플랫폼의 데이터 축적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해당 플랫폼으로 갈수록 집중되는 자기강화적 성격이 나타난다. 많은 사람이 해당 플랫폼을 쓰면 쓸수록 이용자들이 플랫폼으로부터 얻는 효용이 '직간접적'으로 증대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특정 플랫폼에 상품 거래와 데이터의 흐름이 점차 집중되고, 그 과정에서 특정 플랫폼이 해당 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마주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독점 플랫폼이 등장하기까지 막대한 초기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운영 초기에 교차보조 전략을 사용할 때, 플랫폼 사업체는 적은 수수료 수취와 많은 보조금 지급 간 격차로 인해 적자를 기록하기 쉽다. 산업 자체의 독특한 적자 구조를 버틸 수 있어야 플랫폼 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박정훈 위원장은 이 지점에서 금융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산업체들은 운영 초기에는 금융 시장으로부터 차입 또는 투자를 받아 초기 비용을 충당한다. 이후 사업이 일정한 궤도에 오르면, 그동안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주식 시장에 기업을 상장시킨다. 기업 공개와 주가 상승을 통해 금융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때 주식의 가치는 플랫폼의 데이터 축적량으로 결정되고, 현실의 거래 흐름과 각종 데이터는 곧 금융 수익으로 환산된다.
 
tvn 시사교양 프로그램 '리틀빅히어로'에 나온 배달산업의 구조
 tvn 시사교양 프로그램 "리틀빅히어로"에 나온 배달산업의 구조
ⓒ tvn

관련사진보기

 
플랫폼에 의한 유통·물류 산업의 노동 과정 변화

다른 한편, 플랫폼 산업체들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는 전략 또한 사용한다. 산업의 생산·유통 시스템을 개선하여 적자 구조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여러 플랫폼 산업 중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바로 배송·배달을 하는 유통·물류업이다. 그동안 운반하는 대상과는 상관없이 도착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면 '배달', 짧으면 '배송'으로 분류되었다. 

택배·생필품 배송·음식 배달 외에 새벽배송이라는 분야가 등장했다.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업체로 출발한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시장을 주도했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운영 프로세스의 핵심은 완벽한 수요 예측이다.

이를 통해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즉 농장에서 고객까지 상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재고율(폐기율)을 약 1~2%로 최소화했다. '데이터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 자동발주 프로그램'이 재고, 판매량, 소비패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생산 전에 고객 주문을 예측하여 생산을 발주하고 재고가 없는 상태에서 고객 주문을 미리 받는다. 이렇듯 주문·배송의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처리할 AI 및 IT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새벽배송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IT, 자동화, AI 등 각종 신기술을 통해 운송 시스템 전반을 '혁신'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플랫폼 자본주의 하의 배송·배달은 언제나 아날로그적 범주를 전제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배달의 민족'이 선도하는 배달중개앱은, 전통적인 형태의 배달대행업을 통해서만 플랫폼이 작동가능하다. 배달 주문하는 소비자와 음식을 파는 공급자 사이에,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가 존재한다. 라이더는 배달업 플랫폼의 주요 행위자 중 하나다. 과거 라이더들은 배달음식업체에 직접 고용이 되거나, 여러 음식업체의 배달을 대신해주는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제는 직접 배달중개업체와 개인 사업자로 계약하거나, '부릉'처럼 배달중개업체와 계약한 배달대행업체의 소속으로 일한다.

다양한 형태로 배달 노동을 수행하지만, 문제는 배달대행업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배달음식점 사장들과 인맥을 가진 토착적인 사업주가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며, 그 사업주는 그 지역의 지리를 잘 알고 친분이 있는 라이더들을 고용하게 된다. 최첨단 기술의 중개앱과 전통적인 방식의 배달대행이 만나 20조 원에 육박하는 음식 배달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운영 구조로 인해, 배달의 민족과 같은 플랫폼 중개업체와 부릉 등의 배달대행업체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예컨대, 중개·가맹 수수료 등 교차보조금을 두고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줄다리기를 벗어나기 위해, 배달의 민족처럼 독자적으로 배민라이더스라는 배달대행업체를 세우는 등 각종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유통·물류 산업 노동자의 건강상 위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운송업에서는 디지털화 되지 않는 아날로그의 범주가 여전히 존재한다. 바로 배송·배달을 하는 사람과 그 신체다. 상품 배송·배달 또는 물류 보관·분류 등의 업무가 일정부분 자동화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의 노동을 필요로 한다.

물론 자본은 완전한 자동화를 바란다. 한 예로, 배달의 민족은 건국대와 함께 자율주행 배달로봇 개발 및 상용화 연구를 시작했다. 배달 산업의 전통적 성격을 완전히 지워버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자동화로 인한 노동력 감축을 우려한다. 정말 100% 자동화가 되느냐 아니냐에 관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업무가 자동화되는 것과 별개로, 자동화된 업무를 보조 및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업무가 나타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의 노동은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는 말이다. 다만, 노동의 내용과 그 방식이 달라질 수는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플랫폼 자본주의, 예컨대 물류·운송업에서 배달·배송 노동이 어떻게 달라지며, 이게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최근 새벽배송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대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새벽배송 업무가 야간노동에 해당하기 때문에 직업병, 특히 뇌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중개업체와 배달대행업체 사이에서 사장 아닌 사장으로 일하는 라이더처럼, 배송기사들도 전자상거래 업체와 지입회사 사이에서 독립된 듯 보이는 자영업자로 일한다. 이들은 낮에는 배송업체에 고용되어 일하고 밤에는 개인사업자로 일한다. 쪽잠을 자며 하루에 두 탕을 뛰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길게는 17시간을 넘게 일하기도 한다. 업무량 대비 소득을 얻는 만큼 바쁘게 일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 누적된 피로로 인해, 야간노동에 따른 직업병뿐만 아니라 교통사고의 위험도 무척 크다. 이는 배달음식 라이더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플랫폼 유통·물류업의 딜레마, 배달·배송 기사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

박정훈 위원장은 이런 산업재해의 위험은 플랫폼 산업에 딜레마를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배송 기사는 현행법상 자신이 배송 차량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배송 업무를 하려면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번호판은 개인 사업자에겐 발급되지 않고, 지입회사에 발급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들은 지입회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더라도, 번호판을 빌려 일해야 한다. 비록 음식배달 라이더와 구체적인 계약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배달·배송 업무 담당하는 제3자와 연계된다는 점은 유사하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과 배달대행업체는 위탁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라이더는 배달대행업체와 배달 알선 계약을 맺는다. 이들 3자 간의 계약을 매개로 배달중개 플랫폼이 운영된다. 그런데 이 연결고리는 잘 운영될 때에는 협력 관계이지만,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갈등 관계로 돌아선다. 행위자 간 법적 책임 소재와 관련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라이더의 근로자성 인정이라는 문제, 예컨대 배달중개 플랫폼 업체와 배달대행업체 중 누구에게 라이더가 소속되는지, 산재보험금 납부의 의무는 누가 지는지 등등이 논쟁거리로 떠오를 수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사용자의 지위를 누리며 업무 전반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배달대행업체는 라이더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여기며 라이더에게 비용과 위험을 전가하려 한다. 이 딜레마의 한 가운데 라이더라는 사장 아닌 사장, 노동자 아닌 노동자가 자리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의 두 축, 이윤의 독점화와 위험의 위주화

자동화·IT·AI 등의 기술 발달에 따라 물류·운송 산업도 디지털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이 도로 위를 달리고 창고에서 짐을 나르고 있다. 모든 데이터는 이진법으로 분할되어 전자신호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는 그렇지 않다. 대차대조표의 숫자나 주식가치로 수량화 될 수도 없다. 데이터가 곧 가치로 규정되는 플랫폼 자본주의에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를 끊임없이 분할하고 조립하려고 한다. 일하는 이들 중 이런 위험에 처한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배달·배송 기사다.

우리 사회는 이런 지위에 놓인 일하는 사람을 가리켜,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부르며 법제도의 보호 아래 두려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을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성이 정말 인정될 수 없는 것인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이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 물음을 던져야한다.

덧붙이는 글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은 한국사회 노동시간과 노동자의 삶을 다양하게 살펴보는 열린 토론 자리입니다. 노동시간센터 6월 월례토론은 6월 20일 오후 7시 '미스터리쇼퍼와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신희주 교수의 발제로 진행됩니다.


태그:#플랫폼자본주의, #배달노동,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배달중개앱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