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플라스틱프리
 #플라스틱프리
ⓒ 윤어진

관련사진보기


솔직히 불편하다. 점심시간 때마다 텀블러를 챙겨 나가기로 했고, 아침마다 사무실로 배달시켜 먹던 녹즙도 이번 주까지만 먹기로 했다. 녹즙이 담겨오는 병도 플라스틱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녹즙병 정도야 괜찮지 않을까 싶어 그냥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일주일이면 5개의 플라스틱병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취소 버튼을 눌렀다.

방사한 지 11만에 죽은 바다거북, 플라스틱 때문에

처음 노 플라스틱 챌린지를 다짐하게 된 계기는 바다거북에 관한 뉴스 때문이었다. 입사한 지 3개월째인 나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팀원들을 따라 커피를 사 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 덕에 책상에는 미처 전날 치우지 못한 플라스틱 컵이 우후죽순 늘어갔다.

그걸 매일 보면서도 이제껏 그래 왔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수족관에 살던 붉은 바다거북을 방사한 지 11일 만에 위치추적기가 멈춰서 찾아보니 225조각의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사실 플라스틱이 환경에 안 좋은 건 늘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익숙한 대로 행동해왔다. 환경에 관련된 뉴스도, 환경에 관련된 광고가 SNS 피드에 뜰 때도 무심히 넘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실을 마주하고 불편해지는 순간이 무서워서 외면했던 거였다.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 바다거북이 11일 만에 죽었다는 뉴스를 제대로 봤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그렇게 한번 보고 나니 환경오염을 다룬 뉴스 방송이나 기사에 점차 눈이 가기 시작했고,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소비한 플라스틱을 볼 때마다 묘한 불편함이 계속 들기 시작했다.

'충분히 플라스틱을 안 쓸 수 있는데 왜 쓰고 있지?'라는 생각에 결국 그날로 책상 위 플라스틱 컵을 모두 치우고 텀블러를 두면서 노 플라스틱 챌린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텀블러에 받은 점심시간 커피
 텀블러에 받은 점심시간 커피
ⓒ 윤어진

관련사진보기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마음으로 텀블러를 마련하고 나니 더 많은 플라스틱이 보이기 시작했다. 빨대 없이는 못 먹는 스무디를 시켰던 날, 텀블러에 무심히 꽂힌 일회용 빨대를 보고 바로 스테인리스 빨대세트를 주문했다. 그 며칠 후에는 회사에서 주는 아침과 함께 나오는 플라스틱 숟가락을 받지 않기 위해 스테인리스 수저 세트를 챙겨 출근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는 썩는 데 100년이 걸리는 비닐 대신 90일 만에 완전히 땅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생분해성 비닐을 주문했다. 이렇게 아주 서서히 내 주변을 바꿔 나갔고, 한 달이 조금 지난 오늘은 그래도 한 달 전보다 플라스틱 소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텀블러 쓰고, 스테인리스 빨대 쓴 지 한달
 
회사에 가져다둔 빨대세트와 수저세트
 회사에 가져다둔 빨대세트와 수저세트
ⓒ 윤어진

관련사진보기

 
이미 편리한 플라스틱 소비에 익숙해진 탓에 분명 불편한 점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건, 불편함보다 뿌듯함이 크다는 것이다. "저는 여기에 주세요"라며 텀블러를 내밀 때, "빨대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할 때, 통 안 가득한 일회용 숟가락을 집지 않고 돌아설 때의 묘한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누군가는 "네가 그렇게 해도 지구 어딘가에서의 무분별한 플라스틱 소비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할 걸?" 하고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회사 사내 카페는 텀블러를 가져오면 300원을 할인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매번 텀블러를 가져오는 직원은 나 한 명이라고 한다.

300명 가까이 되는 직원 중 점심시간마다 텀블러를 쓰는 사람이 나 한 명뿐라니.... 그래도 다르게 생각하면 오늘 지구에서 소비될 플라스틱을 1000개라고 봤을 때, 나의 노력으로 999개가 될 수 있다. 1000개와 999개는 분명 다르다. 나아가 노 플라스틱 챌린지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998,997,996개………로 분명 점점 줄어갈 것이다.
    
일회용빨대 대신 스테인리스 빨대 사용
 일회용빨대 대신 스테인리스 빨대 사용
ⓒ 윤어진

관련사진보기

   
여러 가지를 바꿔 나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내가 소비하는 플라스틱은 아직 너무나도 많다. 당장 욕실만 들어가도 샴푸통부터 칫솔까지 모두 플라스틱이다. 하지만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그러나 꾸준하게 플라스틱 소비를 줄여나가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고를 웃돌 만큼 플라스틱을 많이 소비한다고 한다. 플라스틱을 보고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든다면, 참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실천해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하루, 아주 작은 플라스틱 하나라도 덜 소비한다면 적어도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하나는 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태그:#PLASTICFREE, #노플라스틱챌린지, #플라스틱줄이기, #NO PLASTIC CHALLENGE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