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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본관. 대구가톨릭대 한 교수가 외국인 계약직 교수를 성추행했지만 제대로 처벌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본관. 대구가톨릭대 한 교수가 외국인 계약직 교수를 성추행했지만 제대로 처벌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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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임용된 외국인 교수 A씨는 그해 봄 같은 학과 교수인 B씨로부터 번역 업무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락했다. 

이후 B교수는 번역이 필요하다며 수시로 A교수를 자기 연구실로 불렀고, 그곳에서 A교수가 번역 작업을 할 때면 B교수는 신체를 접촉해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해 가을에는 B교수가 A교수를 끌어안고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밀착시키기까지 했다.

A교수는 성적 수치심과 무력감을 느꼈지만 B교수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B교수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을 수 있다"며 "직장을 잃지 않으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A교수는 정교수 신분이었지만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처지였다. 

또 B교수는 A교수가 마치 부하 직원인 것처럼 번역 일을 시켰고 방학 기간 A교수가 해외로 떠났을 때에도 국제전화를 걸어왔다. A교수의 수업 중에 강의실로 찾아와 수업을 방해하는 일도 있었다.

A교수는 여러 번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가해자의 고의적인 괴롭힘에 가까운 업무강요에 극심한 불안과 고통을 느끼게 됐다. 결국 기한 내에 완성해야 하는 논문 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동안에도 가해자 B교수는 A교수에게 계약연장을 해주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학과장에게 여러 차례 'A교수를 해임하면 새로운 외국인 교수를 데려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교수는 지난 3월 26일 대구가톨릭대 성평등상담실에 성추행 사건을 신고했다. 해당 학과 교수들도 4월 2일 가해 교수의 처벌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대학본부에 보냈다.

대구가톨릭대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조사 결과, 가해자의 성희롱 사실을 확인하고 대학본부에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아직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B교수를 징계하지 않았다. 게다가 A교수와 함께 강의하게 해 '피해자-가해자 분리'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대구가톨릭대 한 교수가 계약직 외국인 교수를 성추행해 논란이 되자 대구경북 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처벌을 촉구했다.
 대구가톨릭대 한 교수가 계약직 외국인 교수를 성추행해 논란이 되자 대구경북 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처벌을 촉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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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구지역 여성단체들이 나섰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연대 등 대구경북지역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들은 31일 대구가톨릭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직 외국인교수에 대한 갑질과 성추행 가해교수를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학교당국의 침묵은 단순한 방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해교수의 범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가해 당사자를 보호하는 행위"라며 "사건을 왜곡없이 조사해 가해교수를 파면하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학교에 항의하기 위해 총장실을 찾았다. 하지만 총장실은 문이 닫힌 채 열리지 않았고 대신 맞이한 학교 관계자는 "정년이 보장된 교수를 당장 징계하기는 쉽지 않다"며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가톨릭대는 해당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을 사건 발생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B교수는 사건 직후부터 침묵하고 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학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사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성폭력·성희롱 사건에 중립은 없다"며 "대화의지도 없을 뿐 아니라 죄를 지은 교수를 처벌하려는 의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A교수는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서 교수가 되었는데 너무 불쾌한 일을 당했다"며 "가해교수가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대사관에 알리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성추행, #외국인 교수, #대구가톨릭대, #대구여성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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