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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6.4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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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분식회계) 의혹으로 또 한 명의 삼성전자 부사장이 구속됐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움직였던 인물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또 한 발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가까워졌다.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아무개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회계부정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는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피의자의 지위와 현재까지 수사 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부사장과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안아무개 부사장은 가담경위와 역할, 관여 정도, 관련 증거 수집 상황 등을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봤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등과 대책회의를 열어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을 감추기 위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지시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공장 마룻바닥에 회사 공용 서버 등을 숨기고, 직원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등이 들어간 자료를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안·이 부사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직원들의 오해로 빚어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옛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구속된 이 부사장은 이건희 회장 일가 관련 업무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 불거진 순환출자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청와대 파견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을 접촉한 뒤 장충기 당시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한편 안 부사장은 인수합병(M&A) 전문가다.

수사 방향, 점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6.4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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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게도 이 부사장 구속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지금은 증거 인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결국 수사는 '삼성전자까지 개입해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 관련 자료를 없애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를 쫓아갈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이재용 경영권 승계작업'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2015년 결산 보고서에서 불거졌다. 참여연대 등은 그해 7월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문제점을 감추기 위해 삼성바이오가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의심한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1대 삼성물산 0.35이란 합병비율을 무리하게 추진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제일모직이 소유한 삼성바이오 가치를 높여 제일모직 몸값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흘러왔다. 지난 5월 25일 법원이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의 영장을 내주지 않자 '윗선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삼성전자 김아무개 사업지원TF 부사장과 박아무개 인사팀 부사장이 구속된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기자들에게 "법원은 계열사 차원이 아니라 사업지원TF 문제로 판단한 것"이라며 "저희도 (증거 인멸 등을) 사업지원TF가 주도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룹 핵심인사의 신병을 추가 확보했다는 것은, 검찰이 점점 이재용 부회장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 이 부회장의 최측근,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이 그 길목을 막고 있다. 수사팀은 조만간 정 사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태그:#삼성, #분식회계,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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