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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아이 먼저 먹인 후, 아이가 잠을 자거나 어린이집에 가 있을 때, 남편이나 다른 가족이 아이를 봐주고 있을 때?혼자서 대충 식사를 하는 게 습관이 돼 이제는 혼자 있을 때도 그렇게 밥을 먹습니다.
 늘 아이 먼저 먹인 후, 아이가 잠을 자거나 어린이집에 가 있을 때, 남편이나 다른 가족이 아이를 봐주고 있을 때, 혼자서 대충 식사를 하는 게 습관이 돼 이제는 혼자 있을 때도 그렇게 밥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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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주방에 혼자 서서 5분 내로 식사를 마칩니다. 아이가 손을 뻗어 만지거나 내려뜨릴까 싶어 식탁 위에 두지 못합니다. 아이의 시선과 손길을 피해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두거나, 가스레인지와 개수대 옆 20cm 좁은 싱크대 공간에 두고 먹기도 합니다. 반찬은 주로 김치와 다른 반찬 한 가지, 그리고 물에 만 밥 한 공기. 이게 한 끼 식사의 전부입니다.

늘 아이 먼저 먹인 후, 아이가 잠을 자거나 어린이집에 가 있을 때, 남편이나 다른 가족이 아이를 봐주고 있을 때 혼자서 대충 식사를 하는 게 습관이 돼 이제는 혼자 있을 때도 그렇게 밥을 먹습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아이가 종일 엄마를 쫓아다니기 때문에, 식사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더 커서 엄마와 같은 밥에 같은 반찬을 먹고, 밥상 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지 않을 때까지는 아마도 엄마인 저의 편하고 여유로운 식사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한 상에 앉혀두고 같이 먹이려 애를 쓰지만, 아이가 이 반찬 저 반찬 다 헤집어 놓고 사고를 치기 때문에, 아이를 붙잡고 어른의 식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 밥알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무슨 맛이었는지 느낄 수도 없고,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집에서 먹어도, 외식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아파서 밥을 거부하며 울고불고 엄마에게 업어달라고 보채거나, 엄마 품에 기대어 있으려고 할 때는 엄마도 강제로 공동 단식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못 먹고 엄마 품으로만 파고드니, 엄마가 아이를 떼어 놓고 식사를 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아프면 아이는 다른 가족이 옆에 있어도, 그 손길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아이 먼저 먹이다 보니, 아이가 훼방을 놔서 제때 식사를 못 하다 보니, 결국 엄마의 식사는 늘 불규칙적이며, 영양소적 측면에서도 양호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소화불량, 때로는 변비, 때로는 극심한 배고픔과 피로, 탈진 상태에 시달리지만, 아이를 돌볼 체력은 늘 남겨둬야 하니,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허기를 채울 정도의 식사를 허겁지겁 해치웁니다.

그러다 보니 입맛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출산 후 3~4개월은 몸도 힘들고,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할 다른 방도가 없어 폭식을 했는데, 그 뒤로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몸에 아이를 돌볼 기운만 충분히 있으면 식사를 아예 생략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병에 걸린 것은 아닙니다. 양육에 매달려 살다 보니, 제대로 앉아서 식사를 할 여유가 없었고, 그것은 아주 몸에 배어 버렸습니다.

엄마가 되어 엄마를 이해하다

어린 시절, 친정엄마는 항상 남편과 자녀, 혹은 다른 친척들이 식사를 다 마친 후 혼자서 식사를 하셨습니다. 같이 앉더라도 대부분은 다른 식구들이 거의 식사를 마쳐갈 무렵, 고기반찬이나 생선요리, 마른반찬 없이 그저 김치나 국물만으로 식사를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 먼저 챙겨주느라 엄마는 늘 바빴습니다. 다른 이들이 식사를 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반찬을 날라다 주느라, 요리하고 남은 설거짓거리들을 미리 씻어서 치워두느라 분주했습니다. 빨리 와서 같이 먹자고 몇 번을 불러도, 알겠다고만 답하고는 결국은 따로 식사를 하셨습니다.  

드시는 음식도 초라했습니다. 식구들에겐 고기반찬, 생선 반찬, 하다못해 계란말이라도 해주셨지만, 엄마는 건더기는 남김없이 건져내 식구들에게 주시고, 후라이팬에 남은 양념 찌꺼기에 밥을 비벼 드시거나, 다른 식구들이 안 먹는 반찬만 드셨습니다. 식구들에게는 새 국을 끓여주시면서, 엄마는 이전에 먹다 남은 국에 밥을 말아 드셨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면서도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제가 엄마의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저는 친정에 가면 엄마가 만들어 주신 온갖 정성 어린 음식으로 몇 날 며칠 영양 보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족과 자녀를 위한 희생, 주변 사람들을 위한 한없는 희생과 양보, 배려를 베풀어 오신 친정엄마의 그것에 비하면 발뒤꿈치에도 못 미치겠지만, 엄마가 왜 늘 혼자서 식은 밥과 남은 반찬에 대충 허기를 채우며 사셨는지 이제는 알게 됐습니다.

좋은 것은 어른께, 아이에게, 남편에게,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고, 다른 사람이 싫증 나서 안 먹는 음식, 싫다고 안 먹는 음식으로 식사를 채우며, 식사를 즐기기보다는 허기를 채우며 살아가셨던 엄마. 당신이 왜 그렇게 사셨는지를 아이의 엄마가 되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면서 헤아리게 됐습니다.
 
 왜 엄마가 야근하고 돌아와 밤늦게 고된 집안일까지 다 마무리 지은 뒤에야?몇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잠을 잤는지, 그러고도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고 도시락을 싸셨는지, 왜 그 일을 일 년 내내 하루도 쉼 없이 하셨는지를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왜 엄마가 야근하고 돌아와 밤늦게 고된 집안일까지 다 마무리 지은 뒤에야?몇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잠을 잤는지, 그러고도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고 도시락을 싸셨는지, 왜 그 일을 일 년 내내 하루도 쉼 없이 하셨는지를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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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가 야근하고 돌아와 밤늦게 고된 집안일까지 다 마무리 지은 뒤에야 몇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잠을 잤는지, 그러고도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고 도시락을 싸셨는지, 왜 그 일을 일 년 내내 하루도 쉼 없이 하셨는지를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삶이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견뎌낸 엄마의 고단한 삶을,  엄마가 되고 나서야 눈물겹게 이해하고, 감사하며, 아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엄마는 왜 그렇게 살았느냐고, 엄마는 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없었느냐고, 저는 이제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는 물을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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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